20대엔 수많은 ‘첫’을 마주한다. 첫 이별, 첫 자소서 탈락 같은 선물은 전혀 달갑지가 않다. 그럴 때 즉효약은 음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밤엔 과자를 입안에 털어 넣고, 때론 한솥 가득 카레를 끓이며 머리를 비우기도 한다.

 

그러다 한 부엌을 보게 됐다. 그곳에선 아름다우면서도 건강한 음식이 만들어졌다. 안아라의 ‘홈그라운드’였다. 이 부엌의 주인은 튼튼한 마음을 가진 사람일까? 그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커져만갔다. 결국, 그 부엌을 찾아가 그녀의 ‘첫’들을 물어보았다.


 

‘홈그라운드’는 독특한 공간이에요. 출장 요리도 준비하고, 워크숍도 열리고, 가끔은 식당으로도 변하고요.

 

이렇게 흘러올진 몰랐어요. ‘홈그라운드’를 만든 2015년은 그간의 생각을 정리하고, 제가 좋아하고 편안해 하는 것들이 뭔지 확인한 기간이었어요.

 

“내 식당을 차려야지”란 생각은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완벽한 대비가 되진 않은 상태로 전에 일하던 식당에서 나왔거든요. 다행히도 기회가 많이 생겼어요. 연말로 갈수록 바빠져서, 여길 작업장으로 구했죠.

 

“어떤 곳이어야만 해!” 같은 건 없으셨네요.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것들을 했어요. 처음엔 접근성이 좋은 시내에서 자리를 찾아봤는데, 세가 너무 비싸더라고요. 그러다가 살고 있던 휘경동에서 우연히 여길 봤어요. 마음에 쏙 들어서 인테리어를 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죠.

 

기능에 충실한 공간이었으면 했어요. 예산도 빠듯했고. 여기의 도장, 나무, 페인트 색 같은 건 기본 가격대에서 골랐어요. 인테리어도 이미 있던 물품들로 했고요. (에디터: 그런데 다 잘 어울려요.) 친구들이 해결사거든요.

 

시간을 거슬러 가볼게요. 아라님이 처음으로 하셨던 요리는 어떤 건가요?

 

원래 전공이 그래픽디자인인데, 거의 작업실에서 살았어요. 배달 음식을 먹다 보니 속도 불편하고 돈도 많이 들더라고요. 장을 보기 시작했죠. 처음엔 재료 위주로 요리했어요. 밖에서 고기는 먹으니까, 신선한 채소들로.

 

일주일에 하루 정도 날을 잡아서, 라이스페이퍼에 땅콩 소스랑 온갖 채소를 넣고 나흘 정도 먹을 분량을 마련해두곤 했죠. 맛있었고, 그 음식의 기운인진 몰라도 잘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 식으로 챙겨 먹기 시작했어요.

 

 

그 요리가 탄생했던 첫 부엌도 기억나세요?

 

처음엔 이곳저곳에서 살았는데 요리할 조건은 아니었어요. 부모님께 부탁해서 낡은 원룸을 구했죠. 부엌엔 작은 싱크대랑 창, 엄청 낡은 냉장고가 하나 있었어요.

 

근데 거기서 되게 많이 해 먹었어요, 너무 좋아하면서. 전도 만들고, 어머니가 보내주신 반찬 먹고. 그러다 어릴 때 먹었던 카레나 아욱된장국이 떠오르면 시도하고. 친구들도 불러서 같이 놀고. (에디터: 자취생들 부엌의 역사는 비슷하군요.) 똑같죠, 거의.

 

작년부터 부엌이 생겼는데, 재료를 의욕적으로 막 샀다가 버리게 되더라고요.

 

저도 그랬어요. 집에서 너무 많이 보내준 김치나, 무르기 쉬운 잎채소, 친구들이 놀러 온다고 대량으로 샀던 재료들을 버렸죠.

 

이번에 ‘혼자 사는 사람의 요리’란 콘셉트로 출판 계약을 하게 되면서 끼니를 챙겨 먹는 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봤어요.

 

목차를 꾸리다가 ‘냉장고를 굴리는 방법을 잘 알아야 밥을 챙겨 먹을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매일 해 먹고, 매일 다른 요리를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 재료를 버리게 되거든요.

 

 

‘한 주에 해 먹을 수 있는 게 다섯 끼’라고 쓰신 글도 봤어요.

 

현실적으론 다섯 끼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보통 사람들은 하루에 많으면 한 끼를 해 먹을 거예요. 실력이 늘기 어렵죠. 하지만 포기하시면 안 돼요.

 

일단 자기 길을 잘 들이는 게 중요해요. 직접 해 먹기 시작하면 알게 되거든요. 뭐가 내 몸에 맞는지, 이걸 먹었을 때는 몸 상태가 좀 별로라든지. 일단 주먹밥처럼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좋아요.

 

종종 친구들이 한 것도 얻어먹는데 그 사람 성격이 배어나는 것 같아요.

 

저한테도 친구들이 다 안아라 같은 음식만 만든다고 그래요. 처음엔 약간 콤플렉스이기도 했는데. 뭐랄까, 바깥 음식을 먹으면 ‘오, 이런 맛이!’처럼 개성이 강한 것도 있거든요. 근데 제가 만든 음식은 다 온순하고.

 

하지만 지금은 그냥 내가 이래서 이런가 보다, 약간 포기 상태예요(웃음). 이걸 좋아해주는 분들도 많고요.

 

‘먹는 것’에 관심이 많은 시대라 취향도 다양해요. 자급자족하기도 하고.

 

요즘은 스스로 해 먹는 게 생존 기술이에요. 자기 몸을 조절할 수 있는 건 섭식과 운동이다인데, 외식 산업에 맡기면 조절 범위가 줄어들잖아요.

 

대학내일을 만나니까, 저의 20대를 생각해봤어요. 이별 같은 것도 다 처음이고 모든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때 중요한 게 체력이에요. 20대에는 기본 체력이 좋지만, 자신을 더 잘 다듬기 위해 음식을 챙기려고 노력해보는 거죠.

 

 

아라님이 하시는 요리와 ‘홈그라운드’도, ‘할 수 있는 한’에서 흘러왔네요.

 

아는 언니가 이런 얘기를 해줬어요. 인생에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천에다 밑그림을 그린 후에 가위질하면서 쳐내는 삶과 그냥 천에다가 생각 한 걸 바느질하면서 가는 삶이 그거다.

 

계획을 수립하기보단 그때 하고 싶은 대로 모양을 만들어온 편이에요. 바늘이 가는 대로 따라가다보면 첫 생각하곤 좀 다른 삶일 수도 있지만.

 

(에디터: “미문을 쓰려면 미문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란 말이 떠오르네요.) 그렇죠. 자기가 만드는 게 자신을 크게 벗어날 순 없으니까요.

 

처음에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독자가 기사를 읽고 요리를 시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계절엔 무슨 재료가 좋을까요?

 

5월까지 딸기가 많이 나와요. 그리고 싸답니다. 봄나물을 썰어 넣은 파스타도 괜찮아요. 처음부터 볶으면 여물이 되니까, 마지막에 여열로만 볶으세요. 독성이 있을 수 있으니 검색해보시고요.

 

기회가 되면 재래시장에 나가서 이 계절에 나는 것들을 확인해보셨음 좋겠어요. 조금씩도 파니까, 한번쯤 시도해보시길 권해요.

 

Photographer_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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