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그리고 축제다. 캠퍼스는 신나고 들뜬 기운으로 가득 찬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존재하는 법. 누군가는 불편한 시선으로 축제를 바라본다. 축제가 반갑지 않은 5명의 목소리를 대학내일이 담았다.


나를 더 외롭게 하는 축제

남궁준민 한국외대 언론정보학 10

“축제 시즌이 와도 함께 즐길 사람이 없어 반갑지가 않아. 고학번 암모나이트들은 ‘화석’으로 불리잖아. 자연스레 대학 생활도 잘 안 즐기게 되지. 모두가 함께 어울려 즐기는 게 축제지만, 나 같은 아싸들은 참여하는 게 쉽지 않아.”

 

축제 시즌 때 학교가 시끌벅적해지면 어떤 기분이 들어?

괜히 들뜨긴 하지. 하지만 이내 현실을 깨닫게 돼. ‘아, 이 넘치는 활력은 나와 관계가 없구나….’ 그래서 축제가 더더욱 즐겁지 않아. 괜히 기분이 업 됐다가 떨어지는 기분이 영 유쾌하지 않거든.

 

축제 기간에 어떤 상황에서 소외감을 느꼈어?

축제의 꽃은 가수들의 공연과 주점이잖아. 근데 둘 다 혼자 가기엔 뻘쭘해. 후배들을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고, 어설프게 얼굴만 알고 있다 보니 만나면 창피할 것 같아. 작년엔 비슷한 처지의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와 둘이 주점에서 소주 한잔하며 축제 기분을 느끼려고 했었는데, 학과 주점임에도 아는 사람이 없어 조용히 술만 먹었지. 시끄러운 옆 테이블을 바라보며 괜히 더 큰 소외감을 느꼈어.

 

아이고, 많이 불편했겠다. 그런 데서 술 먹을 맛이나?

축제를 못 즐겼을 뿐이지 술은 항상 많이 마셨어.(웃음) 불편한 건 없고 약간 외로울 뿐이야. 학교에서 느낀 소외감은, 동네 친구들이나 몇 안 남은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며 해소하지.

 

앞으로 축제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면 좋을 것 같아?

‘인싸’, ‘아싸’ 문제는 축제와 관계없이 존재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노력하거나 받아들여야겠지. 다만 저학번임에도 ‘아싸’인 학생들 같은 경우 축제 과 주점이 ‘인싸’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 비슷한 또래 ‘아싸’들은 다 같이 모이는 자리를 통해 ‘인싸’로 거듭나는 경우가 많거든. 서로의 매력과 성격을 잘 모르는 이들이 함께 알아가는 자리였으면 좋겠어.


내겐 너무 비싼 주점
남궁류 중앙대 전자전기공학 10

 

“학교에서 부스 설치하고 장사하면 자릿세가 있는 것도 아닌데, 주점에서 파는 술이며 안주는 왜 그렇게 비싼 걸까. 학과 살림에 보탬이 되려는 목적이라 해도 그 돈 내고 시장 바닥 같은 데 앉아서 술 마시고 싶지는 않아.”

 

주점을 이용하며 어떤 게 제일 불만이었어?

아무래도 전문가가 요리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음식의 맛과 질이 확연히 떨어진다고 생각해. 먹을 만하다고 느낀 음식이 거의 없었지. 대부분 음식이 짜고, 딱 봐도 MSG 듬뿍 친 음식들이었거든. 이런 퀄리티에 비해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을 주고 안주를 먹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그래도 외부 술집에 비하면 비교적 저렴하지 않나?
주점 운영의 목적은 과 운영비를 벌기 위해 수익을 올리는 데 있다고 알고 있어. 물론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가격은 받는 게 맞지만, 지금의 주점 물가는 해도 해도 너무해. 덜 익은 라면을 4000원에, 얇디얇은 계란말이를 6000원에 팔잖아. 외부 음식과 현격한 퀄리티가 나면서 가격은 고작 1000원 정도 싼 거야.

 

어느 학과는 선배들을 초대해서 거의 강매에 가깝게 팔아달라고 강요하는 문화도 있더라고. 이건 진짜 아닌 것 같아. 그리고 주방이 없으니 대충 구석에서 음식을 만드는데 그 모습이 가관이야. 돈 만진 손으로, 쓰레기 버린 손으로 음식을 만드는 걸 보면 기분 좋게 돈 내고 먹기 어렵지.

 

앞으로 축제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면 좋을 것 같아?

요즘 축제는 주점과 연예인 공연. 이 두 가지가 전부인 것 같아. 지금보다 좀 더 다양한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어. 학생들만의 축제가 아닌 그 지역의 축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고.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뻥튀기하지 않는 정직한 가격, 자극적이지 않은 주점 홍보, 보다 신경 쓰는 위생 상태 점검 등이 필요해 보여.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심다혜 성균관대 경제학 12학번

“축제를 한답시고 대학가 일대를 자기들 운동장으로 만들어버리는 게 불편해. 밤늦게까지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노는 건 물론이고, 이따금 전봇대 밑에 김치전(!)까지 만들어놓잖아. 동네 주민들에게 그런 소음과 더러움이 피해가 된다는 걸 모르나?”

 

축제 기간에 주변 주민에게 피해를 준, 직접 보거나 들은 사례가 있어?

자취를 하려고 학교 근처 부동산을 돌아다닐 때였는데, 공인중개사 분이 말하는 걸 듣고 충격을 받았어. 5월이나 10월에 성대 축제가 시작되면 밤에 많이 시끄러울 수 있다, 학생들이 아파트 단지에서 소리를 지를 수도 있으니 양해를 해달라고 말씀하시는 걸 봤거든. 내가 괜히 부끄럽고 죄송스럽더라고.

 

어떤 점이 그렇게 부끄러웠어?

내가 즐길 땐 재밌지만 남에게는 소음이 되고 큰 불편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어. 작게는 대학생들의 이기주의, 크게는 축제 때 대학생들이 좀 시끄럽게 해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해.

 

앞으로 축제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면 좋을 것 같아?

‘축제를 위한 축제’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 초대가수 누구를 얼마에 부를 것이며, 이런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잖아. 학생들이 진정으로 즐기는 축제, 주변 주민에게 피해를 안 주는 축제가 됐으면 해. 대학 시절에 그 ‘예의’를 꼭 배워서 졸업했으면 좋겠어. 우리 모두 성인이잖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어?

졸업을 앞둔 입장으로서 축제를 걱정 없이 즐기게 될 후배들이 부러워. 근데 즐겁게 노는 것도 좋지만 배려하면서 놀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야. 좋은 전례를 만들어놓지 못하고 학교를 졸업하게 됐지만, 후배들은 개선된 좋은 축제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어.


인지조차 못 하는 성 상품화
한진혁 연세대 심리학 12

“축제 때 이뤄지는 성 상품화, 성적 대상화에 대해 많은 사람이 너무 무비판적인 것 같아 보기 불편해. 짧은 치마를 입고 성 상품화의 대상이 되거나, 혹은 그것을 강요하는 위치에 서면서 그것이 문제된다는 것 자체를 인지 못 하는 것 같아.”

 

축제 때 어떤 형태로 성 상품화가 일어난다고 느꼈어?

과 주점을 할 경우, 여학생들이 단체로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상의에 짧은 치마 등을 입고 홍보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 이건 결국 성별(여성)을 활용한다는 뜻이잖아. 제복, 짧은 치마, 짙은 화장 등으로 여성성을 강조한 옷차림을 요구한 뒤 그것을 홍보에 이용하는 것은 결국 여성성을 홍보의 매개로 이용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성을 상품화해서 활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어떤 부분이 가장 불편했어?

대학생만 하더라도 본인의 학력을 상품화해 과외를 하고, 개인이 가진 구체적 물건에서부터 추상적인 능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것들이 상품화되잖아.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성 역시도 얼마든지 상품화될 수 있다고 봐. 성(性)이라는 것이 특별히 성(聖)스러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사람들은 유독 성 상품화에 대해 터부시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고, 마치 성은 순결하고 판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주점 같은 경우에도 여성들의 성적 매력을 팔아 매출을 올리는 것이므로 성 상품화를 하고 있다고 하면, 우리는 “그런 것”은 하지 않는다, 이것은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라며 변명에 급급해.

 

그런 행동을 직시하지 않고 은폐하려는 모습이 불편한 거야. 성 상품화를 하면 본인들이 어떻게 성 상품화를 하고 있는지, 대체 본인들이 내세운 콘셉트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했으면 좋겠어. 이런 이해가 선행돼야 비판이 가능하고, 평등하게 모든 성별이 성 상품화를 할지, 아니면 아예 성 상품화를 하지않을지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어?

 

앞으로 축제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면 좋을 것 같아?

대부분의 축제가 ‘재미와 이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인권이나 평등 같은 요소는 부족해 보여. 문제는 애초에 학생회 차원에서 재미라는 이름으로 인권을 무시하는 거야. 축제 기획 과정에서 이러한 생각이 좀 더 반영됐으면 좋겠어.


범람하는 헌팅족이 싫어

김혜연 이화여대 방송영상학 12

“언제부턴가 ‘축제=헌팅’이 공식이 된 것 같아. 나도 맘에 들고, 자연스러운 상황이 되면 합석하는 거 좋아. 그런데 지금 우리의 축제 헌팅은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어. 작정하고 온 무리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불편한 게 사실이야.”

 

축제 때 합석이 뭐 때문에 그렇게 불편해?

합석을 제안하는 사람들은 우리 쪽에서 거절한다고 해도, 다른 테이블에 가서 똑같이 합석을 제안하더라고. 그만큼 가볍고 의미 없는 제안 같아 보여. 그래도 한 번 거절했으면 2번, 3번 묻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 한 번 거절당하고 나서도 생판 처음 보는 사람 대하듯 잠시 후 슬그머니 다가와 “같이 한잔할까요?” 똑같이 물어. 그들은 우리와의 합석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단지 ‘여자 사람’과의 술자리가 필요한 것뿐이지.

 

근데 젊은 남녀가 모인 공간에서 헌팅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 아닐까?

합석하면 테이블이 하나로 합쳐지고 각종 게임을 하며 술과 안주를 많이 시키게 되잖아.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주최 측에서 합석을 더욱 조장하는 느낌이야. 남녀 짝을 지어 주는 이벤트를 하며 사람들이 실적 쌓듯 매칭을 해주잖아. 그렇게 ‘축제=합석’이 공식이 돼버려 합석에 대한 이미지나 격이 더 떨어지는 것 같아.

 

축제 헌팅은, 일반 술집이나 클럽에서의 그것과 좀 다른 게 있나?

‘주변 사람들 다 아무렇지 않게 하니까 나도 막 해야지’ 하는 식의 인식이 있는 것 같아. 한마디로 일반 술집에서보다 덜 신중한 느낌이야. 그걸 축제의 특권이라고 여기는 사람한테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확실히 이런 가벼운 접근은 뭔가 불편한 구석이 많아.

 

앞으로 축제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면 좋을 것 같아?

남성과 여성, 소수자와 다수자 모두가 평등하게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축제가 열렸으면 좋겠어. 여학우들의 성 상품화는 매년 문제가 되고, 소수자들이 기획한 다양한 행사는 주최도 못 해보고 취소되는 경우가 많거든. 진정한 축제는 모두가 평등한 조건에서 따로 또 같이 즐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Intern 공민정 손수민 이유라

Art 김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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