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는 지나간 날을 되살리는 묘한 힘이 있다. 평소엔 완전히 잊고 살았던 일도, 그 시절 자주 들었던 어떤 노래만 들으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지 않나? 마치 내가 다이나믹듀오의 ‘죽일 놈’을 들으면 “너 진짜 사람 지치게 한다”고 말했던 옛 애인이 떠오르는 것처럼. 너랑 헤어지고 나서 ‘죽일 놈’ 엄청 많이 들었다. 나쁜 놈아.

 

다음은 2016년을 사는 6인이 MP3를 듣던 시절 이야기다. 지나간 시절, 내 친구들은 어떤 노래를 듣고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궁금했다. 기억이 잘 안 난다고? 걱정하지 마. 너희 MP3가 다 기억하고 있어.

 

MP3 듣던 시절의 내 친구들


1. 가수 보아를 좋아하던 중학생, 강민상

 

Play List
1. 명랑소녀성공기OST 조장혁 ‘love song’ (2002.04.01)
2. 보아 ‘Moon&Sunrise’ (2003.12.06)
3. 베이비복스 ‘인형’ (2001.05)
4. 렉시 ‘애송이’ (2006.09.01)
5. 장나라 ‘Sweet Dream’ (2002.10.02)

 

언제부터 쓰던 MP3에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요. 전교 10등 안에 들어서 엄마가 사 줬어요.

 

MP3 켜봐요. Play List 보면서 그때 많이 듣던 노래 5곡만 말해 줘요.
꼭 5곡만 말해야 해요? 나 사연 있는 노래 엄청 많은데. 일단 조장혁의 ‘Love Song’. 명랑소녀성공기 아세요? 그 드라마 OST였는데. 학원 끝나고 집에 오면 밤 10시라서 이 드라마가 하고 있었거든요. 엄청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장나라가 명랑하게 고난을 헤쳐나가는 걸, 무기력하게 보고 있던 기억이 나네요. 갑자기 슬퍼지네.

 

중학교 때부터 공부에 치여서 힘들어 했구나.
학업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어요. 시험 보다가 피 토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 보아 노래 들으면서 위로 많이 받았지. 특히 보아의 ‘Moon&Sunrise’. 이 노래 들으면 요즘 말로 힐링 되는 느낌이었어요. 시험 시작하기 전에는 꼭 이 노래 들으면서 릴렉스하고. MP3 용량이 아무리 꽉 차도 이 노래는 절대 안 지웠었어요.

 

그래서 아직까지 보아를 그렇게 좋아하는군요.
다른 남자애들처럼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축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그 시절에 유일하게 하나 좋아한 게 보아에요. 멋있었어요. 다들 사랑 이야기하는데, 혼자서 세계 평화를 이야기하고.

 

역시 어렸을 때부터 시선이 남달랐어.
그때는 진짜 내가 애들하고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중학생 남자애들 너무 짓궂고 모이면 야한 얘기나 하니까. 솔직히 우습게 느껴졌거든요. 렉시의 ‘애송이’ 들으면서 속으로 무시하고 그랬지. 애송이들이라고. 커보니까 나도 똑같이 야한 얘기 좋아하는 놈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웃음)

 


2. 린킨파크를 듣던 소녀, 황미나

Play List
1. LINKIN PARK ‘Numb’ (2003.09.26)
2. 거미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2003.02.01)
3. MC몽 ‘너에게 쓰는 편지’ (2004.04.23)
4. 동방신기 ‘The Way U Are’ (2004.06.23)
5. 보아 ‘Girls On Top’ (2005.06.24)

 

언제 쓰던 MP3야?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이 MP3 모델이 김태희였거든. 김태희에 홀려서 이걸 샀지.

 

린킨파크를 듣는 소녀였구나.
사실 내가 그때 두 달 동안 따돌림을 당했었거든. 이유도 엄청 시답잖은 거였어. 근데 그때는 따 당하면 따 당하는 애들끼리 친하게 지내고 그랬다? 그때 친해진 친구가 소개해줬어. 이게 진짜 따돌림당하는 사람에 최적화된 노래야. 들으면 밖에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거든. 심지어 가사도 “내 맘대로 살 거야!” 뭐 이런 거야.

 

노래는 주로 어디서 구했어?
소리 바다지 뭐. 그때는 스트리밍도 대중화되지 않았고.

 

좋아하는 음악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었네.
내가 원래 생각도 행동도 잡다한 편이야. ‘Girls On Top’은 수학 여행 장기자랑 연습한다고 넣어 놨고. 아! 대박.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는 그때 짝사랑하던 애 생각하면서 듣던 노래였어. 엄청 하얗고 모범생에 재미없는 애였는데 왜 좋아했지 그때.

 

‘너에게 쓰는 편지’는 나도 많이 들었는데.
언니 난 MC몽 CD까지 샀었어. 집에 아직도 있을걸? 악 지금 생각하니까 부끄럽다.

 


3. MP3를 목에 걸고 다녔던 촌스러운 시절의 권가람


Play List
1. [빗소리]봄을 재촉하는 달콤한 빗소리 – 60분용
2. 잠잘 때 듣기 좋은 음악 – 파도 소리
3. 휴식을 위한 명상 – 폭포 소리
4. 빗소리 – 백색소음
5. 카페 백색소음

 

언니 이거 플레이리스트 뭐야. 엠씨스퀘어야?
야 들어 봐. 엄청 귀여운 사연이 있다고.

 

미키마우스 MP3 진짜 오랜만에 본다. 언제 쓰던 건데?
2009년부터 1년 정도?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던 남자 친구가 성년의 날 선물해 줬어.

 

그 친구가 안에 이 노래(?)들을 넣어 준거야?
응. 내가 그때 학교(서울)에서 집(수원) 통학을 하느라 수면 시간도 부족하고, 불면증까지 있었거든. 그래서 오가면서 버스에서라도 좀 자라고 빗소리 파도 소리 이런 거를 잔뜩 넣어서 줬더라고. 오글거리지. 하하.

 

너무 감동적인데?
사실 엄청 감동했어. 걔가 진짜 서툴렀었거든. 센스 없고, 여자가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고. 그런 애가 MP3를 사서 빗소리 이런 걸 찾아 넣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

 

매일 가지고 다녔겠네.
그럼! 땡땡이 원피스에 안경 쓰고 이 보라색 미키마우스 MP3를 목에 걸고 다녔다. 상상만 해도 촌스럽지 않아? 새내기니까 잘 꾸밀 줄도 모르잖아. 근데 그때는 이게 그렇게 예뻐 보였어.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어때?
촌스럽고 순수했던 그 시절이 떠오르더라. 이게 그 당시 5만 원이 넘었는데, 걔 한 달 용돈이 30만 원이 안됐어. 자취하느라 돈도 없었을 텐데. 먹는 거 입는 거 아끼고 아껴서 이걸 샀을 생각을 하니까 찡하더라고. 그런 애한테 성년의 날 선물 사달라고 졸랐던 나의 철없음도 떠오르고. 걔도 이 기사 보면 자기 얘긴지 알 거야. 야, 고마웠다!

 


4. 가엾은 내 첫사랑 아이팟에 갇혔네, 제레미킴


Play List
1. 베란다 프로젝트 ‘벌써 해가 지네’ (2010.05.18)
2. 성시경 ‘당신은 참..’ (2008.10.23)
3. 에피톤 프로젝트 ‘봄날, 벚꽃 그리고 너’ (2009.02.24)
4. 마룬 5 ‘Sunday Morning’ (2004.11.29)
5. 뮤지컬 오디션 ‘내 꿈의 엔진이 꺼지기 전에’ (2008.03.19)

 

언제 쓰던 거예요?
새내기 때부터 쓰던 겁니다. 알바 엄청 열심히 해서 샀어요. 아직 쓰고 있어요.

 

그때 듣던 노래랑 요즘 듣는 노래랑 많이 달라졌나요?
거의 비슷합니다. 지금 음악 취향은 다 그때 형성된 거라서.

 

음악은 주로 언제 들어요?
혼자 있을 때 듣죠. 여자 친구 생기면 같이 듣고.

 

아이팟을 볼 때마다 스쳐 지나갔던 많은 여자들이 떠오르겠네요.
아 대학교 들어가서 처음 만난 여자 친구가 생각이 많이 납니다. 처음에는 4개월 넘게 친구로만 지냈었거든요? 같이 노래방 가고 술 마시고. 근데 나중에 들어 보니까 날 좋아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가 있으면 자기 MP3에 넣어서 듣고 그랬었대요.

 

어떻게 사귀게 됐어요?
제가 방학이라서 본가에 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찾아 왔더라고요. 결판을 내자고. 더 이상 친구는 안 한다고. 그래서 사귀게 됐고, 군대 가기 전까지 일 년 반 정도 만났어요. ‘내 꿈의 엔진이 꺼지기 전에’는 함께 본 뮤지컬 OST예요. 그 친구가 저 노래를 청아한 목소리로 잘 불렀었는데…

 

그 노래 아직도 아이팟에 있어요? 지금 다시 들으면 어때요?
그때는 진짜 좋았는데 요즘은 그 노래가 유치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노래 들으면서 했던 어린생각들이 같이 떠올라서. 막 내 꿈을 이룰거고, 이 여자랑 꼭 결혼할거고 그런 거 있잖아요. 그래서 잘 안 듣고 그냥 다음 곡으로 넘깁니다.

 


5. 선생님을 사랑하던 당돌한 여고생, 김루시


Play List
1. 오지은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2009.04.22)
2. 오지은과 늑대들 ‘넌 나의 귀여운’ (2009.04.22)
3. 데이브레이크 ‘에라 모르겠다’ (2010.08.05)
4. 에피톤프로젝트 ‘그대는 어디에’ (2008.12.03)
5. 안녕바다 ‘별빛이 내린다’(2009.12.07)

 

전자사전이네?
네. 근데 사전 용도보다 MP3로 더 많이 썼어요. 특히 재수 시절에 많이 들었어요.

 

힘들 때는 우울한 노래를 듣는 편이야 아니면 신나는 노래를 듣는 편이야?
당시 기분이랑 어울리는 노래를 드는 편이에요.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오지은 노래가 두 곡 있는데, 그 둘이 전혀 상반되는 분위기거든요.

 

맞아 맞아.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를 들을 때는 한 참 우울했나?
좋아하던 미술학원 선생님한테 차이고 듣던 곡이에요.

 

어이쿠 선생님한테 고백을 했어?
제가 재수를 했거든요. 수능 끝나고 대학은 떨어졌지만, 이제 성인이니까 고백을 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했는데… 당연히 거절당했죠. 대학 붙고 다시 오라고. 그때 엄청 슬펐어요. 왜 그땐 그렇잖아요.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은 다 내꺼 같고. 내 사랑만 힘들고. 으…닭살. 그래서 궁상떨면서 오지은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대학 붙고 나서 다시 고백했어?
지금은 완전 막역한 사이에요. 선생님이 그때 그 사건 가지고 계속 놀려요. 근데 제가 고백하고 얼마 안 지나서 남자 친구가 생겼거든요. 그때부터는 밝은 노래 많이 들었어요. 세상 모든 게 아름다워 보여서. (웃음) 오지은의 ‘넌 나의 귀여운’도 그런 노래에요. 신기했죠. 이 분이 이렇게 밝은 노래도 부르시는구나.

 

지금도 그 노래 들으면 그 때 생각나겠네.
노래가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안녕바다의 ‘별빛이 내린다’는 전에 만나던 친구가 고백하면서 불러줬던 노래거든요. 우연히 그 노래 들으면 그때 그 순간이 선명하게 떠올라요. 그날 별 진짜 많이 떴었는데.

 


6. 어여쁜 짝 만나는 게 인생 목표였던, 이민석


Play List
1. MIKA ‘LOVE TODAY’ (2007.02.05)
2. VOS ‘Beautiful Life’ (2008.5.15)
3. MIKA ‘MY Interpretation’ (2007.02.05)
4. 성시경 ‘안녕 나의 사랑’ (2008.06.12)
5, 럼블피쉬 ‘그대 내게 다시’ (2007.07.18)

 

언제 쓰던 MP3야?
대학교 2학년 때. 간만에 오랫동안 여친이 없었던 시절이었지. 어여쁜 짝 만나는 게 인생의 제1 목표이던 시절이었어.

 

그래서 그런지 달달한 노래가 많네.
미카에 한참 빠져 있었어. ‘LOVE TODAY’는 진짜 많이 들었다.

 

봄인데 애인은 없고 노래는 달달하고 외로웠겠네.
미카 노래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진짜 재밌는 일이 있었어. 학교 끝나고 지하철 기다리고 있는데, 플랫폼에 딱 내 스타일인 여자가 있는 거야. 키는 160대 후반에, 스키니 입은. 예뻐서 계속 보고 있었는데, 내 옆에 딱 앉더라고! 다른데 자리도 많은데!

 

그래서 그래서.
두 정거장쯤 지났는데 나를 툭툭 치는 거야. 노래 같이 들어도 되냐고. 내가 벙쪄서 쳐다봤더니 오히려 날 이상하게 보더라. 정말 음악을 듣고 싶은 느낌이었어. 부끄러운 기색도 전혀 없고. 그래서 얼떨결에 이어폰 한쪽을 줬지.

 

오, 오빠가 마음에 들었나?
나도 속으로 오만 생각을 다했지. 여지를 주는 건가, 번호를 물어 봐야 하나. 근데 여자는 정작 무덤덤하게 자기 할 일 하더라고. 한 두 세곡 같이 들었나? “고속 터미널 역입니다” 안내 방송 나오니까 후다닥 “잘 들었어요”하고 후다닥 내렸어.

 

뭐야 그게 끝이야?
어. 끝이야. 지금 같았으면, 자연스럽게 말도 걸고 했을 텐데, 그때 너무 멋이 없었지. 군대도 가기 전이었거든. 그러니까 애인이 없었겠지. 그래도 재밌었어. 한창 외로울 때라서 며칠 동안 얼마나 설렜는데.

 

어쨌거나 그 이후로는 쭉 애인이 있었잖아. 그 애인이랑 내년에 결혼한다며.
그렇지… 저런 재밌는 에피소드가 일어나도 지금은 그때만큼 설레질 않을거야. 야, 그래도 아직은 뭘해도 법적으로 처벌 안 받는다고. 하하.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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