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차를 타고 가다 대로변에 커다란 건빵 포대가 쌓여 있는 걸 보았다. 누가 저렇게 많은 건빵을 살까, 생각하는 찰나 검은 자동차 한 대가 스윽 다가가더니 세 포대를 싣고 갔다. 눈이 휘둥그레진 내게 동행인이 말했다. “비상식량인가 보지.” “…!” 건빵은 유통기한이 길고 보관이 용이해 군대에서 오랫동안 비상식량으로 활용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슈퍼를 갈 수 없는 재난 상황이 됐을 때, 나의 냉장고에서 구세주 노릇을 해줄 음식은 무엇일까? 위아래 문을 몇 번이고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 눈에 들어 온 것은 다름 아닌 마요네즈. 물컹물컹 기름진 게 왠지 쉽게 썩어주지(!) 않을 것 같아 검색해보니, 최대 8개월까지 먹을 수 있단다. 고열량이니까 조금만 먹어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고.
생각해보면 여기저기 이것저것에 꽤 어울리기도 한다. 과일에 비비면 ‘사라다’가 되고, 참치와 함께 하면 ‘참치 마요’, (믿기 힘들지만) 다 끓인 컵라면에 곁들여 먹으면 치즈의 풍미가 나 생각보다 괜찮다는 간증도 많다. 고추장이나 간장에 섞으면 주전부리의 맛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소스가 되기까지.
그동안 마요네즈라면 덮어놓고 “으, 느끼해” 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나보다 사회성도 좋고 장점도 많은 아이였잖아…? 혹시 모를 미래에 대비해 오늘부터 마요네즈로 해먹을 수 있는 식단을 연구해야겠다. 살아 남는 자가 이기는 거니까.
1. 옥수수를 직접 찌기엔, 세월아 네월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편의점에 가면 다 쪄놓은 옥수수를 진공포장 해서 판다. 걔넬 사와서 두 동강 낸다.
2. 편하게 들고 먹기 위해 나무젓가락을 꽂아 줘야 한다. 옥수수 심 부분에 순간적으로 힘을 팍 가하면 들어간다.
3. 프라이팬에 버터, 마요네즈, 설탕을 한 숟갈씩 올린다. 버터가 누구보다 빠르게 녹아버리니 제일 나중에 넣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4. 약불로 설정해놓고 셋을 섞어 주자. 초딩 때 즐겨 만들었던 ‘달고나’처럼 갈색 빛을 띨 때까지 천천히 둥글게 젓는다.
5. 건강을 해칠 것 같은 맛있는 냄새가 솔솔 올라오면, 옥수수를 팬 위에서 굴려준다. 한번 갈색이 된 뒤부터는 급속도로 타기 시작하니 행동은 신속하게 손길은 부드럽게.
6. 기왕 마약 옥수수를 만든 김에 파마산 치즈와 파슬리 가루까지 뿌려 구색을 맞춰 보았다. 이제 줄 서서 먹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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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 배승빈
20만원 공연 관람비를 지원해 드립니다
메인 스폰서로 등장한 본디(Bond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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