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정규 앨범 제목이 무려 <최고의 연애>였다. 그러나 전기뱀장어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꽂힌 건, 최고는커녕 ‘찌질’하기 그지없는 연애담이었다. 편지로 썼다면 길이길이 흑역사로 남을 말들에 멜로디를 붙였고, 마찬가지로 못난 우리는 열광했다.

 

“내가 더 괜찮은 놈이었다면 넌 날 좋아했을까?” “그때 그 애가 내게 전화를 한 건 내 잘못은 아니었는데…” 4년만의 정규 앨범 를 발표한 그들을 직접 만났는데, 실제로 만난 전기뱀장어는 찌질하기보다 오히려 귀여웠다. 그래서 난 그들의 연애가 더 궁금해졌다.

 


우선 바쁜 스케줄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리…

 

김민혁&김예슬&황인경(이하 민, 슬, 황)••• 어쩌고 저쩌고…(잡담 중)

이혜지(이하 혜)••• 이제 좀, 집중 좀 해. 아우 진짜 저, 산만한 오빠.(웃음)

 

진짜 엄청 친해 보여요. 아까 사진 촬영 할 때 부터 장난을 끊임없이 치시던데, 그만큼 같이 밴드한 지 시간이 꽤 흘렀죠?

 

••• 멤버별로 조금씩 합류 시기가 다른데요. 저랑 인경이는 만 5년이 조금 넘었고, 민혁이 형은 3~4년, 혜지는 2~3년 정도 됐어요.

 

그러면서 팬들과도 친해지신 것 같아요. 2집 앨범 타이틀 곡 ‘적도’ 뮤직비디오에도 팬들이 대거 출연하셨잖아요.

 

••• ‘텀블벅’이란 곳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뮤직비디오를 찍었어요. 그때 출연하고 싶은 분들에게 제안해서 같이하게 된 거죠. 노래 제목 때문인지 그날 날씨가 많이 더워져서 고생 많이 하셨는데, 저희는 재밌었어요. 대기 시간엔 얘기도 많이 하고.

••• 저희 공연 중에도 ‘전뱀노래자랑’이란 시리즈물이 있어요. 공연을 보러 온 분들이 무대에 올라와서 전기뱀장어 노래를 부르고 저희가 반주를 하는 콘셉트예요. 기본적으로 공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팬들이랑 소통 하는 걸 좋아해요. 보면 아시겠지만, 저희가 은둔형 뮤지션도 아니고, 또 록스타의 풍모를 막 풍기는 것도 아니잖아요.(웃음)

 

 


우리의 행운을 빌어


 

 

4년 만에 정규 앨범이 나왔는데, 앨범 제목이 <Fluke>예요. 흔히 말하는 그 ‘후루꾸’ 맞죠?

 

••• 오, 아시네요! 당구장 많이 다니셨나 봐요.

••• 사실 한마디로 풀이가 명확하게 되진 않는데, 저희 음악을 듣는 분들이랑 전기뱀장어 멤버들에게 행운이 있길 바란다, 는 의미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어요. ‘후루꾸’야말로 우연히 찾아온 행운이잖아요. 우선 노래와 어울리는 재킷 사진을 찍고 싶었고, 거기에 맞춰서 제목도 붙였어요.

••• 사진 찍을 때도 변수가 많아요. 저희가 100% 통제할 수 없으니까. 그럼에도 좋은 디자이너, 사진작가 분들을 만나서 예쁜 재킷 만들었으니 그게 ‘후루꾸’죠, 뭐.

 

예전 인터뷰에서 “전기뱀장어는 ‘쌩얼’ 같은 밴드”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자기를 있는 그대로 내보인다는 게 쉽진 않잖아요. 이젠 ‘화장’을 좀 해야겠다, 생각했던 적은 없었어요?

 

••• 일단 제 개인적으로는 전기뱀장어가 갖고 있는 음악적 ‘쌩얼’에 만족해요. 하지만 맨날 같은 것만 보여드릴 순 없으니 2집에서도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부분을 보태려고 노력했어요.

••• 전 사실 전기뱀장어가 ‘쌩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자들이 화장 안 한 것처럼 보이고 싶을 때 투명 메이크업을 하듯이 저희도 ‘쌩얼’ 메이크업을 잘한 거죠.(웃음)

••• 맞아요. 음악뿐 아니라 그림이든 영상이든 작품 활동을 할 때 어떻게 보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치밀하게 계획하고, 계획한 대로 결과물이 나오게끔 과정을 통제하고. 저희 밴드도 그런 편이에요. 붓질을 하기 전에 미리 윤곽선을 수없이 그려보고 다듬어가는 과정을 중시해요.

••• 전 사운드 얘기도 좀 하고 싶은데, 1 집 땐 편성이 훨씬 더 단순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좀 더 파트를 세밀하게 나눠서 사운드를 겹겹이 쌓았어요. 아직 스트레이트한 인디 록이라 할 수 있지만 이전보단 좀 더 정교하고 매끄러워지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어요.

 

 

 

밴드 결성 초반부터 ‘청춘’을 상징하는 밴드라는 이미지가 강해요. 이제 데뷔한 지도 5년이 넘었고 대학을 졸업한 지도 꽤 지났는데 그런 이미지가 부담스럽진 않으세요?

 

••• 부담스럽죠. 1집 때는 대학을 졸업할 때쯤 만든 노래가 많아서 그때 경험이 많이 녹아 들어가 있다고 인터뷰도 많이 했었는데, 이젠 좀 달라져야 하나 싶기도 해요. 그래서 노래를 만들 때 멤버들끼리 얘기도 많이 나눴는데, 아직 특별한 해답을 찾진 못했어요.

••• 1집 때는 그냥 당시 우리의 얘기를 했을 뿐이에요. ‘청춘’을 대변하는 노랠 만들려고 의도한 게 전혀 아니니까.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거리를 두고 ‘청춘’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젊은 날엔 젊음을 몰랐는데, 이젠 회상하고 추억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이번 앨범에는 옛날 생각 나게 하는 노래들이 좀 많아진 것 같아요.

 

 


Stupid Love Song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전기뱀장어의 노래 가사들을 쭉 읽어봤어요. 들을 땐 몰랐는데 모아서 읽어 보니 연애편지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 어릴 땐 학교에 반마다 인기 있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잘생겼거나 운동을 잘한다든가. 저는 전혀 그런 타입이 아니었어요. 밸런타인 데이 날 내심 기대하면서 신발장을 열었는데 안은 항상 비어 있는…. 얘길 듣고 보니 그때 당시에 받고 싶었던 편지들을 제가 지금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 근데 솔직히 저희 노래가 연애편지로서는 빵점 아닌가요? 화끈하게 고백도 못 하고 계속 혼자 속으로만 생각하고, 고백도 이상하게 돌려 말하잖아요.

••• 맞아요. 그렇잖아도 저희 노래가 찌질하다는 얘기 많이 듣는데. 저도 찌질한 학생이 혼자 쓰는 일기장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 하긴 현실에서는 이런 편지 받으면 찢고 싶을 수도 있어. 뭐라는 거야, 하면서.

 

사실 ‘찌질’하다는 건 그만큼 디테일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건데.

 

••• ‘찌질’하다는 게 어감이 안 좋아서 그렇지, 저희는 좋은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비슷한 느낌의 ‘너드’에는 귀여움이 있잖아요.

••• 다른 사람보다 감정적으로 섬세하고, 자기나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좀 더 세세하게 표현 할 수 있는 능력을 ‘찌질하다’고 얘기한다면 그냥 찌질한 게 나은 것 같아요. 연애할 땐 누구나 감정도 좀 더 자세히 느끼게 되고, 조금씩 바뀌잖아요. (갑자기 진행) 연애할 때 특히 많이 변하는 멤버 있어? 나는 별로 안 변하는데.

••• 니가 제일 많이 변하지.

••• 뭐하고 놀았는지 계속 얘기하잖아.

••• 그게 뭐 변하는 거야.

••• 우리 네 명의 개그 세계에 다른 친구 한 명이 사실상 더 들어오는 건데도?

 

 

(황급히) 자, 특히 20대들이 전기뱀장어 노래에 많이 공감하는데, 어떤 20대를 보냈나요?

 

••• 전 노래방을 참 많이 갔어요. 근데 노래방에 같이 다니던 동기들 중에서는 그래도 제가 제일 잘 부르니까 후렴구만 되면 다들 저한테 마이크를 넘겨요. 전 곡의 후렴을 거의 다 불러야 하니까 한 번 갔다 오면 항상 녹초가 됐어요. 노래방의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리모컨에 ‘멜로디’ 버튼 있잖아요. 그거 끄고 불러야 진짜예요. 그거 끄면 실력 다 티 나요.

••• 난 그거 끄면 진행이 안 되는데….

 

1집 앨범의 타이틀이 <최고의 연애>였어요. 무엇이 ‘최고의 연애’라고 생각하시나요?

 

••• 지금 하는 연애?(웃음)

••• 와~ 살기 위해….(김예슬은 ‘가을방학’ 의 계피와 결혼한 팀 내 유일한 기혼자다.)

••• 무리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데이트 폭력도 많고 워낙 흉흉하잖아요. 최고의 연애는 끝날 때든 지속될 때든 폭력적이지 않고 평화롭게 연애 본연의 목적인 ‘즐거움’을 서로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더 뜨겁고 낭만적인 것만 좋은 줄 알았는데 요즘은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 저도 비슷한데, 어렸을 땐 그렇잖아요. 소유하려 하고 집착하고. 무엇보다 상대를 한 명의 주체로서 인정하는 게 중요해요. 다들 그게 잘 안 돼서 문제겠죠?

 

전기뱀장어 노래 중에서, 현재나 미래의 연인에게 불러주면 좋겠다 싶은 노래는 무엇인가요?

 

••• ‘공룡’이요. 영화나 드라마엔 ‘인류 멸종’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잖아요. 그런 세상에 너랑 나랑 둘만 남는다는 상상이 되게 로맨틱한 것 같아요.

••• 예슬이가 불렀던 ‘흡혈귀’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 가사대로 꼭 얘기해주고 싶어요. 예슬이가 처음에 데모를 들고 와서 녹음을 받아줬는데 그때 첫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생각보다 얘가 미성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가끔 기타 잡으면 혼자 연습하는 곡 중 하나예요. 제목이 좀 그렇긴 하지만.

••• ‘널 향해 달리기’요. 연애가 좋긴 하지만 점점 쉽게 결정하기 힘들잖아요. ‘길고 긴 한숨 소리 끝에 다시 내 앞에 서 있는 너’라는 가사 를 들으면 이 사람이 얼마나 고민을 하다가 그 사람에게로 달려왔을지 그 마음이 느껴져요.

••• 저는 이번 앨범의 12곡 중에 제일 낭만적인 ‘적도’를 택할래요. 무역풍이 부는 낭만 적인 공간에서, 해변을 걷고 모히또를 마신다는…. 그러다가 ‘점심이나 먹을래?’라고 묻는데, 그건 다음날까지 같이 있자는 거거든요.(웃음) 물론 이건 저만의 해석이지만, 참 좋은 노래 라고 생각합니다.

 

 

Photographer 배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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