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나. “딱 1년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쉬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반복되는 학업에 지쳐 모든 의욕은 방전되어 버린 지 오래고…. 누군가 ‘짠’하고 휴식을 선물해 줬으면 싶은 순간.

 

그런 시간을 서양에서는 ‘갭이어(gap year)’라 부른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딸이 대학 입학 전, 1년간의 갭이어를 갖는다고 해 화제가 됐다. 갭이어는, 해석하자면 연(year) 사이의 틈(gap), 쉴 틈, 인생의 틈을 주는 뭐 그런 거다. 사전적으로는, 고교 졸업 후 또는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봉사, 여행 등의 경험을 쌓는 기간을 말한다. 휴학과 비슷하지만, 스펙 쌓기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는 점이 다르달까.

 

우리나라에도 갭이어를 떠난 친구들이 있다고 해서 만나봤다. 열심히 달려온 자신에게 삶을 돌아볼 기회를 주고 싶었다던 대학생 4인.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갭이어는 인생의 하프타임이라는, 23살 남정원

파리 여행 중 갑작스럽게 내린 비, 우산 대신 봉투를..

 

Q 갭이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학교를 이대로 더 다니면 안 될 것 같았어요. 학사경고까지 받았으니 말 다했죠. 그땐 모든 게 혼란스러웠어요. 저 자신에 대해서 못 믿게 되더라고요. 그  시기를 극복하는 첫 단추가 갭이어였어요. 나를 믿고, 하고 싶은 일을 쭉 해보기로 한 거죠. 정말 철저히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았어요. 후회는 없어요. 버킷리스트에 있던 일들을 가장 많이 지워나갔던 시기거든요.

 

Q 파리 민박집에서 일하면서 갭이어를 보냈다고 들었어요?

A 유럽여행을 다녀왔어요. 떠나기 전, ‘갭이어코리아’라는 기관의 ‘그곳에서 살고싶다’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어요. 파리에서 민박집 일을 도우며 두 달 동안 지냈죠. 민박집에서 일하면 가장 좋은 점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들의 경험과 인생까지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학교 다니면서 연남동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어요.

 

우연히 마주친 외국인들과 “photo together”라는 한 마디로 찰칵

 

Q 갭이어가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A 인생이라는 경기의 하프타임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23년밖에 안 살았지만, 갭이어를 기점으로 인생의 전후반이 나뉜 기분이에요.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어요. 그리고 뭔가 ‘큰’ 결심이 필요한 일들에 대담해진 것 같아요. 저에 대해 관대해지기도 했고요. 모든 책임은 온전히 제게 있겠죠. 하지만 전보다 더 ‘나’의 삶을 사는 느낌이 들어요.

 

Q 갭이어 한 번 더 콜?

A 완전 나이스죠. 사실은 졸업하고 영국이나 아일랜드 쪽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고 싶어요. 아예 한 곳에서 오래 살아보고 싶기도 하고, 기회가 된다면 학교를 더 알아보고 싶기도 해요. 뭐가 될진 모르죠. 그냥 그 순간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있겠죠. 하하.

 

Q 정원씨의 갭이어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A 탈의실. 갭이어를 통해 온전히 저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더 많이 솔직해졌어요. 밑바닥에 있는 제 모습에 대해서까지 인정을 하게 되더라고요.

 


잘 먹고 푹 쉬었습니다, 25살 이정림

휴식을 찾아 떠난 제주도, 월정리

 

Q 갭이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대학교에 들어오면서 바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됐어요. 집순이인 제가 집을 떠나 생활을 하는 게 많이 외롭기도 하고, 학교생활도 쉽지 않더라고요. 지치고 힘든 내 일상을 내려놓고 오직 나를 위한 휴식이 필요했어요.

 

Q 그래서 계획대로 잘 쉬었나요?

A 완전 푹 쉬었어요. 우선 여행을 많이 다닌 것 같아요. 날씨가 좋은 4월에는 엄마랑 둘이 제주도 여행을 떠났어요! 보통 4월은 중간고사 기간이라 제일 날씨가 좋은데도 못 즐기는 게 아쉬웠거든요. 그리고 취미활동도 꾸준히 했어요. 필라테스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향초를 직접 만들어서 주위 사람들한테 선물하기도 했어요. 직접 재료를 고르고 만드는 시간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어요.

 

갭이어를 갖는 동안 취미가 된 향초 만들기

 

Q 갭이어가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A 힘들고 지친 나날을 겨우겨우 버티고 나서 찾아온 오아시스같은 시간이였어요. 처음에는 부모님도 반대하셨지만, 학교 다니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기꺼이 허락해주셨고요. 복학하면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남은 학교생활을 잘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Q 정림씨의 갭이어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A 내가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

 


지금은 세계 여행 중, 23살 조예진

태국의 섬, 석양이 아름다운 코창에서

 

Q 갭이어를 선택한 이유는 뭐예요?

A 새 학기의 설렘, 중간고사 전날 새벽 4시의 쫄깃함, 끝이 없지만 끝을 내고야 마는 과제의 카타르시스…. 모두 소중한 순간이었지만 언젠가부터 권태가 느껴졌어요. 그래서 대학 넘어 더 넓은 세계를 보고 느끼며 ‘대학사회’에 갇혀버린 생각의 한계를 깨려고 갭이어를 선택했어요.

 

Q 지금 세계 여행 중이라고 들었어요.

A 5주간의 동남아 여행을 끝내고 지금은 인도에 있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인도의 바라나시예요. 갠지스 강가 화장터에서 타고 남은 뼈를 뿌리면 옆에서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어른들은 빨래를 해요. 죽음도 삶의 한 장면이 되는 그곳에서, 죽음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더라구요.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Q 행복해요?

A 네. 행복해요. 세계 일주라는 꿈을 이뤘으니까요. 여행하면서 제일 많이 한 말이 ‘아 진짜 행복하다’ ‘진짜 꿈같다.’라는 말이었어요. 제가 늘 꿈꾸던 세계 일주를 하는 게 지금도 가끔 믿기지 않습니다.

 

인도의 백반이라고나 할까

 

Q 여행(갭이어)이 끝나고 나면 뭐가 변했을 것 같아요?

A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일 것 같아요. 그래도 권태에서 벗어나 신입생의 마음으로 학교에 컴백할 수 있을테니 좋아요. 또, 깨끗한 물, 대중교통 같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고요. 이번 여행이 끝나면 빠르게 일상에 복귀할 예정이에요. 복학하고, 운영하던 페이스북 페이지도 재개하고 무엇보다 가족과 많은 시간 보내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번엔 이번 여행에서 못 간 북미 대륙에 도전할 거예요!

 

Q 예진씨의 갭이어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A 학교 넘어 세상 전격 체험!

 


갭이어로 인생의 방향을 찾았다는, 26살 김병학

물고기를 잡으러 바닷속으로

 

Q 갭이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찬란한 시기의 내게 1년이라는 휴식을 주고 싶었어요. 그동안 못 해봤던 일,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Q 갭이어를 하는 동안 어떤 일을 했어요?

A 버킷 리스트를 실천했어요. 지리산∙설악산 종주, 아버지와 함께 했던 자전거 국토 종주, 그리고 필리핀 팔라완 무인도에서의 4박 5일간의 생존 체험을 했어요. 말을 하다 보니 갭이어를 참 보람차게 보낸 것 같네요. 하하.

 

불아, 붙어라!

 

Q 무인도는 어떻게 가게 됐나요?

A 어릴 때부터 영화 ‘캐스트 어웨이’나 ‘정글의 법칙’을 보고 꼭 한 번 무인도에서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무인도 탐험대 모집 공고를 보게 됐고, 바로 참가신청을 했습니다. 작년 7월에 4박 5일간 다녀왔어요. 무인도에 떨어졌으니 모든 걸 제 힘으로 해야 한다는 게 힘들었어요. 불도 직접 피워야 하고 배가 고프면 작살을 들고 바다에 뛰어들어 생선을 잡아와야 했으니까요.

 

Q 갭이어로 꿈을 찾았다고 들었어요.

A 지라산∙설악산 종주, 철인 3종 경기 등을 경험하면서 내가 활동적인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나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어서 아웃도어 액티비티 상품기획자라는 꿈을 갖게 됐어요. 꿈이 또 변할지도 모르지만, 현재 내가 가진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Q 병학씨의 갭이어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A ‘나침반’이라고 할까요. 우왕좌왕하던 인생의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게 됐거든요.

 


director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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