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한마디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개 버전이다. 저걸 어쩌나 싶은 반려견의 문제 행동이 나오는데, 알고 보면 원인은 늘 보호자에게 있어서(고구마…), 전문가의 솔루션에 따라 보호자가 달라지면 자연스레 개도 변화한다.(사이다!) 여기서 매회 등장하는 해결사가 바로 강형욱 훈련사다. 선한 개상(?)에 부드러운 말투로 나타난 그는 차분히 반려견의 마음을 헤아리고, 사소한 변화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는다.

 

‘갓형욱’, ‘치유계의 요정’ 같은 후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세.나.개>를 애청하고 그의 저서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를 읽는 동안 깨달았다. 이제껏 내가 개를 좋아한다고 해온 말 속에는, ‘좋아한다’ 는 감정만 있었지, 개에 대한 이해는 없었다는 것을. 좋아하면, 좋아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충분하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잘 사랑하기 위해서는 사랑에도 기술이, 그전에 무엇보다 한 존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에게도 다양한 감정과 고유한 개성이 있어요


길에서 만난 귀여운 개에게 다가가고 싶을 땐,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까요?

 

그 강아지한테는 우리가 오늘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잖아요. 기본적으로 강아지들의 인사법은 조심스럽게, 나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것을 확인 받으며 천천히 만나는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정면에서 달려와 “너무 예쁘다!” 하며 얼굴을 들이대는 건 강아지들에게 위협적일 수 있어요. 굉장히 큰 스트레스일 수도 있고요.

 

제일 좋은 방법은 먼저 보호자에게 “강아지가 너 무 예쁜데 인사해도 될까요?” 물어본 다음,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내 냄새를 맡게 하는 거예요. 강아지가 다가오고 싶으면 다가올 테고, 더 많은 터치를 원할 땐 얼굴을 파묻거나 기댈 거예요. 그때는 쓰다듬으며 예뻐해도 좋아요. 항상 이 정도의 인사면 되는데 우리는 늘 무턱대고 만지거나 잡으려고 하죠.

 

우리가 애정에서 하는 행동이라도 개에겐 불편 할 수 있겠네요.

 

당연한 말이지만, 스킨십 전에 먼저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돼요. 사람도 오늘 만난 낯선 사람이 함부로 스킨십을 하는 건 불쾌한 일이잖아요. 개도 그래요. 이미 신뢰와 애정 관계가 형성된 보호자는 괜찮지만, 낯선 사람의 갑작스런 스킨십은 위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죠.

 

그리고 개들은 사실 안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보호자가 안는 것을 좋아한다 는 것은 알죠. 그래서 안기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내가 안고 싶으면, 강아지도 지금 안기고 싶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좋아할 거라고요. 만지고 싶을 때 만지고, 껴안고 싶을 때 들어 올려 껴안는 것이 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일 수 있단 걸 알아야 해요.

 

<세.나.개>를 보면서 개에게 냄새를 맡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어요. 산책을 하며 다양한 냄새를 맡는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라고요.

 

개에게 코는 인간의 입과 눈과 귀를 합쳐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런데 우린 냄새를 못 맡게 할 때가 많잖아요. 입과 눈과 귀를 한 번에 다 막는 것과 같죠. 그러다 보니 개들이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개들은 눈으로 상대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냄새를 맡아 정보를 얻으려고 해요.

 

특히 다른 개에 대한 정보를 얻을 때는 응가 냄새와 엉덩이 냄새를 맡고 싶어 하는데, 산책하다가 다른 강아지 엉덩이에 코를 들이밀면 우린 못 하게 하잖아요. 내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가도 줄을 잡아당기고요. 강아지한테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죠. 마음껏 냄새를 맡게 하는 것 만큼 강아지들을 기분 좋게 하는 건 없어요. 산책을 하면서 여러 냄새를 맡게 해주고, 저녁에 집에 돌아왔을 때도 밖에서 묻혀온 냄새를 충분히 맡게 해주는 게 반려견을 훨씬 안정적으로 만드는 방법이에요.

 

개들의 성격도 궁금해요. 개들도 사람처럼 저마다의 고유한 성격이 있는 거겠죠?

 

그럼요. 사람들이 흔히 악명 높은 개로 부르는 게 슈나우저, 비글, 코카스패니얼이죠. 그런데 걔네들은 기본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게 태어났어요. 코카스패니얼은 원래 사냥개였어요. 앉아 있는 새들을 뛰어다니며 다 날려 보내게끔 훈련받아온 개죠. 원래 성향이 그런 개라면, 본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우리가 잘못된 거지, 그들이 잘못된 게 아니거든요. 사람들은 개의 어떤 ‘모양’만을 원하지, 그들의 성향과 안에 있는 매력까지 원하는 게 아닌 경우가 많아요.

 

코카스패니얼에 골든 리트리버 성격, 보더 콜리에 골든 리트리버 성격, 말티즈에 골든 리트리버 성격. 이것만 원해요. 사람처럼 반려견들 또한 모두 고유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요. 그런데도 우리는 머릿속에 원하는 개의 이미지를 그려놓고, 자신의 기대와 상상대로만 행동해주길 바라는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혼내거나 벌을 주고요. ‘어떻게 하면 내 생활은 해치지 않으면서, 개들이 주는 기쁨만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거예요.

 

 

짖는 게 문제라구요? 개는 원래 짖어요


이곳 ‘보듬반려견행동클리닉’을 찾아오는 경우는 보통 어떤 경우들인가요?

 

다양하지만, 어쨌든 이곳을 찾아오는 보호자들은 개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데려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우리는 개를 대하면서 내가 불편하면 ‘문제’라고 생각하고, 내가 편하면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막상 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아요. “그냥 이게 개예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어요.

 

개가 자꾸 짖는다고 짖지 않게 해달라는데, 개는 원래 짖어요. 우리도 내 감정을 표현하려고 말을 하잖아요. 짖는 표현도 강아지한테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방법 중 하나예요. 내가 그냥 말하는 걸 다 공격이라고 한다면, 누가 말하고 싶겠어요.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개가 짖는다면 ‘나 오늘 여기서 놀다 갈 게, 너 해치러 온 거 아냐, 냄새 맡아봐.’ 그렇게 안심시키는 과정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우리는 개가 그냥 안 짖었으면 좋겠는 거예요. 즐거워서 짖는 것도 안 되고, 두려워서 짖는 것도 안 되고, 내가 너 쓰다듬고 사탕 물려줄 테니까 제발 짖지 좀 마! 이거예요. 말이 안 되죠.

 

그럼 보듬에서는 ‘짖지 않게 만드는’ 교육은 하지 않겠네요?

 

그러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어요. 그건 능력 밖이에요.(웃음) 기본적으로 개들은 보호자의 감정에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현관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면 위협이라 느낄 수 있죠. 그럴 때 혼내는 게 아니라 보호자가 옆에서 “나도 저 소리 들었어, 근데 별 거 아니야. 위험하지 않아” 안심시킴으로써 짖는 것을 빨리 완화하는 방법을 교육하죠.

 

저는 ‘안 돼’라고 하는 교육은 진행하지 않아요. 그 말에는 사실 짜증나, 내 거야!, 저리 비켜 등 가만 보면 내 화풀이와 짜증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안 돼’ 대신 그 행동을 커트할 수 있는 다른 행동들을 교육해요. 끼어든다든지 손뼉을 친다든지 주위를 돌리는 행동들로 멈추게 하는 거예요. 뉴질랜드에서는 아이들을 교육할 때 보육교사가 ‘No’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한대요. 대신 ‘Stop’ 이라고 하죠. 왜냐하면 우리가 그들의 행동을 판단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어렸을 때 다들 억울해본 경험 있잖아요? 나는 그냥 한 행동인데, 잘못했다고 혼을 내니까. 조금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이런 접근 방식은 개한테도 똑같아요.

 

<세.나.개>에서 “막상 가서 보면 보호자가 아니라 강아지가 신청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거 보세요, 저렇게 밥 줘요, 나한테 저렇게 말해요, 그런 얘기를 전하고 싶어서요.”라고 말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결국 보호자의 잘못된 대응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더라고요.

 

우리는 우리 행복을 위해서 강아지를 이용하면서도, 강아지가 보내는 신호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요. 보듬에 찾아온 보호자 중에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가 있었어요. 강아지가 형제를 자꾸 문다고 찾아왔어요. 그 집에 가보니, 아이들이 강아지를 붙잡고 줄다리기를 해요. 피아노 밑으로 들어가면 장난감 칼로 휘젓고요.

 

그런데도 엄마는 “아이가 강아지를 잘 가지 고 노니, 강아지가 깨물지 않게만 해달라”고 해요. 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된다는 걸 가르쳐줘야 해요!” 하죠. 아이들을 물게 되기 전에, 강아지는 이미 힘들다고 충분히 표현했을 거예요. 그런데도 모르고 있다가 자신이 불편해지고 나서야 ‘갑자기’ 이런다는 거예요.

 

무조건 소리치고 혼내기 전에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를 살펴보아야 해요. 좀 더 강아지의 입장과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내 개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고 명령과 통제만 하려는 건 안타까운 일인 것 같아요.

 

내가 주인이니까, 명령을 하면 복종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개를 ‘소유’의 개념으로 여기기 때문이겠죠. 내가 너를 돈 주고 샀으니까 너는 내 말을 들어야 하고, 조용해야 하고, 짖지 않아야 하고…. 그런데 생명이 있는 것은 우리 편의대로 되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거예요.

 

살아 있다는 것은, 움직이고, 생각하고, 느낀다는 거예요. 시골 할머니 집에 묶여 있는 개도, 아빠 식당 앞에 묶여 있는 개도 똑같이 아파하고 외로워하고 기쁨과 반가움을 느껴요. 개에게도 삶이 있어요. 사람과 같이 놀고, 먹고, 자고, 걸으며 감정을 나누고 싶어 해요.

 

좋은 주인이 아니라 좋은 친구가 되어주세요


<세.나.개>를 보고 이 책을 읽는 동안, 개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이 정말 많았구나 생각 했어요.

 

잘못 알았다기보다 몰랐죠. 그런 것들을 알 수가 없었고. 저와 같은 훈련사들, 이쪽의 전문가들도 지금까지 그런 걸 알려고 노력도 안 했던 것 같고. 이 인터뷰를 보면서 ‘내가 잘못했어, 실수했 어…’ 하는 거? 아니에요. 저는 그냥 정확히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우리를 잘 몰라요.

 

SBS <동물농장>에 ‘강아지 공장’이 방송된 이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걸 성토했어요. 그런데 정작 우리 엄마가 운영하는 국밥집에 묶여 있던 진돌이도 그런 개인 거예요. 평생 묶여 있고, 사람이 주는 짬밥 먹고, 일 년에 두 번 강아지를 낳아요. 강아지가 태어나면 어떨까요? 묶여 있는 엄마 옆에서 두 달쯤 지내다가 개 팔아요, 하는 트럭에 실려가버려요. 딸이 주말에 와서 강아지 어디 있냐고 하면 “응, 다른 사람 줬어” 하겠죠.

 

인스타그램에 강아지 공장 반대한다는 해시태그를 무수히 달면서, 아무도 그런 얘긴 안 해요. 사실 너무 찔리는 얘기잖아요. 그대신 잘못한 사람을 만들고 싶어 해요.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늘 하는 것들요. 누가 잘못한 거야? 누구야? 나쁜 사람을 하나 만들어놓고 비난하고 싶어 하죠.

 

그런데 사실 우리 안에 다 있는 이야기거든요. 그걸 정확히 봤으면 좋겠어요. 그럼 나는 뭘 해야 할까? 식당 앞에 묶여 있는 개를 데리고 한 번씩 산책을 해주면 돼요. “아빠, 우리 진돌이 매년 강아지 낳기 힘들 텐데 중성화 수술 시켜주면 안 될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는 거네요.

 

네. 방송 보고 ‘좋아요’ 누르거나 해시태그 붙이는 것 말고, 내가 정말로 무얼 하려 한 적 있나? 묶여 있는 강아지한테 물이라도 한 번 줘봤나? 생각해 보고,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어요. 제가 캠페인을 하나 하고 싶은데, 묶여 있는 개들한테 넘어지지 않는 물그릇을 놓아주는 일이에요.

 

아침에 주인이 물을 따라 주고 나가면 밤까지 물 줄 사람이 없거든요. 그런데 묶여 있는 개들은 움직이다가 쉽게 물그릇을 엎어요. 그럼 한여름에 주인이 올 때까지 물을 못 먹는 거예요. 그러다 폐사하는 경우도 있고요. 너무 안타깝잖아요. 제품은 이미 나와 있는데, 이런 캠페인을 하고 싶어도 아직까지 후원이 잘 안 돼요.

 

그럼에도 언젠가 개를 키우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먼저 묻고 싶어요. 개를 왜 키우고 싶나요? 외로워서요? 생명은 그 자체로 존중 받아야지 어떤 용도로 쓰여서는 안 돼요. 외롭다거나 예뻐할 대상이 필요해서 키운다면… 행복에 강아지를 이용하지 마세요.

 

강아지와 산다는 건 정말 환상적인 일이에요. 가끔은 이렇게 말할 때도 있어요. 이렇게 멋진 강아지를 네가 키울 수 있겠어? 이렇게 사랑을 많이 주는 강아지를 네가 기를 자격이 있을까? 강아지와 함께 살려면 하루에 세 번 산책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강아지 털쯤은 빗질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그게 싫어서 빡빡 밀지 않고), 또 내가 좋아하는 것 몇 개를 부셔도 화내지 않을 수 있고, 저녁에 들어오면 좀 쉬고 싶어도 한동안 앉아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강아지의 말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되게 스위트 해요. “잘 다녀 와. 기다릴게.” “오늘 기분은 어때?” “괜찮아?” “기분이 안 좋아? 같이 놀까?” 이렇게 말하는 친구가 늘 곁에 있는 거예요. 그런 멋진 친구와 함께 살려면, 내가 정말 준비가 되어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Photographer 김재윤 Z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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