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딴 걸 기사로 다루냐고 욕할 수도 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등 뒤로 식은 땀이 흐르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동안 칠칠치 못하게 김치 국물을 묻히고 다닌다며 나무랐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지금 난 똥줄기를 매단 채 앉아있는데 과연 내가 누구를 욕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메르스 백신보다 귀중한 정보를 언라이크 독자들에게 공개한다.

 

(손에 묻은 생크림을 X이라고 가정하고 실험했다. 보다 확실한 정보전달을 위해 실제 상황에도 적용했는지는 음… 노코멘트!)

 

 

1 발목양말

 

그나마 가장 간편하고 죄책감이 덜하다. 가격도 천오백원 남짓하니 가겨대 성능비도 쓸만 한 편이다. 발가락 부분으로 한 번, 발뒤꿈치 부분으로 또 한 번, 한 켤레로 총 네 번 사용가능하다.

 

세정력 │ ★★★

 

만족도 │ 곧바로 집에 갈 것이라면 추천. 4시간 이상 외부 일정이 있다면 비추.

 

 

2 긴양말

 

길면 길수록 좋다. 특히 스포츠 양말을 신고 있다면 로또급 행운이다. 쿠셔닝도 푹신하여 일반 휴지보다 마찰력이 보드랍다.

 

세정력 │ ★★★★★

 

만족도 │ 마치 두루마리 휴지를 쓰는 것처럼 많이 닦을 수 있다. 하지만 양말 브랜드가 나이키라면 다른 방법도 한번 고려해보자.

 

 

3 속옷

 

어쩌다 한번쯤은 자연인이 되어 아랫배를 옭아매는 속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노팬티로 화장실을 나서는 기분, 포카리스웨트 CF처럼 상쾌하다.

 

세정력 │ ★★

 

만족도 좋은 속옷일수록 손에 그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기분 정말 뭐 같다. 내 이럴까봐 좋은 속옷을 안 입는다.

 

 

4 주민등록증

 

다급하게 지갑을 열면 가장 눈에 띄는 게 바로 주민등록증이다. 내 얼굴로 항문을 문지를 수 없으니 반드시 그 반대쪽으로 닦을 것. 기껏해야 두 번 정도 닦을 수 있다.

 

세정력 │ ★

 

만족도 │ 잘 안 닦이는 건 둘째치고 뭔가 내 분신을 더럽히는 것 같아 찜찜하다.

 

 

5 천원짜리 지폐

 

퇴계 이황 선생님께 고개숙여 사죄의 말씀을 전한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다급한 마음이 앞섰다. 만일 오천원이나 만원짜리 밖에 없을 시에는 옆 칸에 양해를 구하고 정중하게 잔돈교환을 요청하자.

 

세정력 │ ★★★

 

만족도 │ 현찰을 이렇게 소비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가?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지폐는 물에 젖어도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 물에 씻어서 재활용해도 괜찮다는 얘기다.

 

 

6 휴대폰 케이스

 

뚜껑이 있어서 여닫을 수 있는 휴대폰 케이스는 두 번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배터리 커버도 있는데 휴대폰 케이스까지 씌었다면 기회는 더블! 문제를 해결하자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한다. 이걸 버릴 것인가. 씻어서 계속 부착하고 다닐 것인가.

 

세정력 │ ★★★

 

만족도 │ 의외로 괜찮았던 제품. 모서리를 활용하여 덩어리를 긁어내고 남이 썼던 휴지를 재활용해서 마무리하면 깔끔하다.

 

 

7 남이 쓴 휴지

 

지인을 토대로 설문조사 한 결과 가장 많이 시전하는 방법이다. 그 넓은 휴지에 내 작은 항문 비빌 곳이 없을리가!

 

세정력 │ ★★★★

 

만족도 │ 엉덩이에 묻을 위험성만 없다면 이 얼마나 깔끔한 방법인가!

 

 

8 휴지심

 

마음을 가다듬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라. 이 녀석만 덩그러니 휴지걸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같은 극 자석처럼 끌린다. 그렇다. 항문도 이 녀석을 원하고 있다.

 

세정력 │ ★★

 

만족도 │ 표면이 거칠고 딱딱해 항문에 상처가 날 수 있다. 곱게 펴서 여러 번 비비고 문지르자. 한층 보드랍고 연해진 재질로 일처리를 할 수 있다.

 

 

9 변기 물

 

물을 한번 내려 배설물을 흘려보내면 다시 깨끗한 물(?)이 변기에 차오른다. 찝찝하다면 두 번, 세 번 정도 물을 내린 뒤 시행해도 무방하다. 문제는 직접 손으로 할짝할짝 씻어내야 한다는 건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세정력 │ ★★★★

 

만족도 │ 세정력은 나쁘지 않음. 하지만 나머지 경우보다 기분이 매우 불쾌함.

 

 

10 손가락

 

신은 우리에게 양 손과 열 개의 손가락을 주었다. 이유가 뭐겠는가? 휴지 없을 때 사용하라는 얘기다. 손가락을 활용한다면 총 열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와, 열 번이나 닦을 수 있으면 이건 뭐 비데보다 훌륭하지 않아?

 

세정력 │ ★★★★★

 

만족도 │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입술을 만진다’ 라며 자기 최면을 걸 것. 절대 맨 정신에는 할 수 없다.

 

 

11 그냥 나간다

 

먼저 변기에 엉덩이를 세게 부딪치며 잔여물을 털어낸다. 그리고 과감하게 속옷을 올리자. 걷는 보폭은 최대한 좁게, 그리고 재빠르게 한발 한발 내딛는다.

 

세정력 │ ★★★★★

 

만족도 │ 현재 입고 있는 속옷은 거의 버린다고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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