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다니시죠?”

“네.”

“딱 여대 다닐 것 같았어요.”

 

응? 칭찬이 아닌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여대생을 바라보는 시선과 편견에 관해, 강은지(성신여대 영어영문학), 김세림(숙명여대 경영학), 모지영(덕성여대 사회학), 손수민(이화여대 언론정보학), 조혜미(서울여대 교육심리학) 학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필

강은지는?

적당한 리듬감을 좋아합니다.
음악도, 일상도. 지루한 건 싫어요.

 

소속 성신여대 영어영문학 8학기
취미 음악 감상, 다육이 키우기

 

김세림은?

행복하길 포기하지 않는 사람

 

소속 숙명여대 경영학 졸업
취미

 

모지영은?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마무리는 시원한 맥주로~ 20대 모두 힘내요!

 

소속 덕성여대 사회학 마지막 학기
취미 음악 들으면서 걷기

 

손수민은?

능력과 겸손을 두루 갖춘 사람이 되고 싶어요.

 

소속 이화여대 언론정보학 7학기
취미 머리 가만히 안 내버려두기 (잦은 염색, 잦은 커트…)

 

조혜미는?

제가 뭐가 될지 저도 아직 몰라요.

 

소속 서울여대 교육심리학 5학기
취미 시각적인 잡다한 활동들을 즐겨 합니다. (사진, 영화, 애니, 그림 등)


Q. 여대생은 개인적이다?

여대생은 개인적이거나 서로 끈끈하지 않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혼자 밥 먹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개인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친구의 스케줄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대 애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크다”거나, “서로 끈끈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다. 여대 안에서 나름대로 동문회나 선배와의 자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생각했던 대학 로망과는 많이 달랐다. 학교마다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 학원 다니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공학에서는 수업이 끝나면 모여서 술 먹거나 놀러 다닌다고 하더라.

 

여기서는 친구들과 따로 약속을 잡지 않는 이상, 각자 일과가 있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학과 친구’보다는 ‘내 친구’와 노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개인주의로 비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만난 여대생들은 전혀 이기적이지 않았다. 자기 것만 챙기지도 않았다.

 

우선 나는 학교 안과 밖에서 모두 동아리 활동을 했다. 학교에선 연극부에 있었다. 같은 나이에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까 공감대가 생겼다. 온종일 붙어 있으니까 가족처럼 끈끈해졌고. 반면 외부 동아리에서는 배우고 싶은 게 비슷한 친구들을 만났다.

 

“여대라서 개인적이다”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듯이, “여대여서 끈끈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끈끈함은 구성원의 성별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대학에 들어오면 고등학교 때보다 선택지가 많아진다. 취미가 다르면 따로 다닐 수 있고, 모임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강제성도 없다. 그러니까 개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끌어주고 정을 만들어주는 분위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공학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딘가에 소속되려는 노력을 스스로 하지 않으면, 친해지기 어려운 것은 다 똑같다. 그런데 여대생이기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서운하다. 대학에서 다 일어나는 일이다.


Q. 여대생은 팀플을 못한다?

팀플을 못한다는 말도 있었다. 서로 화합하지 않거나, 자기 것만을 챙긴다면서.

 

여자라서 싫어하거나 못 하는 게 아니다. 남녀 관계없이 모두가 팀플을 싫어한다.

 

가끔 SNS에서 ‘프리라이더 발암 상황’ 같은 카톡 짤이 올라오면, 여자가 얄밉게 부각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대부분 조장은 ‘오빠’였고, 프리라이더는 ‘여자 후배’였으니까. “오빠~ 우리 이름 빼면 안 돼요!”라면서.

 

하지만 이건 성별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대학을 가든 대외활동을 하든 프리라이더는 있다.

 

숙명여대는 ‘숙제여대’다. 6전공에 7팀플을 한 적도 있다. 만약 여대가 개인주의적이라면, 무임승차는 더욱더 불가능하다. 프리라이더가 되면 또라이로 몰리거든.

 

‘프리라이더 발암 유형’ 같은 것을 보면, 가만히 있다가 조장 빼고 다 나가버리지 않나. 여대 친구들은 자기책임을 다하는 편이다. 상대에게 피해를 안주기 위해서라도 자기 몫을 다한다.

 

예전에 학교 선배가 “여대에서는 꼴찌도 공부하고 꼴찌한다”고 했는데 진짜 그렇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여대생이 학업에 대한 고충을 말할 때 “내가 여대에 다녀서 치열하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면 공학에 다니는 친구들은 “우리도 힘들어!”라고 말하고.

 

우리가 스스로 말하면서 ‘여대는 치열하다’는 생각을 만들지는 않았을까?

 

성향 차이나 학과 차이, 아니면 수업 듣는 학생들의 분위기 차이가 큰 것 같다.

 

우리 학과는 소수 정원이라 유대감이 크다. 팀플할 때 서로 자료를 찾아주며 돕는다. 나는 특히 집단에서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 학과의 분위기가 편안하다.

 

넉넉함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못 해온 과제를 선배가 대신 막아주는 훈훈함을.(웃음)

 

눈을 돌리면 어디선가 로맨스나 미담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이 있는 반면, 우리는 자기 할 일을 깔끔하게 잘해야 하는 환경이다.(웃음)

 

대신 좋은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2학년 때 내가 봤던 멋진 언니가 있었는데, 팀플 하다가 친해져서 좋았다.

 

내가 만난 친구들은 조직 생활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조직에서도, 혼자서도 다 잘해낼 능력이 있었다.


Q. 여대생은 연애에 굶주려 있다?

연애와 사랑에 목말라 있다는 시선이 있다. 외부 동아리에 들어가면 “남자 만나러 왔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고.

 

그래. 맞다. 너희도 여기 여자 만나러 왔잖아.(웃음)

 

기회를 갖고 싶은 것일 뿐. 연애를 안 해서 미쳐버리겠다는 뜻은 아니다.

 

연애하는 친구들은 어느 학교를 다니든지 다 하고 있다.

 

외부 영어토론동아리에서 남자친구를 만났다. 사귄 이후에 몇 명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목표 달성했네”라고 했다. 아니, 난 아직 영어 실력을 얻지 못했는데?(웃음)

 

여자대학 학생이 외부활동을 하면 목적 1순위엔 연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남자나 여자나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그런데도 여자가 연애에 굶주려 있다거나 안달 나 있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나는 여고와 여대를 나왔지만 남자사람친구들도 많다. 남자 10명을 만나면 10명 다 연애하고 싶다며 여자 좀 소개해달라고 한다.(웃음)

 

그런데 여대에서 만나는 친구들 100명, 200명 가운데서 소개팅 해달라고 말하는 친구들의 비율은 10%가 안 된다.

 

학교에 다니면서 “너는 여자니까”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너는 할 수 있다”는 들어봤어도. 행여 성차별을 하는 교수님이 계신다고 해도 학생들의 항의 때문에 학교에 오래 계실 수 없다.

 

수업에서도 여성 문제를 더 깊이 다룬다. 그럴 땐 남성의 시선으로 우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점을 배운다. 학교에 있으면서 내가 여자인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나도 그렇다. 교양에서도 여성학 수업이 많이 열린다. 나는 영문학과인데, 여성 작가가 쓰거나 여성의 시각이 많이 반영된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과거 여성이 핍박 받았던 문제나 여성의 처우를 배우니까, 예전엔 당연한 줄 알았던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사회학 수업을 들으면서 야동이 남자들이 좋아하는 장면들로 이뤄진 거란 사실도 알았다. 여성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 많은데, 사실 여성이 좋아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걸 좋아하는 듯이 표현해놓은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일본에서 여자를 위한 야동이 많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여성에게 폭력이 가해지는 영상이었다면, 새로 나오는 것은 로맨틱하다고 하더라. 영상에 필터도 입히고, 여자를 사랑스럽게 보듬어주고 존중한다고.(웃음)


여대생은 소극적이다?

여대생은 소극적이거나, 드세다는 편견이 있다.

 

병원에서 침을 맞았는데, 의사선생님 말씀에 “네네~” 대답했다. 그런데 대뜸 여대생이냐고 묻더라. OO여대 다닌다고 했더니 그럴 것 같다고 하는 거다.

 

난 조용하게 있었을 뿐인데? OO여대생 같다는 말은 조용하다는 건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리학교의 이미지가 그렇구나 싶었다.

 

여대를 겪지 않은 사람들이 여대생에게 갖는 이미지가 있다. 새침데기 아니면 깍쟁이에다가, 여성여성하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다.

 

외모로도 나누는 사람들도 봤다. “OO여대는 예뻐”, 아니면 “OO여대생은 깍쟁이야”라면서.

 

미팅이나 연합동아리에 가면 이런 말을 꼭 듣는다. “내가 만나본 OO여대 애들은 이랬다.” 그분들이 만난 여대생은 그랬겠지만, 그분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생각일 뿐이다.

 

나는 다른 사람이다. ‘여대생스럽다’는 것도, ‘여대생스럽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이미지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나는 다른 분들이 말씀하신 것과는 반대되는 경험을 했다. 인턴을 했을 때 “너는 딱 여대 학생회장 같다”라는 말을 들었다. 여대 학생회장은 ‘드셈’의 정석이라면서.

 

그래서 인턴 첫 출근 날 “네가 그렇게 여장부라며? 여대 학생회장 했으면 알 만하다”고 하더라. 내가 들은 뉘앙스는 “와~ 여장부야? 짝짝짝”이 아니었다. “니가 여장부야? 여긴 회사야!”라는 우려가 섞여 있었다.

 

한번은 사수님이 그런 말씀을 했다. “학교에서 한 활동을 좋게 봤다. 한편으로는 여긴 조직이고 무던하게 묻어가야 하는데 튈까봐 걱정했다.” 동료 인턴들도 “너 진짜 걱정했는데, 언니들한테도 안 대들고 잘 지내서 좋아 보였다”고 말하는 거다.

 

생각해보면 ‘드세다’는 말은 남자에게는 붙지 않는 수식어 같다. “저 남자애 드세다”고 표현하지는 않으니까. 여자들이 자기 의견을 피력할 때 ‘드세다’고 말하곤 한다.

 

드세다는 말에는 위협적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 외국에 있을 땐 나를 씩씩하다면서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씩씩함도 하나의 특성이다.

 

그런데 씩씩하거나 진취적이라고 말하는 대신 ‘드세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뭘까? ‘드세다’는 말은 어떤 기준을 넘어선, 삐져나간 사람에게 쓰는 부정적인 말이다.

 

개인의 성향이다. 그런데 여성은 소극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서, 자기 의견을 말하지 못하도록 만든 장치가 아닐까?

 

여대생에게 갖는 편견은 여자에게 갖는 편견이랑 비슷한 것 같다. 사람들이 “여대생은 어떻다더라”라고 말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여자는 이렇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내가 여대에서 배운 것은 침묵하지 않는 법이었다. 여성인 친구들과 끊임없이 얘기하면서 함께 목소리를 낸다. 이런데도 유대감이 적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여대생은 사치스럽다?

여대생은 사치스럽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대생은 파스타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처럼 평범한 학생은 학교 앞 가게에 간다. 고등학생일 때는 학교 앞에 떡볶이 가게가 많아서 떡볶이를 자주 먹었다. 살면서 먹을 떡을 거기서 다 먹은 것 같다.(웃음)

 

사치스러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컵을 들고 다니면서 백을 들고 힐을 신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사람은 별로 없다.

 

그리고 설령 화려하게 꾸미는 학생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철저히 개인의 자유다. 자기를 꾸미거나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욕망은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한다.

 

저마다 부리는 사치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사치를 부리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잘 보이고 싶을 때도 꾸미고, 나의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서도 꾸밀 수 있는 것이다. 그저 여대생을 깎아내리고 싶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스스로 원하는 미를 찾아서 돈을 쓰는 건 잘못이 아니다. 다만 사회에서 바라보는 20대 여성은 예뻐지고 싶고 잘 꾸미려는 사람들인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하나로 규정된 이미지는 여성의 선택폭을 제한하고 여성을 억압한다. 나의 사치는 세계맥주를 먹는 것이다.

 

힙합 음악을 많이 듣지는 않았지만, 힙합 가사엔 전개가 있다. 보통은 “힘든 과거를 이겨내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으니까, 너넨 날 함부로 욕할 수 없다”는 과정이 담긴다.

 

여자가 아끼고 아껴서 예쁜 가방을 사면, 돈을 모은 과정은 알아주지 않는다. ‘짠내나게 일해서 산 가방이니까, 너넨 날 욕할 수 없다’고 써 붙이지 않으니까.

 

여자가 가방을 사면 누군가가 사줬다는 인식이 있다. 부모님이나 남자친구가 사줬겠지, 생각하면서. 여자의 능력을 낮게 보는 편견이다.

 

‘사치스럽다’는 말은 가진 재능이나 역량에 비해 과한 것을 가진다는 얘기다. 마치 ‘너네는 학생인데다 여자이고, 돈도 벌 수 없을 텐데 감히 그걸 가져?’라는 말 같다. 스스로 얻어낸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불편하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다 똑같은 사람이다. ‘여대생은 이렇다’는 편견은 없어지는 게 좋다.

 

Photographer 조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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