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은 그 자체로 우리 삶의 무게를 증가시킨다. 이미 우리의 어깨는 한차례 또 무거워지고 있다.

얼마 전 봤던 뉴스의 한 토막. 어느 대학의 만화학과가 예술대에서 공대로 바뀐다는 소식이었다. 커리큘럼에 공대 수업 11개가 추가되고, 입시에는 학생부 수학 성적도 반영된다고 한다. 맞다. 요즘은 다들 공대만 찾는다.

 

이런 변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변화는 학문 할 자유를, 그리고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도 생각한다. 만약 만화학과가 공대로 소속된다면 좀 더 나은 지원을 받게 되지 않을까? 만화학과를 살리기 위해 내린 결정은 아닐까?

 

 

물론 사람들은 이 지점을 우려한다. 기초 학문을 등한시하는 것, 대학이 대학으로서 존재하지 않고 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하청 기업이 되어가는 것. 그러나 정말 옛날 학생들만 학문을 갈고닦았고, 요즘 학생들은 학문에 등 돌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옛날 대학은 지식의 상아탑이었던 반면, 요즘은 취업의 상아탑일까? 이런 생각에 의심이 드는 요즘이다.

 

많은 사람들은 대학의 본질인 ‘학문의 장’으로서의 대학이 점점 사라진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이 학문다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들 지독하게도 열심히 공부한다. 단지 학문에 집중하는 것만큼, 아니 더 많이 스펙도 쌓아야하기 때문에 생긴 편견이라 본다.

 

 

옛날 학자들은 물리학자인 동시에 사회학자였고, 종교학자이면서 생물학자였다. 이쪽의 기초 학문을 세운 사람이 저쪽의 기초 학문도 세웠다. 한 사람이 건드린 분야만 십 수 가지에 달했다. 지금은 그런 학자들이 있는가? 지금 학자들이 그 시절보다 똑똑하지 못해서일까? 아니다. 학문이 세분화됐기 때문이다. 문과 이과로 나뉘어, 다른 쪽은 쳐다볼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대학은 사람을 키운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대학의 목표는 여전히 ‘경쟁력 있는’ 학생을 키우는 것이다. ‘경쟁력 있다’는 의미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을 뿐이다. 교육 장소로서의 대학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력 있는 학생을 길러내기 위해 제공해야 할 서비스가 더욱 많아졌다. 대학은 기업 종속적이라고 비판 받지만, 이는 대학의 문제만으로 돌릴 수 없다. 나라 전체에 퍼져 있는 경쟁 만능주의의 문제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이런 말을 했다. “농업혁명은 안락한 새 시대를 열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 채집인들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다. (중략)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 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중략)

 

그렇다면 왜 계획이 빗나갔을 때 농경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작은 변화가 축적되어 사회를 바꾸는 데는 여러 세대가 걸리고 그때쯤이면 자신들이 과거에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는 것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 가운데 상당수는, 돈을 벌어 35~40살 쯤엔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는 꿈을 꾼다. 하지만 막상 ‘원하는 것을 해야 할 나이’가 되면 주택 융자금, 자녀 교육비, 자동차 유지비에 관한 문제가 생긴다. 이때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 뿌리채소를 캐는 삶으로 돌아갈까? 아니다. 노력을 배가해서 노동을 계속한다.

 

그러므로 비판을 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만화학과를 공대로 옮긴 걸 나무랄 게 아니라, 옮기는 과정에서 추가된 ‘공대 수업 11개’를 한탄해야 한다. 해당 학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기획력과 기술력까지 갖춘 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해 학과를 개편하기로 했다”고.

 

이 만화학과 신입생들의 삶이 얼마나 더 팍팍해질 것인가. 우리는 ‘발전의 역설’에 눈물지어야 한다. 발전의 역설에 따르면, 발전은 그 자체로 우리 삶의 무게를 증가시킨다. 이미 우리의 어깨는 한차례 또 무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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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솔리는?

꿈만 큰 사상가. Only One이 되고 싶은 초딩.

yusol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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