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정도에 비해 망각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면 그건 분명 문제가 있다


“조금만 참자, 시간이 약이다.”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친구에게 가장 현실적인 위로는 정말 뻔하지만 이 한마디뿐이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연인과의 이별도, 1년을 꼬박 준비한 시험에서 허무하게 떨어져도, 시간이 지나면 소름 끼칠 정도로 괜찮아진다.

 

인간은 엄청난 회복탄력성을 지닌 망각의 동물이니 말이다. ‘까먹는 능력’은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쳐도. 분노하는 정도에 비해 망각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면 그건 분명 문제가 있다.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강남역 사건. 몇 주 전만 해도 일간지 1면과 뉴스피드를 뜨겁게 달궜다. 많은 정치인과 유명 인사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이슈에 숟가락을 살포시 얹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신기할 정도로 여론은 조용해졌다. 생각해보면 그때도 개인의 의견을 가지고 치열하게 갑론을박만 펼쳤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 우린 그저 울고 화내고 헐뜯기 바빴다.

 

그로부터 약 열흘 후, 강남역과 9정거장 떨어진 구의역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컵라면이라는 감정의 촉매제가 많은 이들의 분노와 슬픔을 더욱 커지게 했다.

 

자본주의 논리가 낳은 비정규직 문제, 갑이 을에게 하청 주는 과정에서의 문제점, 관행이란 이름 하에 지켜지지 않은 규정….

 

구의역 사건은 사회구조적으로 얽혀 있는 크나큰 비극이다. 지금처럼 여러 사람이 슬퍼하고 분노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이 슬픔과 분노의 감정이 얼마나 지속될까란 점이다.

 

2013년 1월 성수역, 2015년 8월 강남역에서도 이와 완전히 똑같은 형태의 비극이 있었다. 그때도 언론은 서울메트로와 규정의 허술함을(며칠간) 욕했다. 대중은 고인이 된 수리공에게 깊은 애도를(며칠간) 표했다.

 

뉴스피드엔 분노와 슬픔이 담긴 글이 넘쳤고, 각종 커뮤니티에선 추모 릴레이가 벌어졌다. 그러고 시간이 지나 까맣게 잊고 살던 지금, 너무나 소름 끼칠 정도로 똑같은 사건이 재발한 것이다.

 

예전 스크린 도어 사고 당시 희생자 가족들이 어떻게 보상을 받았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른다. 지금 구의역 사고 또한 시간이 지나 어떻게 마무리될지 아마 대부분 모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쉽게 화내는만큼 쉽게 잊으니깐.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는 동물이니깐.

그래도 가끔은, 몇몇 중요한 사건들만큼은,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건 사고를 일으킨 연예인이 잠수 타는척 하다 다시 TV에 복귀하는 거나, 금지 약물을 복용한 운동선수가 솜방망이 징계를 받고 다시 타석에 들어서 호쾌한 홈런을 날리는 것쯤은 화나지만 눈감아 줄수 있다. 멍청한 개인의 치명적인 과오일 뿐이니깐. 적어도 그들의 잘못이 내 삶에 피해를 주는 일은 없으니깐.

 

하지만 건강한 공동체를 위협하는 이런 비극은 꼭 오래도록 기억하고 슬퍼하고 화냈으면 좋겠다. 가슴 아픈 사건을 나와 상관없는 운 없는 사람의 이야기로 치부해 금방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들에게 휩쓸려 ‘뭣이 중헌지 알지도 못하면서’ 화부터 내고 보는 휘발성 짙은 분노가 아닌, 사건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고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변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분노를 표출하길 바란다.

 

용기가 없어 행동하지 못하겠다면 기억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거다. 시간이 지나면 쉽게 까먹는 망각의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 빠르게 빠르게 흘러가는 요즘 시대에 어쩌면 가장 필요한 미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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