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이것저것 다 포기하고 있는 요즘 같은 판국에, 『포기하는 힘』이란 화딱지 나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포기에 대체 무슨 힘이 필요한 걸까. 그에게 따져 묻고 싶어 만남을 요청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다 보니 그는 육사를 졸업한 소령 출신의 작가였다. 스스로를 ‘호모애스쿠스’라 칭할 만큼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었다. 책을 읽으며 이왕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잘 포기하는 게 현명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볕 좋은 6월의 어느 날, 그를 만나 ‘포기하는 힘’에 대해 물었다.


노력 중독의 덫

새로 출간한 책 제목이 『포기하는 힘』이다. 상 당히 흥미로운 제목인데. 이 책을 쓰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나?

요즘 ‘노오력’이란 말이 자주 쓰이고, 헬조선, 3포 세대, 5포 세대 같은 말도 생기고 있지 않나. 요즘의 N포 세대들이 여러 가지를 포기하고 있지만, 과연 그들이 포기하는 진짜 목적은 무엇인지, 어떻게 포기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생겨 쓰게 됐다.

 

그리고 어떤 걸 이루기 위해선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때가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꼭 전하고 싶었다.

 

N포 세대 얘기를 했는데. 가뜩이나 많은 걸 포기하고 있는 요즘 친구들에게 더 포기하라고 말하는 건 어찌 보면 가혹하지 않나?

와이프도 책 제목이 너무 도전적이지 않느냐고 얘기하더라.(웃음)

 

이걸 꼰대질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포기하고 있는 현실이, 내가 하고 싶어서 주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 내몰려 수동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내가 연애도,집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너무 체념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그 속에서 가질 수 있는 건 악착같이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기를 수동적으로 하는 게 아닌, 스스로 결정했단 느낌이 들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걸 청년들의 문제로만 한정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이 상황을 만든 기성세대에게도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걸 포기하고 젊은 세대에게 좀 나눠줘야 한다는 내용도 함께 말한 거다.

 

그럼 당신이 생각하기에 20대가 가장 중점적으로 포기해야 할 건 무엇이라고 보는가?
책에서 ‘고시’ 얘기를 예로 들었다. 합격 확률이 2%가 조금 넘는 시험, 그런 시험에 10년 이상 매달리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어마어마하게 많다.

 

『하버드 새벽 4시반』 같은 책에선 “너 새벽 4시반까지 공부 안했지? 힘들다고 얘기하지 마” 이렇게 얘기하고, 『1만 시간의 법칙』에서는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삶을 이야기하지 않나. 이런 이야기들이 주위에 넘쳐나다 보니 우리 사회 전체가 노력에 중독된 것 같다.

 

물론 노력이란 행위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설정한 목표가 과연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 때문에 내가 현재 발 딛고 있는 오늘을 너무나 힘들게 만드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려할 수 있는 한가지 카드가 포기다.

 

노력 중독이라… 안 될 게 뻔히 보이는 레이스에 목숨 거는 행위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포기라는 개념을 이야기하며, 냉정하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한계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학생 땐 대부분이 ‘공부’라는 피라미드의 맨위로 올라가려고 애쓴다. 근데 따지고 보면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그럼 사회가 공부라는 피라미드뿐 아니라, 높이가 낮으면서도 다양한 피라미드를 만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사회는 ‘노력하면 다 될 거야!’라는 헛된 믿음만 끊임없이 주입하며 피라미드의 꼭 대기로 청년들을 내몬다. 그런 내몰림에 휩쓸려 결국 많은 이가 남에게 인정받고, 더 많은 걸 가지고, 안정된 미래를 설계하고, 남들에게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그렇게 우린 무한 노력의 함정에 빠지게 된 거다.

 

이데올로기를 주도하는 사람이나 사회 지도층 입장에선 이런 믿음을 끊임없이 주입해야 사회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는 그 믿음에 대항할 이유조차 못 찾을 정도로 완벽하게 젖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모든 걸 내려놓고 진짜 내 모습이 뭔지 돌아봐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많은 사람이 현실이 옳지 않다는 목소리를 지금보다 더 내야 한다. 개인이 아무리 ‘노오력’해도 바뀌지 않는 지금의 구조는 잘못됐다는 외침.

 

물론 이런 목소리를 내면 개인에게 불이익이 돌아온다. 지금의 우리 사회가 그렇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감수하는 것도 일종의 포기다.

 

나도 책에서 남양유업 사태나 대기업의 갑질에 대항한 이야기들을 썼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거다. 이런 걸 드러내는 사람이 점점 많아질수록 사회의 불평등이 조금은 분산되는 계기가 된다.


노력하면 원하는 걸 얻는 사회는 유토피아

그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잘된다!’는 사실은 그동안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믿음인가?

진보 쪽 스탠스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거대한 음모라고도 표현한다.

 

하지만 난 조작된 음모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보다 애초에 그 사실에 대해 반박할 만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인식 자체를 못하는 거지. 노력해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사실 노력하면 이뤄져야 그게 맞는 사회인 거고, 노력하면 원하는 걸 얻는 사회가 유토피아다. 하지만 이상은 이상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이 목표를 이뤘을 때의 달콤한 과실을 기대하며 힘든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견딘다. 가령 고등학교 땐 대입, 대학생 땐 취업 같은. 이루고 나면 막상 달콤한 결과가 아님에도 많은 이가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대학을 안 가면 굉장히 손가락질을 받는다.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고 하지 않나. 이걸 깨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 분위기에 휩쓸리는 게 개인의 책임은 절대 아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지. 지금의 대학 진학률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계속해서 새로운 목소리를 내야 뭔가 판이 깨지지 않겠나.

 

물론 나 역시 어떤 명쾌한 대안을 제시할 순 없다. 그래도 시간을 두고 문제가 있단 사실을 화두로 올리면 사람들 사이에서 논의가 이뤄질 거라 믿는다. 그러다 보면 분명 우리가 몰랐던 것들도 깨닫게 되고, 고민하지 않았던 어떤 새로운 생각들도 하는 계기가 될 거다.

 

CPA, 로스쿨, 공무원 시험 등. 나이가 30이 넘었음에도 한 번 준비한 시험을 놓지 못하고 몇년째 잡고 있는 사람이 많다.
너무 한 번에 가파른 피라미드의 정점으로 올라가려고만 하는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데, 이것마저 포기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왜 그들은 시험에 패스하고 싶은 걸까? 이것만 패스하면 안정적으로 커리어 트랙이 알아서 흘러가리란 믿음 때문이다. 근데 내가 왜 그 트랙에 들어서고 싶은지 좀 더 생각해볼 필요는 분명 있다. 남들이 하니까, 이걸 하면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 나쁘지 않은 처우니까 같은 수준의 진지하지 않은 고민으로는 시험에 패스하는 게 쉽지 않다.

 

경쟁률이 최소 200:1이다. 애초에 누구나 다 원하는 과실을 먹을 수 있는 시험 제도가 아니다. 내가 진지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면 포기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모든 결과의 책임을 두고 ‘내가 노력을 덜 해서 그래’란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양의 뿌리 깊은 유교 문화와 관련이 있다. 유교 사상에서는 “네가 비뚤어지는 건 수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늘 이야기한다.

 

개인은 개인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속한 집단 안에서 내가 실패해도 필연적으로 성공하는 사람은 나온다. 그렇기에 그 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패배의 원인으로는 ‘개인의 노력’밖에 찾을 게 없는 거다.

 

그리고 1970~1980년대만 해도 열심히 살면 바로바로 성과가 나왔다. 지금 부모 세대들이 그랬다. 그들은 노력하면 다 이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이 신화를 끊임없이 주입해왔다.

 

게다가 한국에서 늘 베스트셀러인 자기계발서류의 책도 모든 성공과 실패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다. 이런 분위기가 합쳐져 지금의 풍토를 만들었다.


자기결정성을 가져야 한다

포기할 때의 마음가짐은 어떻게 가지면 좋을까? 아쉬움을 갖지 않고, 쿨하게 포기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자기 결정성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결국 모든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단 생각을 가져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헬조선이라서 너무 떠나고 싶다. 그럼 떠날 수도 있지만 못 떠나는 것도 결국 ‘나’ 때문이다.

 

물론 환경이나 여러가지 것을 두고 핑계나 변명은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선택은 어쨌든 내가 했다는 거지. 이룬 것도, 포기한 것도 모두 내 선택과 역량이다. 나도 얼마 살진 않았지만 군에 있을 때 소령 월급으로 500만원 정도를 받다.

 

지금은 전역했으니 그 수입이 사라졌다. 물론 와이프가 벌긴 하지만 한 가정으로 봤을 때 500만원이 들어오다 안 들어오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

 

게다가 얼마 전 셋째 아이가 태어났다.(웃음) 근데도 어떻게든 살 수 있다.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누굴 탓할 수도 없고 후회도 하지 않는다.

 

물론 포기할 때는 어떤 목적이 뚜렷하게 있어야 한다. 아무런 대안 없이, 목적 없이 포기하면 도망친 실패자일 뿐이다. 목적을 갖고 포기할 때, 뒤돌아보지 않고 유연하게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진 게 없는 ‘개천’ 출신일수록 ‘용’이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노력밖에 없다. 이것마저 포기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믿음이 무너졌다곤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고 여긴다. 예전엔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같은 책이 많았다. 공부로 성공한 신화가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요즘엔 그 트렌드가 돈으로 변했다. 부동산으로 얼마 벌었다, 아프리카 BJ가 얼마 벌었다, 랩을 해서 얼마 벌었다, 김밥 팔아서 얼마 벌었다 같은 식이다. 이건 큰돈을 번 극히 일부의 사람들이, 마치 자기들이 성공의 표본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게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대학생 정도의 지적 수준이면 이런 메시지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물론 돈 많이 벌고 행복해지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뚜렷한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돈이라는 가치에만 휩쓸려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건 나중에 후회할 일이다.

 

그럼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 내가 잘하는 건 무엇이고 내가 포기해야 할 건 무엇인지 아는 자기 객관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군에 있으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전문성을 보여주기 힘든 관리직인 만큼 내가 뭘 잘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다 우연히 대학원에서 책을 쓰게 됐고, 그때 내가 글 쓰는 걸 좋아한단 사실을 깨달았다.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글 쓸 때가 제일 행복하다.

 

또 남들에게 내가 어떻게 비치는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예전에 한 과학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은 자기 연구 분야에 대해 얘기할 때 엄청 기뻐 보였다. 나는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데.(웃음)

 

경험을 통해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남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일을 했을 때, 어떤 주제를 애기할 때 즐거워 보이는지 하루만 지켜봐줘” 이런 식으로 말이다. 타인의 눈을 통해서도 굉장히 의외의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거다.

 

가지거나 현재 매달리고 있는 게 하나도 없어서 포기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라…, 굉장히 좋은 조건이다. 어설프게 붕 떠 있는 것보단, 바닥에 땅을 붙이고 있는 게 지면의 힘을 받아 점프하기가 더 좋지 않은가.

 

얼마 전에 어느 금융 회사 상무님을 만나 얘기를 나눴는데, 그분이 이렇게 얘기하더라. 지금 청년들은 사회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모두 그 ‘문제 있는 사회’ 제도권의 꼭대기에 올라가려 애쓰고 있다고. 문제 있는 걸 알면서 결국 그 과실을 따 먹으려 스펙만 쌓으려 하지, 애초에 큰 판 자체가 문제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자기가 대학생이면 인터넷 페이지를 열어서, 정치인과의 담판 같은 걸 생중계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뭔가 분위기를 만들어야 지금의 이 구조가 깨지지 않겠나.

 

기업 입장에선 적은 임금으로도 일할 사람이 넘쳐나고, 정치인은 결국 가진 자들이기에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판을 흔드는 액션을 취해야 하는 건 결국 포기할 게 없는 사람 뿐이다.


 

포기하는 힘
1만 3800원 / 권귀헌 / 브레인스토어

노력 중독에 빠진 이들에게 권함

 

Photographer 배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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