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을 깎아야 하는 19가지 이유 가운데, 나를 위한 이유가 한 가지만이라도 있었더라면.


 

 

‘여자가 몸의 털을 깎아야만 하는 19가지 이유.’

얼마 전 버즈피드(BuzzFeed)라는 미국의 웹사이트에서 발견한 기사 제목이다. 나는 어쩌면 ‘털을 잘 깎는 19가지 방법’으로 잘못 읽었는 지도 모른다. 기사가 영어로 쓰여 있어서 그랬나? 안 아프게, 피 안 나게 깎는 법이라도 알려 주려나 했다.

 

불볕더위를 동반한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놀러 갈 곳도, 수영복을 입을 일도, 털을 깎아야 할 일도 늘어난다는 얘기다. 겨드 랑이와 다리털도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수영복 입기 전에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는 사람도 있다. 털 관리는 꽤 중요한 문제다.

 

자, 이번엔 기사로 돌아간다. 19가지 이유 가운데 첫째 이유. “Girls should shave their body hair.” 그러니까 “여자는 반드시 제모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응? 이게 이유인가? 그나저나 should는 이유가 아니라 주장할 때 쓰는 단어잖아. 다음은 뭐라고 했는지 보자. “Female body hair is disgusting.” 내 몸에 난 털이 역겹다고? 내가 아무리 영어를 몰라도 그렇지, ‘disgusting’은 칭찬이 아니란 것쯤은 안다고!

 

또 무슨 말을 하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쭉쭉 읽어 내려갔다. 셋째 이유는 “겨드랑이 털은 여성스럽지(feminine) 않기 때문에.” 넷째는 “여자는 눈썹을 뽑아야 한다”(이것도 이유는 아닌데). 다섯 째는 “여자에게 몸의 털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내 코털도 부자연스럽니? 그러면 콧속의 먼지는 누가 막아줘?). 여섯째는 “여자는 다리털을 밀어야 하”고, 일곱째는 “모든 사람이 널 볼 테니까 여름엔 털을 깎아야 하” 고. 그리고 블라블라~ 비슷한 말이 19번까지 반복됐다.

 

그러니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여름이 오고 있다. 너는 민소매를 입겠지. 수영복도 입게 되겠지. 다들 너를 보고 있어. 너를 보는 사람들을 괴롭게 하지 마. 겨드랑이와 다리 털을 밀어라! 눈썹도 보기 좋게 다듬어라! 그걸 보면 기분이 나빠지니까!”

 

 

19가지 이유 가운데 나를 위한 이유가 한 가지만이라도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예를 들면 “주기적으로 겨드랑이 털을 밀면 몸에서 향기가 난다”거나, “다리털을 깨끗이 밀면 내 기분이 상쾌해질 것”이라고 했더라면. 또는 자기 전에 눈썹을 다듬으면 좋은 꿈을 꿀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설명이라도 덧붙였더라면.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어떤 게시물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아마 다들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그러니까 1994년 9월 17일 MBC 뉴스에 나온 영상. ‘X세대’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다. 뉴스 속 기자는 군화를 신은 여성에게 마이크를 가져간다. 여성이 말한다. “의외로 섹시한 멋도 나고, 남자들과 대등한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는 배꼽티를 입은 여성에게 “남의 시선을 느끼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 “아뇨.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제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털을 뽑고 깎는 건 내 몸에 관한 일이다. 누군가의 눈을 보호해주기 위해서보다는, 내가 나를 위해 결정하고 싶다. 그리고 털이 그렇게 위험한가? 내 몸에 칼이 달려 있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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