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십시일냥’

※ 사진 출처: 한양대 ‘십시일냥’

한양대 공대 사진동아리 ‘빛담’ 최남정


 

며칠 전, 집 앞에서 고양이가 그르렁거리고 있었다. 흑설탕 솜사탕처럼 복실복실한 아이였다.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도도하다고 하던데, 그 녀석은 달랐다.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내 쪽을 향해 곧장 걸어왔다. 누군가가 야옹야옹 소리에 마법의 가루라도 탄 걸까? 귀여운 소리에 홀린 나는 그쪽으로 총총 걸어갔다.

 

야옹이는 금방이라도 내 다리에 몸을 부빌 기세였다. 내 입에선 혀 짧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오구 오구 이리 온~” 우리 사이의 불꽃을 본 친구가 냉정하게 얘기했다. “넌 키울 능력이 없으니까 간택당하면 안 돼. 나중에 고양이가 속상해해.” 그렇다. 사실은 친구 말이 맞다. 우쭈쭈 쓰다듬고 애정하는 것과, 한 생명을 보듬으며 함께 살아가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다.

 

그러나 만약 귀여워하는 에너지를 ‘돌봄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면? 한양대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십시일냥’은 이렇게 탄생했다.

 

 

“아기 고양이가 불쌍해 보여도, 무작정 데려가서는 아니 되옵니다!” 한양대 ‘십시일냥’이 캠퍼스에 붙인 벽보의 제목. 아래에는 ‘어미는 아기를 위해 먹이를 구하러 간 거예요’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십시일냥’은 뭘 하는 동아리일까? 정민수(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 09) ‘십시일냥’ 대장 집사가 답했다. “학교 안 길고양이 20마리 정도를 돌보고 있어요. 학교 안에 급식소 5곳을 놓았죠. 급식소를 담당한 회원들이 틈틈이 사료를 주고 있고요. 특히 봄이 되면 아깽이(아기 고양이)들이 많이 태어나요.”

 

학교에서 본 벽보 이야기를 꺼냈다. “가급적 냥줍(고양이 데려가기)은 안 하려고 해요. 사람 손을 타면 엄마 고양이가 버릴 가능성이 높아 지니까요. 다만 엄마 고양이가 죽거나 아기를 유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땐 아깽이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주지요. 지금까지 2마리를 입양 보냈습니다.”

 

 

올 3월에 생긴 따끈따끈한 ‘십시일냥’. 어떤 마음으로 이 모임을 만들었을까? 정민수 대장 집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동물권에 관심이 많았어요. 학교에서는 길고양이들의 인기가 높은데, 돌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어요. 이 인기를, 돌보는 에너지로 바꾸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사료 값이며 병원 치료비는 어떻게 충당하는지 궁금했다. “병원 검사비가 14만원 정도예요. 지금은 회원 한 명당 1만 5000원씩 회비를 걷고 있죠. 다행히도 4월에 서울시 청년허브 프로젝트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게 됐어요. 물품을 후원해주는 분들도 계세요.”

 

얘기를 듣다 보면 꼭 동물 애호가여야만 참여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저도 스스로 동물 애호가라고 생각 하지는 않아요. 다만 동물권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공익적인 단체가 참 많은데, 사람을 위하는 동아리가 절대 다수잖아요. 생명의 범위를 넓혀서 생각하면 좋겠어요.”


고려대

‘고양이 쉼터’

※ 사진 출처: 고려대 ‘고양이 쉼터’


 

정희영(고려대 정치외교학 14) 학생은 지난해 말 학교에서 고양이를 돌보는 소모임 ‘고양이 쉼터’를 만들었다. “2015년 12월에 시작된 단체예요. 그해 겨울은 정말 많이 추웠거든요. 때마침 학교에서 녹색당이 활동하는 모습을 봤어요. 캠퍼스의 길고양이를 위해 겨울 쉼터를 설치하고, 사료를 주기도 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나니, 우리도 고양이에게 해줄 일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50명 정도가 활동하는 큰 모임이 됐다. 정 학생에게 ‘고양이 쉼터’을 만든 계기를 물었다. “물론 저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요. 하지만 고양이가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시작하진 않았어요. 도시에는 우리만 살아가는 게 아니에요. 인간 외의 다른 생명체도 많잖아요. 대표적으로 고통 받는 친구들이 길고양이고요. 이 친구들의 생명권을 보장해주고, 사람과 함께 잘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우리 활동에 반대하는 학생들도 있었죠. 처음 ‘고양이 쉼터’를 만들었을 때였어요. 학교 커뮤니티에선 비난도 나왔거든요. 길고양이에게 왜 밥을 주느냐? 다 보호소로 보내버리지 등등. 하지만 활동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반대 목소리를 내는 분들은 확실히 줄었어요.

 

그리고 길고양이는 어디에나 있어요. 지금 이곳의 고양이를 다른 곳으로 옮기더라도, 학교는 넓고 뒤에는 산도 있어요. 우리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길고양이는 무조건 이 공간으로 유입되지요. 요즘은 지나가는 고양이들 보면, 하루가 다르게 모질(털의 질)이 좋아지는 게 느껴져요. 처음에는 음식도 잘 못 먹고 썩은 물을 마시다 보니 상태가 안 좋았는데…. 고양이들이 건강해진 모습을 보면 뿌듯하죠.”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 고양이 쉼터’에는 재학생들이 제보한 고양이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힘든 날도 있다. 「대학내일」과 통화한 날, 정 학생은 자신이 구조한 아기 고양이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재 ‘고양이 쉼터’는 절대 고양이 구조에는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어요. 다만 일반 학우의 입장으로 간혹 구조하곤 해요. 며칠 전 학생에게 제보를 받아 아기 고양이를 구조했는데요. 고양이가 설사를 하고, 영양 상태도 정말 좋지 않더라고요. 결국 오늘은 묻어주러 갔어요….”

 

구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피부를 가볍게 다친 고양이들은 직접 치료할 수 있지만, 넓은 캠퍼스 전역의 고양이들을 전적으로 책임지기란 굉장히 어려워요. 예산 문제도 있고요. 게다가 어떨 때는 도와드리고 다른 때는 안 도와드리면 곤란해지기도 하고요.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 전에는 축제 때 에코백을 만들어서 팔았고, 물품 후원도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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