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굳이’ 차이는 사람과 차는 사람으로 나눈다면 당신은 어느 쪽의 사람인가? 원래 나는 차이는 쪽이었다. 하하…. 함께한 시간이 짧든 길든, 여지없이 이별을 통보받는 것은 나였다. 그렇다고 연애를 멈추지는 않았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귀고, 헤어지고, 다시 좋아하고, 사귀고….

 

헤어질 때마다 캄캄한 기억들을 만들었다. 며칠씩 울기만 하고,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술을 마시고, 자꾸 끼니를 걸렀다. 세상 끝난 것처럼 이별에 괴로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사랑을 필사적으로 찾았다. 그렇게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니, 언제나 사고뭉치일 수밖에. 그런 나 자신을 도통 사랑스러워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누군가 또 내 연인의 역할을 맡아 나를 사랑해주기만을 고대했다. 왜 그렇게 바보 같아졌을까?

 

나는 연애가 시작될 때마다, 그 사람이 ‘나의 반쪽’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우리의 만남은 운명적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매일 보는 드라마, 늘 듣는 노랫말 속의 연애란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누군가가 ‘나의 반쪽’이란 말은 우리를 하나의 온전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네가 나의 반쪽이고, 너와 함께 있어야만 하나의 원이 되어 굴러갈 수 있다면, 혼자인 나는 불완전한 상태란 뜻이 된다.

 

너 없는 반쪽짜리 나는 스스로 굴러갈 수도 없다. 절뚝거려야 한다. 그 결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혹은 필수적으로 내 반쪽을 찾으려 들었다. 연애를 해야 비로소 내가 완성된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그게 영원할 수 없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하나가 됐다고 느낄 때도 이 사람이 사라져 내가 다시 반쪽이 될까 봐 두려웠다.

 

 

그런 불안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건 세상 어딘가에 나만을 위한 ‘단 하나의 사랑’이 존재한다는 믿음이었다. 드라마와 대중가요 세상 속에서 ‘단 하나의 사랑’은 운명적으로 만들어지며, 무엇보다 중요하고 우등하다. 사랑이란 응당 그래야하는 줄 알았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기적적인 일은, 비현실적인 무언가가 작동해야 가능할 테니까.

 

나만을 위해 존재할, 나와 딱 맞는 사람을 만나 사랑한다면 그때부터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그 단 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 찾아내기만 한다면 이 모든 외로움과 괴로움은 끝날 일이었다. 이후에는 동화 속 해피엔딩처럼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라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로써,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하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사랑이 찾아올 거라는, 우리는 그 사랑에 ‘빠져들기’만 하면 된다는 믿음은 우리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왜냐고? 그게 더 낭만적이니까.

 

 

알랭 드 보통이 「뉴욕 타임스」에 ‘우리는 왜 맞지 않는 사람과 결혼할까(Why you will marry the wrong person)’라는 글을 썼다. 그는 말한다. 오랜 옛날에는 결혼이 두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집안 간의 사업이었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수많은 불행이 있었다. 그것이 모두의 트라우마가 되어, 오늘날의 결혼은 본능과 낭만을 중시하게 되었다. 그는 “낭만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며 “우리의 비극을 인식할 줄 아는 능력으로 로맨티시즘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존재만으로 행복을 주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분명 어느 순간에는 불행을 가져다준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백 퍼센트 행복일 수 없다. 가끔은 끔찍한 불행이 된다. 하지만 더 자주 행복한 기분을 줄 수 있을 사람을 찾는 건 가능하다. 사소한 행복은 첫눈에 반했던 그 매력, 멋진 몸이나 긴 속눈썹 혹은 예쁜 손 같은 것에서 오지 않는다. 다정한 말투, 혹은 깔깔대며 웃게 할 농담, 좋은 물건을 알아 보는 눈썰미, 비슷한 취향, 그런 생각지도 못한 것들에서 비롯된다.

 

혹은 나를 덜 불행하게 할 사람을 찾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그 사람의 단점 중에 내가 견딜 수 없는 게 있는지, 나의 괴팍한 부분을 상대가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식이 나와 비슷한지…. 이 또한 우리가 인식하는 ‘로맨틱한 사랑’과는 거리가 있다.

 

 

결국 연애는 모두가 꿈꾸는 것처럼 운명적이거나 낭만적이지 않다(아주 가끔은 그렇지만). 절대적이지도, 완벽하지도, 필수적이지도 않다. 운명적인 ‘단 하나의 사랑’이라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맑은 눈으로 나와 잘 맞을 사람을 찬찬히 살피고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에 사소한 행복을 느끼고, 남들보다 예민하게 구는지, 어떤 것에 삶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더 중요한 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어야 한다. 반쪽이 아니라 하나로 존재할 수 있어야 내 옆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 흔들리지 않고, 나에게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좀 더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했을 때, (적어도 나는) 더 나은 연애와 더 나은 이별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반한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애인이 될 사람이냐 아니냐로 판단해버리려는 나쁜 버릇도 고쳤다. 한눈에 반할 만큼 멋진 사람이라고 해서, 나와 맞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매력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매력적인 사람들을 매력적인 그대로 곁에 둘 수도 있게 된 지금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연애와 사랑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던 시절보다 지금의 내가 더 사랑스럽지 않을까. 나는 그런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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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or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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