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던 동화에서 착안한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 익명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주요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다.

 

이 대나무숲을 관리하는 대숲지기는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운영되는 걸까?

 

누구나 한 번쯤 궁금했던 질문을 모아 대숲지기들을  직접 찾아 갔다.  다음은 성균관대, 숙명여대, 중앙대 (어대숲), 3명의 대숲지기가 친절히 답해 준 11문 11답이다.

 


1. 대숲지기, 소개를 부탁해요.

달래 (성대) 성균관대 대숲지기 달래입니다.

 

바밤바 (숙대) 숙명여대 대숲지기 바밤바에요.

 

중대 어대숲 중앙대 어둠의 대나무숲 지기입니다. 

 


2. 많은 대나무숲(이하 대숲) 가운데 우리만의 특징이 있다면?

달래 (성대) 업로드 양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보통 30분에 5개씩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해요.

 

바밤바 (숙대) 숙대 대숲은 학점 교류나 연애 관련 글이 많은 편이에요. 서로 응원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는 점도 다른 곳과 좀 다른 것 같아요.

 

서로 응원하는 글이 주로 올라오는 숙대 대숲

 

중대 어대숲  다른 학교 대숲보다 게시글의 유형도 다양하고 제보도 상당히 많은 편이에요. 다른 대나무숲의 경우 필터링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학교의 명예가 실추될 만한 사건이나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의견, 공감을 끌어낼 수 없는 소수의 이야기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둠의 대나무숲(이하 어대숲)이 등장하게 된겁니다. 저희는 정말 최소의 필터링만 하고 있어요.

 


3. 대숲지기는 정말 하루 종일 SNS (대숲 관리)를 하나요?

바밤바 (숙대) 숙대 대숲은 총 5명이 함께 운영해요. 각자 담당 요일이 정해져 있고, 해당 요일의 담당자가 제보 내용을 게시하는 방식이에요. 담당인 날에는 평소보다 SNS를 열심히 하긴 해요. 아침에 그날 올라온 제보를 정리해서 페북에 예약을 걸고, 오후 중에 한 번 더 같은 작업을 해요.

 

달래 (성대) 저희는 현재 총 13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30분에 한 번씩 시간이 되는 대숲지기가 제보된 사연을 훑어보고, 그 중 5개를 선정해서 업로드하는 방식이에요. 텀이 너무 짧아서 하루종일 SNS에 매여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사람이 많아서 생각보다 힘들진 않아요.

 

가령 누군가가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느라 시간이 없더라도 대숲 지기 중 누군가는 솔로이고 그들은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 사람이 업로드 하면 되거든요. (눈물)

 

중대 어대숲 저는 현재 혼자 운영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 있을 정도는 아니에요.

 


4. 대숲지기는 어떻게 뽑나요?

나도 대숲지기 하고 싶다!

 

바밤바 (숙대) 1년에 한 번씩 공개모집을 해요. 이제까지는 구글 독스로 질문지를 만들어서 지원을 받았어요. 따로 면접을 보진 않아요.

 

달래 (성대) 저희는 인력이 부족하면 그때 그때 뽑아요. 보통 실제로 대숲에 왔던 제보 내용을 문제로 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성대 대숲 관리자라면, 이 내용을 필터링 없이 업로드 할 것인가?” 이런 식으로.  딱히 정해진 정답은 없어요. 타당한 이유가 제시되고 그것이 납득할만한 이유라면 오케이죠.

 

중대 어대숲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어대숲은 저 혼자 운영하고 있고, 현재로서는 따로 추가 인력을 뽑을 생각이 없습니다. 실제로 가끔 관리자 안 뽑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있는데… 음, 죄송합니다.

 


5. 대숲지기에게 필요한 덕목이 있다면?

달래 (성대)  내 말이 무조건 옳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타인의 이야기도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바밤바 (숙대) 저도 동의해요. 그리고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보를 빼먹지 않고 게시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드립력이 있으면 더 좋겠죠. 댓글을 더 센스있고 재미있게 달 수 있도록.

 

중대 어대숲 덕목이라고 할 것까진 없는데, 가장 신경쓰는 점은 대숲을 일관성 있게 운영할 수 있느냐에요. 대숲지기 역시 사람이라 필터링 과정 등에서 실수가 있을 수도 있거든요.

 


 6. 대숲지기 하는 걸 주변에서 진짜 모르나요? 

내가 대숲지기라는 사실은 엄마한테도 비밀!

 

달래 (성대) 친한 친구들도 저희가 대숲지기라는 걸 몰라요. 이렇게 익명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제보자, 그리고 대숲지기 모두가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서에요. 대숲지기들의 신상이 밝혀지면. 당장 제보를 보낸 사람을 찾아달라는 요청부터 들어올 걸요?

 

바밤바 (숙대) 저희도 비밀로 하고 있어요. 물론, 가끔 들킬 뻔한 적도 있지만요. 친구가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하면 솔직히 가슴이 철렁해요. 페이스북을 켜면 어쩌나, 메시지가 오면 어쩌나 싶어서.

 


7. 대숲지기를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적은 언제였나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중대 어대숲 어대숲에는 특히 우울한 사연들을 많이 보내시는 것 같아요. 그걸 보고 팔로워분들은 진심 어린 조언과 격려를 해주고요. 사연이 나간 후에, ‘이런 곳에라도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때 보람을 느껴요.

 

달래 (성대) 학교 엘리베이터나 대중교통 안에서 옆 사람이 성대 대숲을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런 사소한 일에 힘을 얻어요.

 

바밤바 (숙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올 때였나? 숙대 대숲 페이지 ‘좋아요’가 5천이 넘은 거예요. 그때 정말 기뻤어요. 또 제가 업로드한 제보에 많은 분이 공감해 주실 때 뿌듯해요.

 


8. 대숲을 운영하면서 가장 난감했던 때는?

구글독스로 제보를 받기 때문에 대숲지기도 제보자가 누구인지 진짜 모른다고.

 

달래 (성대) 제보자가 누구인지 찾아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데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보자가 누군지는 저희도 애초에 알 수 없습니다! 믿어 주세요.

 

바밤바 (숙대) 흔히 어그로를 끈다고 하죠? 저희 페이지에서도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몇몇 사람 때문에 논란이 생긴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상황을 지켜보다가 너무 심각하다 싶어서 그 사람을 페이지에서 차단하거나 댓글을 삭제한 적도 있었고요.

 

또 이건 다른 문젠데. 여대다 보니, 댓글을 다는 대다수가 여대생이거든요. 근데 타 대학생이 대숲 댓글을 통해, 저희 학생한테 사적으로 연락한 적이 있어 논란이 됐었어요. 이런 문제는 저희가 어떻게  관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더 마음이 불편했죠.

 

중대 어대숲 어대숲 초기 의도는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었어요.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 없는 욕설과 비난이 난무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내부고발 기능은커녕 단순히 ‘신상털기에 의한 비난’만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회의감이 들어요.

 


9.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필터링 문제’ 어떻게 생각하세요?

필터링은 언제나 신중하게

 

달래 (성대) ‘필터링을 왜 하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성대숲은 ‘나름의 기준을 가진’ 필터링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에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저격하고, 학교에서 마주칠지 모르는 사람들과 싸우는 일을 방지하는 것도 저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바밤바 (숙대) 운영의 측면에서도 필터링은 필요해요. 예를 들어 같은 제보가 반복해서 온다면, 그것이 아무리 중요한 사안이라 해도 일정 부분 필터링이 필요한 거죠. 그렇지 않으면 대숲이 한 가지 주제로 도배 될 테니까요.

 

중대 어대숲 앞서 말했듯이 소수의 의견이 개인적인 기준에 의해, 묻히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대숲보다는 필터링을 덜 하는 편이에요. 그러나 대숲의 특성상, 사건의 진위를 알기 힘들고, 악성 루머가 퍼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어요. 그래서 최소한의 필터링은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습니다. 인신공격, 비방, 욕설, 저격 글은 왠만하면 업로드하지 않아요.

 


10. 타 대학생의 제보도 올려주나요?

바밤바 (숙대)  네. 타 대학생 제보도 함께 올리고 있어요. 학점교류 학생의 경우, 따로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많지 않아서 정보를 얻기 쉽지 않거든요. 또, 다른 학교 남학생들이 참여해줌으로써 제보나 댓글의 폭이 넓어지기도 하고요. 물론, 미팅이나 만남 글은 올려드리지 않습니다.

 

중대 어대숲 저희도 따로 구분을 두고 있지는 않아요. 말이 중앙대 어둠의 대숲이지, 실제 올라오는 글을 보면 그냥 세상 사는 이야기거든요.

 

달래 (성대) 저희는 타 대학생의 제보를 받지 않아요. 그래서 성대생만 제보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에는 어그로성 글이 많아서 문제가 되기도 했고요. 애초에 성대 소속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성대 대숲의 존재 의의라고 생각해요.

 


11. 마지막으로 대숲 이용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바밤바 (숙대) 제보 많이 보내주세요. 좀 더 활발하게 소통하고 싶습니다. 연애도 좋지만, 그 외에 다른 제보가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달래 (성대) 음…. 댓글 창으로 너무 심하게 싸우지 마세요. 제보로 영화 스포일러 같은 것도 보내지 마세요. 연애 자랑 같은 거 열 받으니까 제보로 보내지 마세요. 이 정도? 저희도 평범한 학생이자 사람이랍니다.

 

중대 어대숲 음 딱히 없습니다. 제가 열심히 해야죠.

 


illustrator liz
director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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