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는 지상 10m 상공에 깔린 레일을 달리는 신기한 하늘열차가 있다. 새로 생긴 놀이공원 롤러코스터냐고? 아니! 총 길이 23.95km로 도시 전체를 가로지르는 대구 도시철도 3호선 이야기다. 2015년 4월에 개통한 이 열차는 국내 최초의 모노레일이자, 세계 최장거리의 모노레일이다.

 

출근길에 전철을 타는데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 든다니. 이건 진짜, 죽기 전에 한 번은 타봐야 할 각. 그래서 도시철도 3호선을 타고 대프리카 분지를 탐험할 수 있는 여행 코스를 준비해봤다.

 

 

이번에 소개할 스팟은 [북구청역] – [서문시장역] – [신남역] – [수성못역]으로 이어지는 코스! 하지만 하늘열차를 타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니, 끝에서 끝까지 타보는 걸 추천한다.

 

계속 보게 된다…

 

일단 열차를 타러 가자.

 

들어갈 때는 삑-! 나올 때는 쏙~

 

대구 도시철도는 티켓부터 재미있다. 발권기에 돈을 넣으면 동그란 칩이 튀어나오는데, 이게 티켓이다. 어릴 때 사 모으던 따조처럼 생겼다. 대구 여행 기념품으로 하나 챙겨가고 싶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들어갈 때는 삑-하고 태그하는 방식인데, 나올 때는 자판기 동전처럼 쏙-넣어서 반납하는 방식이기 때문.

 

제일 앞 자리 개이득

 

대구 3호선은 무인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기관실이 따로 없다. 그래서 열차 머리칸과 꼬리칸에 탑승하면 롤러코스터에 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롤러코스터라니. 빨리 타보고 싶지 않은가! 무섭지는 않냐고? 실제로는 더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 움짤은 빨리감기한 것.

 

자 이제 본격적으로 3호선 대구 여행 START!

 

1. 대프리카의 더위를 견딜 수 없을 때, ‘북구청역’

 

 

철저하게 더위에 단련된 대프리카 시민이 아니라면, 이곳의 여름을 견디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아프리카 콩고에서 온 사람도 대프리카의 폭염에 혀를 내둘렀다.

 

 

“대구는 고향의 아프리카 사막보다 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더워요. 아예 외출을 삼가면서 콩고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여름을 나고 있어요”

– 2013년 7월 매일신문 인터뷰에서 발췌

 

호기롭게 여름 대구 여행을 떠났는데 너무 더워서 미쳐버릴 것 같다는 사람들을 위해 응급처방을 준비했다. 일단 3호선 북구청역에서 내리자.

 

폭염에도 끄떡없는 대구실내빙상장의 위엄

 

도보로 10분만 이동하면 대구실내빙상장의 은혜를 입을 수 있다. 빙상장은 겨울에만 간다는 편견을 버려라. 은행 에어컨으로는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극락의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비록 겉모습은 1995년도에 멈춰 있지만…

 

비용은 입장료 3500원에 스케이트 대여료 3000원, 총 6500원이다. (대인 1명 기준) 반바지를 입고 들어갔다면 조금 추울 수도 있다. 하지만 7월에 대구에서 추위를 느낄 수 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니, 추울 수 있을 때 충분히 추워 두자.

 

다음 역은 어디?

 

2. 대구 먹부림 핫플레이스, ‘서문시장역

먹부림이 벌어지기 전, 전운이 감도는 서문시장

 

요즘 대구가 먹부림의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페이스북에서도 ‘대구에 가면 꼭 먹어야 할 것들’ 등의 콘텐츠가 많아졌는데, 그 중심에 서문시장 야시장이 있다.

 

밤이 되자 미어터지는 서문시장 야시장 클라쓰

 

서문시장 야시장은 기존에 있던 전통시장과 별개로 매일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된다. 7시 15분쯤 되면 물류창고 안에 숨어있던 노란색 포장마차가 하나 둘 줄지어 등장하는데, 묘하게 놀이공원 퍼레이드 같아서 심쿵! 맛볼 수 있는 음식 메뉴가 65가지나 돼서 또 심쿵!

 

 

삼겹살이 들어간 김밥, 찹쌀 탕수육, 치즈와 토핑이 잔뜩 올라간 감자요리, 푸짐한 수제버거, 과일이 올라간 빙수, 바나나 하나가 다 들어가는 크레페, 모히또, 밀크티 등 없는 메뉴가 없다.

 

물론, 인기 메뉴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먹부림을 위해서라면 모두 인내하리. 가장 줄이 길었던 건 ‘야채뚱땡 삼겹말이’였다. 아 참, 서문시장 야시장 갈 땐 현금 꼭 챙겨가시길.

 

손님이 가장 많았던, 야채와 떡이 들어간 삼겹살 말이. 가격은 하나에 2,500원.

 

파인애플을 곁들인 스테이크. 가격은 3,500원

 

오꼬노미야끼 축소판? 가격은 3,500원

 

EDM틀어 놓고 닭발 위에 불쑈. 가격은 5,000원

 

3. 근대 골목 사진 찍느라 신나는, ‘신남역’

신남역 와서 신남

 

“이번 역은 신남. 신남역입니다”

 

열차 안에서 멍 때리고 있다가, 이번 역이 신난다고 해서 일단 내렸다. 왜 이름이 신남일까, 싶어서 찾아봤더니. 역이 대신동과 남산동 사이에 있어서, 두 동의 이름을 합친 ‘대신남산’의 가운데 두 글자를 따온 것이란다. 헐. 이름 짓기 엄청 귀찮았나 봄…

 

시인 이상화 고택

 

신남역 근처에는 옛날 건축물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여기가 또 대구 여행의 핫플레이스란다. ‘근대 골목 투어’라고 이름도 붙어있다. 옛날엔 그냥 노잼 골목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기웃거리더니 이젠 아예 관광 코스가 돼 버렸다고. 올~ 발전하는 대구~

 

붉은 벽돌에 뾰족탑이 있는 계산성당

 

근대 골목 투어하는 사람들이 한 번은 꼭 들르는 곳, 계산성당. 성당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혼자 배낭여행 온 대학생들이, 뾰족탑을 자기 얼굴과 함께 사진에 담으려고 낑낑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 여기서 사진 찍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텐데. 왼쪽에 보이는 저 빌딩, 진짜 가위로 오려내고 싶지 않음???

 

그래서 디자이너가 포샵 해 줌

 

인스타그램에 감성 터지는 여행 인증샷을 찍어 올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근대 골목 투어를 강추한다. 다만, 너무 많이 걸어 다니진 말자. 땀 한 바가지 흘리고 나면, 아무리 배경이 예뻐도, 마라톤 선수처럼 찍힐 테니까. 대프리카의 더위를 얕보면 안 된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대구 진골목의 풍경

 

4. 열대야 문화의 성지, ‘수성못역’

열대야 문화의 성지, 수성못

 

샤워 후 침대에 누웠는데 5분도 안 돼서 다시 땀이 날 때. 집 안보다 집 밖이 더 시원할 때. 우리는 맥주 한 캔과 돗자리를 들고 공원으로, 유원지로 향한다.

 

그래서 대프리카는 열대야 문화(?)가 발달했다. 열대야에 맞서기 위해 가장 많이 찾는 장소 투톱은 수성못과 야외음악당. 여기서 돗자리를 깔고 치킨과 맥주를 같이 먹던 것이 나중에 치맥 문화로 발전했다고 한다. 치맥페스티벌도 여기서 나온 거라고. 물론, 치맥 먹다 말고 옆 자리 사람들과 눈이 맞아서 돗자리팅도 하고 뭐 그렇고 그런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열대야 문화를 체험해보고 싶다면, 3호선을 타고 수성못역에 내려서 수성못으로 가보자.

 

오리배, 예쁘긴 한데 페달 밟으면 땀 날 듯;

 

솔직히 제일 시원한 건, 집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녁 뉴스에서 ‘열대야’라는 말이 들려오면 왠지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는데, 수성못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다 이런 사람들이다. 김광석 노래로 버스킹하는 사람들, 분수쇼 구경하는 사람들, 호수 옆 카페에서 수다 떠는 사람들, 전등이 달린 오리배를 타는 사람들 등 온갖 사람들이 이곳에서 잠 못 드는 밤을 달래고 있다.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의 도시철도, 대프리카 분지 폭염 체험, 서문시장 야시장에서 벌어지는 먹부림, 감성 터지는 근대 골목 투어, 그리고 귀여운 열대야 문화까지. 이 정도면 정말 괜찮은 여행 코스라 할 수 있다. 이번 장마가 그치면 다들 친구 꼬셔서 대프리카 탐험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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