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치레’라는 말이 있다. 궁금해서 묻기보다는,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한 친교 기능에 가깝다. “How are you?”라고 물으면 “I am fine, thank you, and you?”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듯, 이웃집 아주머니가 아침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학교 어떻게 다니니?”라고 묻는다면, 네, 오늘 날씨가 참 춥네요”라고 말해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한 아파트에 10년 이상 살다 보면 ‘원주민’ 대열에 끼게 된다. 원주민들은 서로 1000번 이상의 인사치레를 나누고,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A 아주머니는 우리 집에 관심이 많으셨다. 나를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일 수도, 게다가 내 동생과 동갑인 자녀 B를 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수능을 망치고 재수학원을 오갔을 때부터였을까. A 아주머니는 나를 볼 때마다 연신 파이팅을 외치셨다.

 

그때야 세상이 시궁창처럼 보였을 때니까 남들이 파이팅이니 뭐니 해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자, 아침에 엘리베이터에서 A 아주머니를 마주치는 일이 잦았다. 그때마다 A 아주머니는 인사를 건넸고, 엘리베이터는 작은 취조실이 되었다.

 

근황부터 연애를 묻고, 내 동생에 대한 안부도 잊지 않았다. 학년이 높아지자 전공은 유망한지, 진로는 뭐로 잡을지, 동생은 잘 지내는지 캐묻기 시작했다. 나는 어김없이 땡하고 치면 급식 시간을 기다리는 여고생처럼, 1층에서 ‘인사치레’를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벗어났다.

 

얼마 전에 동생이 대학에 입학했고 오랜만에 A 아주머니를 만났다. B도 수능을 봤겠지. A 아주머니는 나의 인사 후 이어진 침묵을 깨고 또다시 동생에 대한 ‘인사치레’를 하셨고, 나는 대답했다. 아주머니의 눈썹이 살짝 흔들리는 걸 봤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주머니는 축하해주셨다. 그리고 B는 그 대학의 의대를 떨어졌다는 말도 남기셨다.

 

며칠 뒤 학원에 다녀오는 B를 봤지만 B는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높은 층에 사는데도 불구하고 계단으로 향했지만, 부르고 싶지 않았다. B는 지금 깊은 곳에서 잠수 중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잠수를 하고 잠수가 끝나면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떠오른다.

 

그러니까 누구라도 잠수부를 강제로 끄집어내서는 안 된다. 하물며 그것이 단지 ‘인사치레’라고 하더라도.

 

그 인사치레가 물속 잠수부에게는 큰 공명이 되어 ‘아웃팅’이 될 수도 있으니까. 잠수부가 물속에서 나와 스스로 ‘커밍아웃’하기 전까지는 기다려줘야 한다. 삭막한 세상이라고들 말한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일이 많다. 어떤 이들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 나는 그저 잠시 잠수 중일 뿐인데, 고요한 물질을 방해한다.

 

이 곧게 뻗은 아파트 안, 작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떤 이는 나의 나이를 가늠해보고, 왜 이 시간에 집에 있는지를 궁금해한다. 처음 보는 얼굴이라며 경비실 앞에서 나를 뜯어보며 주소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이웃들은 나에게서 어떤 대답을 원하는 걸까. 나는 그저 물질을 끝내지 않은 잠수부일 뿐인데.

 

그래도 잠수부들이여, 상처 받아 물질을 멈추지 말자. 날이 선 관심에는 그저 미소로 화답하면 된다. 그것이 어떤 ‘인사치레’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만국 공통의 방법이니 우리가 도리어 머뭇거리지 않아도 된다. 언젠가는 보트위로 올라서 인사치레를 인사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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