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언론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워낙 기대하던 작품이라 한달음에 달려갔는데요.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던 걸까요. 도착하니 남은 자리는 A 열뿐. 혹시나 남는 자리가 있을까 싶어 열심히 둘러봤지만, 영화관은 만석이었습니다.

 

엉덩이를 최대한 의자 끝에 두고 거의 드러누워서 스크린을 바라봤어요. 첫 장면부터 공유 오빠가 나오는데 기쁨도 잠시. 오빠의 얼굴이 찌그러져 보이더군요. 세상에….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그래서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공유를 잃고 집중을 얻었음)

 

영화를 보고 회사로 돌아와 소리쳤습니다.

 

“<부산행> 재밌어요. <곡성> 넘을 듯. 안 넘으면 저는 에디터 직에서 물러….(말끝을 흐린다)”

 

20일 개봉을 앞둔 <부산행>. 많은 분이 관심을 두고 있는데요. (힣 난 이미 봤는데) 최대한 스포일러가 없는 선에서 기대할만한 요소를 집어드리겠습니다.

 

1. 공간이 주는 쫀쫀한 긴장감

 

원래 사람들은 어딘가 갇혀 있으면 좀 불안한가 봅니다. 학교라든지 회사라든지…. 뭐 그런 데 있으면 다들 불안해하고,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뛰쳐나갈 궁리만 하더군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래요. 저뿐 아니라 제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곤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제한된 공간을 기피하는데요. <부산행>은 부산으로 가는 KTX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야 목적지에 도착하는 데 그동안은 서지도 않고 달린단 말이에요. 근데 거기 좀비가 나타났다고 생각해봅시다.

 

내가 지금 꿀잠에 빠져 있는데 옆 칸에서 좀비들이 사람 물어뜯고 몸집 불려가며 점점 우리 칸으로 달려오고 있어요.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어도 열차는 지금 시속 300km로 달리는 중이에요. 좀비에게 물리거나 뛰어내리다가 뼈가 가루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인 셈이죠.

 

좀비를 막는 방법은 몇 개 없어요. 죽어라 뛰어서 다른 칸에 들어가 문을 닫아야 해요. 근데 알다시피 KTX는 복도가 진짜 좁잖아요. 게다가 <부산행> 좀비들은 겁나 빨라요. 막 의자 위를 날아다닙니다. 주인공들이 X빠지게 달려도 거의 한 뼘 차이로 따라붙어요. 그 장면이 얼마나 쫀쫀한지 몰라요. 나도 모르게 속으로 ‘제발제발제발제발’ 염불을 외우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몇 번이고 이런 장면들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지루하지 않아요. 계속 좀비는 달려오고, 주인공들은 도망치는 데 볼 때마다 긴장되고 스릴 있습니다. 아무래도 KTX라는 제한된 공간, 극한 상황이 주는 메리트겠죠.

 

2. 관객을 쥐었다 폈다, 믿고 보는 마동석

 

마동석 스틸 사진을 보고 네티즌들이 혼란에 빠졌더군요. ‘<부산행>은 사실 마동석 때문에 좀비가 부산까지 쫓겨나서 <부산행>이 아니냐’, ‘생존 영화라더니 마동석에게서 살아남는 좀비 생존기 아니냐’ 등등. <부산행>을 본 결과. 예,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마동석 vs. 좀비 씬을 본 우리의 반응

 

일단 마동석을 보는 순간 든든합니다. 좀비가 무섭지 않아요. 좀비들이 마동석 눈만 마주쳐도 도망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여기서 반전 매력이 나와야죠. 첫 장면부터 마동석은 러블리합니다. 함께 프레임 안에 있는 아역 배우보다 귀엽습니다. 보면 알아요.

 

정유미와 케미도 상당합니다. 사실 상당수의 마요미는 여기서 탄생해요. 마치 공을 물고 ‘나 예쁘지’ 하면서 꼬리를 흔드는 시베리안허스키 같습니다. 당장에라도 머리를 쓰담 쓰담 하고 싶죠.

 

유머담당도 이 사람이에요. 없는 매력이 뭔가 싶습니다. 그 심각한 상황에서 툭툭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빵빵 터집니다. 그게 애드리브라면 이 사람은 정말 사랑스러움을 타고난 분이에요. 인정.

 

하지만 좀비와 싸울 땐 반전 매력을 분출합니다. 어마어마한 전투력 뽐내며 좀비 소탕에 들어가는 데…. 솔직히 좀비가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마동석 vs. 좀비’. 기대해도 좋습니다. 무더위 날리는 데는 마동석 주먹만한 게 없어요.

 

3. 좀비물을 싫어한다고? 그래도 볼만하다.

 

예전에 <REC>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것도 시사회에 당첨됐던 건데 늦게 가는 바람에 A열 구석에 앉았어요. 팝콘까지 들고 영화를 보는 데, 팝콘 1/3도 제대로 못 먹고 정말 토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 이후로 좀비물이라면 쳐다도 안 봤더랬죠.

 

그런데도 <부산행>은 좀비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좀비 얼굴이 크게 나오는 부분이 많지 않아서일까요. 좁은 공간 제약에도 불구, 클로즈업 씬 보다는 떼샷 연출이 많았는데요. 그들의 역할은 기차 안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로 인해 긴장감을 더해주는 정도입니다.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이 없지는 않지만 눈 가리고 볼 정도는 아닙니다. 썸타는 사이라면 그냥 모른 척 스킨십을 시도하기엔 딱 적당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고어물 마니아들은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좀비 분장이 미흡하지는 않습니다. 연기력도 수준급이구요. ‘한국형 좀비’라고들 하는데 좀비와 귀신 그 사이쯤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좀비 중에서도 시선 강탈 좀비들이 있어요. 스포 우려가 있으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부산행>은 영화가 ‘좀비물’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습니다. 예고편이나 포스터에서도 마찬가지구요. 영화 속 좀비들은 욕심이 빚어낸 재난의 희생자로 등장합니다. 그들은 괴물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고 친구였죠. 연상호 감독은 단순히 물리쳐야 할 존재 이상의 다른 의미를 ‘좀비’에 담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4. 발암 캐릭터의 끈질긴 악행(?).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부산행>의 주요 캐릭터는 공유와 딸 수안이. 정유미와 마동석. 최우식과 안소희 그리고 김의성 아저씨가 있어요. 다들 짝짝인데 왜 김의성 아저씨만 혼자냐고요? 스틸컷이나 예고 영상을 봤다면 눈치챘겠지만, 영화마다 꼭 한 명씩 등장하는 발암 캐릭터라 그래요. 혼자서 일당백 몫을 하거든요. 저런 캐릭터가 쌍으로 있으면 정말 큰일납니다.

 

대부분 영화에서 악역을 맡았던 분이라 <부산행>에 이 아저씨 얼굴이 나오자마자 느낌이 쎄하더군요. 아니나다를까. 그의 활약은 어마어마했습니다. 행동과 대사 모든 게 스포가 될 정도로 말이죠.

 

좀비와 대등하게 공포감을 주는 게 바로 이 분입니다. 스크린에 딱 나올 때마다 무서워요. 무슨 일이 꼭 일어날것만 같거든요. 게다가 발암 캐릭터의 법칙에 매우 충실한 캐릭터입니다.

 

<부산행>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좀비가 물었으면 싶은 사람이 이 아저씨에요. 김의성 아저씨도 걱정스러웠는지 언론시사회에서 “영화가 아주 잘 되면 곤란할 것 같다. 그동안 했던 악역들을 모은 것보다 훨씬 더 비호감 같다.”라고 말할 정도예요.

 

그런데도 이 캐릭터에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나오는 이기주의. 돌아가는 상황에 적응해가며 홀로 살아나갈 궁리만 하는 모습. 이게 과연 우리가 욕할 수 있는 부분일까 싶어요. 나 역시 그 상황에 부딪히면 비슷해지지 않을까?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캐릭터죠.

 

5. 연상호 감독의 섬세한 심리묘사

 

연상호 감독의 전작(<돼지의 왕>, <창>, <사이비> 등)은 대부분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부산행>은 그동안 애니메이션만 선보였던 연감독의 첫 실물 영화인데요. 표현 방식은 달라졌지만, 감독 특유의 메시지는 살아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재난에 힘없이 쓰러지는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기업 이기주의가 빚어낸 재앙, 재난 상황에 대한 정부의 무능력한 대처 등을 영화 곳곳에 녹여놨어요. 지난 우리 사회의 암울했던 기억을 절로 떠올리게 합니다.

 

심리 묘사도 섬세합니다.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심경 변화도 역시 이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죠. 남들을 밟고 이기는 게 삶이었던 주인공 석우가 변해가는 과정도 드라마틱하게 그려냅니다.

 

반면 점차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수록 이기심으로 가득 차게 되는 군중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어쩜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정하지만, 김의성 아저씨에게 느낀 감정처럼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죠. 스스로에게 ‘나라면…?’이라고 반문하며 영화를 보게 됩니다.

 

연상호 감독은 이렇게 다양한 장치를 넣음으로써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그가 설치해 놓은 다양한 메시지를 찾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아쉬운 점

 

색다른 시도 덕분에 충분히 재밌는 영화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빠지지 않는 ‘감동 코드’죠. 과한 신파는 신명나게 질주하던 영화를 늘어지게 만듭니다.

 

일단 <부산행>의 주인공은 공유와 그의 딸 수안이에요. 공유는 본인 일이 바빠서 딸을 잘 챙기지 못하는 무정한 아빠인데요. 좀비와 맞닥뜨리며 그동안 숨겨왔던 부성애를 폭발시키죠. 그뿐 아니라 마동석과 정유미의 가족애. 최우식과 소희의 애틋함 역시 하나하나의 요소로 등장합니다.

 

때문에 극이 절정에 달할수록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출도 많아집니다. 이게 조금 뻔하기도 하고 오글거리기도 해요. 극장 곳곳에서 훌쩍임이 계속될 정도로 짠내 풍긴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조금 덜어냈어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부산행>이라고 해서 부산 출신 친구가 굉장히 기대하던데, ‘부산’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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