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인 스물 한 살이에요. 계절학기로 교양 강의를 듣다가 정말 맘에 드는 오빠를 만났어요. 볼 때마다 너무 멋있고, 저에게도 잘해줘요. 아이콘택트하면서 웃으며 말해주고요.

 

근데 이 오빠는 이제 곧 5년 되는 여자친구가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어떨 땐 벽을 치듯 말하기도 해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더 반했어요! 더 친해지고 싶고 사귀고 싶어요!

 

한편으론 5년 된 사이를 망가뜨리고 싶진 않고요. 이 상황에선 그냥 놓아줘야 하는 건가요 이렇게 완벽한 남자 언제 또 만날 수 있는 건가요. 놓아주기 싫어요. 꼭 잡고 싶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 세계 인구가 74억이죠. 절반을 남자라 치면, 37억입니다. 진짜 많죠? 그런데, 이 중에 유아, 미취학 아동을 빼고, 노인들 빼고, 유부남들 빼면 인구는 확 줄어듭니다. 만나기 어려운 아프리카, 중동, 알래스카에 거주하는 남자를 빼면 더 줄어듭니다.

 

같은 언어로 소통하는 남자로 제한하고, 키를 제한하고, 종교를 제한하고, 직업을 제한하고, 군인을 빼버리고, 같은 도시에 사는 남자로 제한하면…… 놀랍게도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남자가 37억인 이 별에서 말이지요!

 

이런 소거법을 행할 때,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를 빼면, 90퍼센트가량이 연애 대상에서 사라지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멋진 남자는 대개 여자친구가 있거든요. 말도 안 되죠. 그러나, 이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청춘들이 허락되지 않는 사랑 때문에 소주를 병째 마시고, 한강에서 울부짖고, 시를 쓰고, 나중엔 노래 가사도 쓰는 겁니다. 신파를 찍듯이 고민하고, 방황합니다. 이게 청춘의 터널이라는 듯 말이죠.

 

사실, 이런 고민은 건강합니다. 누군가 마음에 든다 해서 상황은 고려치 않고 다짜고짜 받아달라며 떼쓰는 건,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고민하고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고 물러서려고 수차례 노력했지만, 그래도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차라리 오랫동안 간직해왔고, 끙끙 앓아왔던 마음을 표시하는 게 낫습니다. 그러다 병나면 어쩝니까. 상사병에는 약도 없습니다.

 

그분에게 질문자님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그걸로 마음이 차분해진다면 그것만으로 좋은 것이고, 그걸로 둘의 관계가 친밀해진다면 그것 역시 좋은 것입니다. 반드시 연인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연인이 반드시 되지 말아야 할 이유 역시 없습니다.

 

질문자님도 그렇고, 그 오빠도 아직 젊습니다. 이런 말은 좀 죄송하지만 두 분은 아직 어립니다. 비록 법적 성인이긴 하지만, 각자 가정을 꾸린 것도 아니고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이십 대에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연애 상대와 함께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안 된다면, 반드시 해피 엔딩을 맺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내 청춘이, 내 삶이, 아름다운 추억과 역사로 새겨질 것 같죠.

 

하지만 세상살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결혼하지 않는다면 모두 헤어지게 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해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대의 미래를 위해 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몹시 사소한 이유로 헤어집니다.

 

그러면 남녀 간에 한때 철석같이 믿고 지켜왔던 가치가 실은 산들바람에도 날아가버리는 것이란 걸 시간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남녀 관계라는 게 이런 겁니다. 아쉽게도, 이게 현실입니다.

 

매우 사소한 말다툼, 보잘것없는 의견 차이가 쌓여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생채기가 쌓여, 결국은 헤어집니다. 이런 말은 뭣하지만, 결혼을 해도 깨지는 게 남녀 관계입니다. 그러니 여유롭게 생각하세요.

 

여자친구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인 역시 여유롭게 생각하세요. 그 사람의 여자친구가 되더라도, 연애하는 관계에서는 쉽게 헤어질 수도 있는겁니다.

 

어느 날 이별을 통고를 받더라도, ‘아, 때가 왔구나’ 생각하세요. 생은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지만 때론 수용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다, 한 사람을 만나서 정착하고, 그 뒤로는 정을 지키려 노력하면 됩니다.

 

그럼, 전 이만! 집에 가서 애를 봐야 해서…….

 


 

<지난 고민 보기>

 

Q. 진지해서 고민입니다.

Q. 엄마가 남자친구를 탐탁지 않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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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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