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없는 주말이 설렌다. 혼밥이 세상에서 제일 편하다. 새로운 인간관계는 피곤하다!!! 인간관계를 ‘못’ 맺는 것이 아니라 ‘안’ 맺는 20대들에게 관태기가 찾아왔다. ‘관태기’는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선정한 2016년 20대 트렌드 키워드 다섯 가지 중 하나다. 글을 읽기 전, 아래 자가진단을 통해 나는 얼마나 ‘관태로운’ 사람인지 점검해보자.

* 출처 : 관태기를 겪고 있는 20대의 인간관계 인식 및 실태조사, 연구리포트 2016-09, 대학내일 20대연구소

관태기를 알리는 네 가지 증상

20대 카카오톡에 평균적으로 등록되어있는 254명의 지인 중, 고민 없이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20명 정도라고 말한다. 100명 중 8명도 안 되는 비율이지만, 20대 절반 가까이(48.8%)가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20대 4명 중 1명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직장인(30.1%)이 대학생(저학년 20.1%, 고학년 21.6%)에 비해 비교적 더 공감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거나,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한 적 있거나(50.1%) 두려움을 느끼고(41.7%), 대화가 끊겼을 때 불안감마저 느낀 적 있다는(41.7%) 응답을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어려워하고, 이에 피로감을 느끼는 20대의 모습을엿볼 수 있었다.

20대의 자발적 홀로 예찬이 시작되고 있다. 응답자 대부분(73.3%)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응답했다. 혼자 보내는 시간에는 편안함, 자유로움, 안정감, 즐거움 등의 긍정적인 감정(79.9%)을 주로 느낀다고 말한다.

그중 편안함(37.6%)과 자유로움(29.7%)을 비교적 많이 느낀다고 응답했는데, 그 혼자만의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SNS에 인증하기도 한다. 당당한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증가하고 있는 것. 20대 절반 이상(51.8%)이 여가시간 또한 혼자 보내며 즐기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과 만나더라도 3명 이하의 소규모 모임을 비교적 선호(60.0%)하고 있었다. 개인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20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인간관계에 권태를 느끼는 20대지만, 다른 사람과 전혀 교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대 절반 정도(48.2%)가 현재 동호회 등 정기적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다른 사람과의 네트워크 형성(23.5%)보다는 자기계발(33.9%)이나 소속감을 채우는(18.7%) 등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목적지향적 모임 중 가장 참여해보고 싶은 것은 여행 동행(52.6%)으로 나타났으며, 생활 스터디(30.6%), 무교류 동호회(28.4%)가 그 뒤를 이었다. 친목에 대한 부담은 최소화하되, 목적했던 바를 이루고 소속감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20대는 취향을 저격당한 것이다.

20대 4명 중 1명은 오프라인의 면대면 커뮤니케이션 보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편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인간관계만을 위한 SNS계정을 만들고자 하는(18.2%) 등 오프라인과는 독립된 온라인 인간관계를 원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한편 20대79.5%가 온라인 익명 소셜 서비스를 이용해봤을 정도로, 온라인 익명 소셜 서비스는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온라인 익명 소셜 서비스 이용자들은 주로 게시글을 눈팅(74.0%)한다고 응답했으며, 온라인 인간관계가 고민 해결이나 스트레스 해소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42.9%)고 평가하고 있었다.

청춘들의 인간관이 달라진 데는 그들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그들의 성향 탓으로만 단정 짓기엔 사회 구조적 문제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관태기’는 팍팍하고 여유 없는 삶을 사는 20대에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앞으로 20대들이 어떤 슬기로운 방식으로 관태기를 극복할지는 믿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