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또 가서 홍대 한 입 할라니까

올드브릿지

예전부터 내겐 이탈리안 드림이 있었다. 심하게 잘생긴 이탈리아 남자들보다 내 마음을 먼저 훔쳐간 건 다름 아닌 젤라또! 살아생전 내 두 발로 젤라또의 성지를 점령하고 오리라. 패기도 잠시, 내 생각이 짧았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지 않은가! 작년 봄 친히 홍대까지 날아와준 ‘올드브릿지’ 덕분에 멀리 가지 않고도 정통의 맛 그대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로마 3대 젤라또 가게로 이미 수많은 세계인들의 혀를 쌈바 춤 추게 했다는 이곳! 싱싱한 재료 고유의 맛을 잘 살린 탓에 입 안에 감도는 달콤함의 끝맛이 굉장히 깨끗하다.

꼭 맛봐야 하는 이곳의 인기 젤라또는 쫄깃한 쌀알을 씹을수록 고소함이 진동하는 ‘리조’와 달콤쌉쌀의 정수를 보여주는 ‘피스타치오’다. 20가지가 넘는 알록달록 젤라또 앞에서 고장 났던 침샘이 다시 열일하기 시작했다는 건 안비밀. 상큼함이 필요한 날엔 수박과 자몽을, 이유 없이 울적한 날엔 달달한 티라미수와 헤이즐넛 초콜릿으로 ‘혀’보신 제대로 시켜주자.

ADD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53

TEL 02-6242-3545

PRICE  3Scoop 4000원

Intern 이연재 jae@univ.me

Photographer 최진영

너와 함께라면 사라져도 좋아

라미스

아이스크림은 미련이 많다. 녹아내리는 순간에도 흔적을 남기려 애쓴다. 블라우스 끝자락에 묻은 아이스크림은 좋아하던 사람 주변을 맴돌던 내 모습 같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나와는 달리, 대학로 ‘라미스’ 아이스크림의 짝사랑은 대담하다. 그는 콩가루, 초콜릿 시럽, 아몬드 슬라이스 중 가장 멋있는 토핑을 걸친다. 멋지게 차려입고 미니 마카롱에게 끈적끈적한 눈빛을 보내지만 그녀의 진한 필링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단숨에 타르트 위로 달려온다. 깐깐하게 굴던 마카롱도 땀을 뻘뻘 흘리는 아이스크림을 밀어내지 않는다. 그는 미련을 남기지 않으려는 듯 완전히 마카롱 위로 스며든다. 두 사람의 달콤함이 주변을 파스텔 빛으로 물들인다. 아, 녹는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 송두리째 사라져도 좋을 만큼 행복한 게 아닐까.

ADD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로26길 40

TEL 02-743-0988

PRICE 마카롱 아이스크림 6000원, 마카롱 1500원

Intern 윤소진 sojin@univ.me

Photographer 조혜미

웰컴 투 아이스크림 연구소

프리즈아이스크림

세상은 넓고 아이스크림은 많다. 어릴 땐 많아봤자 서른한 가지 정도면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스크림은 지금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프리즈아이스크림은 ‘또 뭐 새로운 거 없을까?’를 항상 고민하는 가게다. 그래서인지 유동 인구가 적은 곳에 위치했음에도 외지에 사는 단골손님들이 굳이 이곳의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방문한다.

사장님은 버거 가게를 운영하면서 곁들여 내놓을 밀크셰이크를 연구하다 아이스크림 개발에 재미를 붙였다. 베이킹도 좋아해서 아이스크림 제조에 쓰이는 케이크, 쿠키, 마시멜로 등을 매장에서 직접 굽는다. 손이 많이 가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의 손을 거친 것이어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단다.

부드러운 커스터드 아이스크림도 맛있었지만, 역시 기억에 남는 건 나무 막대기에 꽂혀 있는 ‘프로즌스모어’다. 마시멜로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감싼 후, 그 겉을 토치로 익혀 만든 프로즌 스모어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 뜨거운 겉을 베어 물면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함께 쿠키가 씹힌다. 신 메뉴 개발은 계속된다고 하니, 후원하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가게를 자주 찾아 단골손님이 되는 것.

ADD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84길 10

TEL  02-567-7180

PRICE 1scoop 4000원, 2scoop 4900원, Soft Serve 4000원, Frozen S’more 5800원

Editor 기명균 kikiki@univ.me

Photographer 조혜미

젤라또를 부탁해

주카스 젤라또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이유가 있다. 중국인들은 쇼핑을 위해 명동에 모이고, 고시생들은 합격을 위해 노량진에 모인다. 이태원의 매력은 이국적인 분위기다. 본토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디저트라고 다를까.

평범한 아이스크림 가게처럼 보이는 ‘주카스 젤라또’의 ‘본토 느낌’을 배가시키는 건 이탈리아인 사장님 ‘사무엘 주카’의 존재다. 그의 정체는 이탈리안 셰프. 주카스 젤라또에 가면 셰프가 매장에서 직접 만든 젤라또를 본토의 맛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아이스크림을 가게 내에서 만들다 보니 10여 가지의 메뉴도 매일 조금씩 바뀐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건 ‘우유&초코칩’이다. 초코칩의 달콤함을 우유가 적절히 눌러줘 몇 스쿱이라도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밖에도 망고, 민트, 아몬드, 화이트 티라미수 등 다양한 맛의 젤라또가 대기 중이니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먹고 주카 사장님과 인사도 나누시길.

ADD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26길 12

TEL 070-7012-0615

PRICE Corn/Cup Small 4000원, Regular 5000원, Grand cup 8500원

Editor 기명균 kikiki@univ.me

Photographer 이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