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친구

 

 

‘애정 총량 보존의 법칙’이란 말이 유행한 적 있다. 물론 당신은 못 들어봤을 거다. 내가 만들고 나만 썼던 말이니깐. 개념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란) 인간은 늘 주변 사람에게 일정 양의 애정을 쏟고 등가의 애정을 받아야 한다. 마음의 병이라면 병일 수도 있다. 10년 전의 난 그런 사람이었다.

 

스무 살이 되던 해의 첫날. 패기 넘치는 다짐을 다이어리에 끼적였다. ‘지금 친구들과 정 떼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뭐 이런 내용이었다. 이는 내 인간 관계의 전부였던 초, 중, 고 친구들에 대한 서운함의 표현이었다. 내가 자란 동네는 초1 때부터 고3 때까지, 12년을 함께 커온 친구들이 많았다. 당연히 우정의 깊이가 남달랐다. 하지만 연애가 뭔지 본격적으로 알게 된 고등학교 시절부터 점점 서운할 일이 많아졌다.

 

내가 사귀었던 A를 몇 달 후 내 친구 B가 사귀고, B의 전 여친이 나를 좋아한다고 친구들한테 얘기한 게 B의 귀에 들어가는 그런….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엔 이런 막장스러운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났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동네가 좁다 보니 인재 풀(?)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고작’ 연애 때문에 우리의 우정은 쫙쫙 금이 갔다.

 

수능이 끝난 후 다들 재수학원과, 대학교로 흩어지며 하나같이 입을 모아 “지긋지긋한 저 XX 이제 볼 일 없다!” 며 쾌재를 불렀다.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지만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완전히 잠수를 탔다. 20년간 살던 동네를 떠나 이사까지 갔다. 그동안 내가 애정 을 쏟던 친구들과 빠르게 멀어졌다.

 

그리고 스무 살의 나는 재수생이 됐다. 새로운 친구들과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이따금씩 술도 마셨다. 12년 지기 친구 들을 자의로 잃은 나는 ‘애정 총량 보존의 법칙’에 의거, 허한 마음을 재수학원 친구들에게 쏟았다. 7~8명의 남녀 혼성 그룹(?)을 결성해 재수가 끝나고도 우린 한동안 만났다.

 

허했던 마음이 이들로 인해 어느 정도 채워졌다. 마치 똥차 버리고 벤츠를 만난 기분. 하지만 수능을 본 후 1년이 지나 재수라는 구심점이 사라지자 관계는 빠르게 냉각됐다. 약속 장소가 멀거나 중요한 선약이 있다며 모임은 미뤄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시나브로, 우리는 멀어졌다. 또 다시 내 애정의 총량은 바닥났다.

 

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한 새 여정이 시작됐다. 이번 타깃은 대학교 친구들. 허나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이들은 애초에 마음을 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가 100을 주려고 다가가면 돌아오는 건 40도 안 됐다. 누구 하나 손해 보지 않으려고 눈치만 보고,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기보단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만 좇았다.

 

속상했다. 스무 살이 넘어서는 진짜 친구를 사귀기 힘들다는 성급한 결론에 이르렀다. 마음 둘 곳을 잃은 나는 밤마다 혼자 PC방으로 향했다. 쫓기듯 학교를 떠나 군대를 다녀왔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어(물론 애정을 쏟기 위해)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물론 그들도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처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는 이런 관계 맺음이 익숙했다. 나도 ‘20대의 친구 관계’에 적응을 한 셈이다. 활동이 끝나자 시끄럽던 단톡방은 조용해졌다. 속상하지 않았다. 일사분란하게 헤쳐 모이는 게 20대의 친구 관계인 걸 알고 있었으니깐. 스무 살이 넘어 친구 간에 애정을 주고받는 건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시간이 흘러 20대 중반이 됐다. 연락을 끊고 살던 10대 시절 친구들을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고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시 닿았다. 어릴 적 친구들은 긴 시간의 공백이 있었음 에도 익숙하고 편했다. 우리는 흐른 시간만큼 나이를 먹었고, 흐른 세월에 서운한 감정을 다 씻어냈다.

 

예전처럼 자주 만나 낄낄대며 놀았다. 바닥났던 애정의 총량이 다시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20대 때 만난 친구들에게 서운함을 느낀 건 내 마음의 병 때문이었다는 걸. 기억을 더듬어보니 어릴 적 친구들과는 하루 종일 부대끼며 모든 걸 공유하는 사이였다. 감추고 싶은 게 있어도 감출 수 없을 만큼 가까웠다.

 

그건 우리가 10대였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다. 나는 그런 관계를 겪으며 ‘진정한 친구 사이라면 이 정도 감정은 공유해야 한다’고 기준을 정해버렸다. 친구 사이에 주고받아야 하는 애정의 총량도 내 멋대로 규정했다. 그렇게 ‘애정 총량 보존의 법칙’을 만들고, 10대 아이의 시선으로 20대의 친구를 바라봤다.

 

당연히 서운할 수밖에. 먼저 마음을 닫은 건 그들이 아니라 나였다. 애초에 그딴 법칙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익숙한 동네를 벗어나며 느낀 단순한 혼란을, 애정의 부족으로 착각했을 뿐이다. 집에서 “예쁘다, 잘한다” 소리만 듣던 꼬맹이가 처음 유치원에 가서 느끼는 혼란과 다를 바 없었다.

 

부끄러웠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용기를 내어 수화기를 들었다. 마음을 고쳐먹고 스무 살 이후의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만나기 시작했다. 미성숙한 마음을 버리고, 20대의 시선으로 마주 앉았다. 내 생각이 맞았다. 그들에겐 어떤 문제도 없었다. 원인을 깨닫자 모든 서운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이제는 안다. 친구란 무언가를 기대하고 만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린 동시대를 살면서 억세게 운이 좋아 만나게 된 기적 같은 인연일 뿐이다. 그리고 인연이 주어졌을 때, 편견을 버리고 진심을 다해 친구에게 애정을 쏟으면 된다. 내가 상대에게 100의 애정을 줬는데, 상대가 20을 준다고 해서 서운해할 필요도 없다.

 

누가 나에게 100을 주라고 강제한 적도 없을뿐더러, 애초에 관계에서 완벽한 5:5 비율은 불가능하다. 좋은 친구에겐 마음껏 사랑을 퍼주고, 싫은 친구는 안 만나면 그만이다. 그렇게 나는 ‘애정 총량 보존의 법칙’과 이별했다.

 

30대가 된 내가 새로 만날 친구는 누구일까. 생각만으로도 벌써 두근거린다. 20대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누군가를 만나, 웃고 울고 미워하고 그리 워하며 우리는 친구가 되겠지.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열과 성을 다해 열심히 지지고 볶아야겠다. 그게 친구고, 그래야 친구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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