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이별

 

검은 상복을 입은 유경이의 턱 끝이 곡소리에 맞춰 오르락내리락했다. 며칠 전까지 걷고 뛰어다니던 10명이 화장장에서 재가 되고 있었다. 보고 있어도 쉽사리 믿기는 장면은 아니었다. 팔딱팔딱 뛰던 심장과 튼튼한 동맥, 유연한 근육, 웃을 때 찡긋 나타나는 보조개가 어떻게 한 시간 반 만에 사라질 수 있을까?

 

두두둑, 빗방울이 굵직하게 쏟아졌다. 흙이 푹푹 파였다. 거세지는 빗소리는 울음소리에 이내 묻혔고, 아까 관을 짊어졌던 남자애들은 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울고 있었다. 그 애들의 팔뚝은 솜털과 땀으로 뒤엉켜 반짝거렸는데,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차이는 땀이다. 살아 있는 사람만이 땀을 흘린다. 땀범벅이 된 그 애들을 보고 있기가 어려웠다. 고개를 돌렸다. 빗방울이 수로를 타고 하수구로 빠져나가면서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었다. 화장장 안에선 불길이 이글거렸다. 더운 날이었다.

 

 

유경이와 나는 고등학교 2년 동안 같은 반이었다. 관현악 동아리에서도 2년 동안 함께 악기를 배웠다. 유경이는 첼로를, 나는 바이올린을 켰다. 축제 때면 놀랄 만큼 인기 없는 동아리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문턱이 닳도록 음악실에 드나들었다. 지금 입으라면 못 입을 북슬북슬한 레이스가 달린 단체복도 창피한 줄모르고 입었다. 그 옷을 입고서 음악회를 열었다. 고3이 무슨 동아리냐고 반대하는 엄마들도 있었지만 계속 했다.

 

유경이가 있어서 더 즐거웠다. 내가 참 좋아하는 친구, 친구들이 키가 작다고 놀리면 “위에서부터 재면 내가 제일 크다”며 웃어넘기는 사람, 볼이 찹쌀떡처럼 쭉쭉 늘어나는 친구, 수학여행 때 막춤을 추는 친구, 같이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친구. 그리고….

 

 

대화 주제는 대부분 젊은 남자 선생님이었지만, 남동생들 얘기도 가끔씩 했다. 유경이 동생은 중학생이었는데 클래식 기타를 잘 쳤다. 고수들만 연주할 수 있다는 ‘알함브라의 궁전’도 칠 수 있단다. 하지만 동생은 누나 뜻대로만 자라주지 않는다. 유경이가 말했다. “내 동생 요즘 공부를 안 해. 방문 걸고 컴퓨터만 하는데, 아무래도 야동 보는 것 같아. 폴더 털어야 돼” 내 동생도 비슷한데 뭐라고 말하겠어.

 

그놈은 공부는 안 하고 맨날 축구만 해. 밤에는 안 자고 뭘 하는지 모르겠어. 아휴, 바보 같은 놈들. 하지만 그것은 정말 바보 같은 일이었을까? 나는 정말 몰랐을까? 맨몸을 끌어안는 상상만으로 행복하거나 괴로워진다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사실을. 이보다 달콤하고도 건강한 일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을 말할 때 짓는 표정이 무엇인지를 안다. 바보 같은 놈이라고, 그런 골치 아픈 놈은 또 없다고, 입으로는 욕을 하면서도 눈은 활처럼 휘어진다.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 사람 얘기를 하나라도 더 하고 싶어서 입에 침이 고인다. 우리는 동생에 관해 얘기할 때마다 푸념을 했고 눈은 휘어졌고 입꼬리는 올라갔다.

 

대학에 들어가니 황홀한 날들과 흑역사가 동시다발로 펼쳐졌다. 미팅도 소개팅도 조인엠티에도 따라갔다. 교복이나 운동회나 수능 문제집 같은 것은 금세 잊어버렸다. 유경이는 대학에서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들어갔다. 몇 년 뒤엔 동생들도 자라서 무사히 대학생이 됐다. 동생에게 이렇게 권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너도 대학에 들어갔으니까 재밌는 거 많이 해봐. 여기저기 다녀보고. 많이 놀러 다니고.”

 

유경이 동생은 인하대 공대에 입학했다. 스무 살이 됐고, 발명동아리에 가입했고, 여자친구를 사귄 지 한 달이 됐다고 했다. 얼마나 즐거운 날들이었을까. 스무 살의 친구들, 스무 살의 술자리, 스무살의 연애.

 

 

“국지성 호우로 춘천에서 산사태, 봉사 갔던 인하대 학생 10명 사망.” 그날 밤 나는 사과를 먹으면서 9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창밖에선 빗소리가 더욱 시끄러워졌다. 사과를 먹은 다음에 한 개를 더 깎아 먹었다. 군것질거리 더 없어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대답 대신 다른 말을 했다. “비가 너무 많이 온다. 우산을 써도 다 맞겠어.” 나는 과일을 다 먹고 양치질을 하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잤다. 다음 날 아침 전화가 왔다. 사망자 명단에 유경이 동생이 있다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도 있었다. 유경이 동생이 학교 동아리에서 봉사활동을 갔대. 발명동아리였잖아. 낮에는 춘천의 초등학교에서 발명 캠프를 열었어. 캠프에 참가했던 초등학생들이 정말 좋아했대. 겨울에 또 캠프를 열어주기로 약속했대. 캠프가 끝난 뒤에는 숙소로 돌아갔어. 학교에서 멀지 않은 펜션이었어. 그날 밤엔 비가 많이 왔어. 산사태가 일어났어. 산이 무너져서 흙이 쏟아졌고, 펜션 안으로 흙이 밀려 들어왔어. 유경이 동생의 여자친구는 2층에서 자다가 다행히 구조됐어. 하지만 유경이 동생은 1층 거실에서 자고 있다가 사망자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으로 발견됐어.

 

열아홉 살, 스무 살, 스물두 살, 스물다섯 살, 10명이 그날 그렇게 됐어.

 

 

이별 가운데에서도 어떤 이별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온다. 이별을 고하는 사람마저도 끝인 줄을 모르는 이별도 있다. 흙더미가 내려오던 그날 밤, 누구도 이별의 날인 줄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 닿길 바라면서, 남겨진 사람들은 읊조린다. 사랑한다고 더 많이 말할 걸, 뽀뽀 한 번 더 해줄걸, 밤 새도록 컴퓨터 해도 괜찮다고 말해줄걸, 네가 좋아하는 기타 한 번만 더 쳐 달라고 할걸.

 

찹쌀떡 같던 볼을 다시 한 번만 만져볼 수 있다면. 유경이는 울지 못했다. 뭉툭한 손으로 가족들을 토닥였고, 쓰러진 어머니를 일으켜 눕혔고, 둥근 팔로 사람들을 껴안았다. 그러면서도 창 너머에 누워 있는 동생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유경이의 고개는 울음소리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했다.

 

 

친구야, 내가 오래오래 기억할게.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는 것을.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다 보면, 만날 날이 점점 더 가까워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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