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교환학생에 합격하여, 곧 프랑스로 떠납니다.

 

사실 전 한 번도 해외를 나가본 적이 없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다양한 문화도 경험하고, 유럽 여행도 하고, 영어와 외국어 회화실력도 늘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랑 친한 학교 선배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교환학생 그거 내실도 없어. 학교 입장에서는 그냥 학생들이나 많이 보내면 좋은 거지.” 교환학생에 합격했을 때는 너무 기쁘고 좋았는데, 요즘 그 말이 계속 제 머릿속에 남아서 혼란스럽습니다. 저, 잘 다녀올 수 있을까요?


Answer

어쩌면 선배의 말이 맞을지 모릅니다. 목표 지향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고작 1년 교환학생으로 다녀왔다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적을지 모릅니다. 선배는 “내실이 없다”고 했죠.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맞습니다.

 

저도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미국의 한 주립대로 2학기 동안 다녀왔습니다. 방학 때엔 밴쿠버에 있었고, 학기 후에는 뉴욕에 한 달 더 머물렀으니, 1년 남짓 영어의 환경에 노출된 셈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애매하게 들리던 CNN이 한 단어도 빠짐없이 들리거나, 알아먹을 수 없던 교수의 말을 100% 이해할 수 있게 되진 않았습니다(물론, 멍청한 제 경우의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교환학생을 다녀왔던 경험을 굉장히 값지게 여기고 있습니다. 만약 그때 교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좌절하지 않았다면,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새벽까지 씨름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제게 세상은 여전히 만만한 대상이었을지 모릅니다. 아마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이냐면, 그때부터 제 부족함을 절절히 깨달았기에 -눈을 떠서, 눈을 감을 때 까지 체험했습니다 – (이런 말은 부끄럽지만) 저는 좀 더 겸손한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뜬금없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그때 부족함을 느꼈기에 저는 ‘아직도’ 영어 공부를 합니다. 매일 스페인어 공부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어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접어두었던 독일어 공부도 다시 할 생각입니다. 딱히 무얼 바라는 건 아닙니다. 이미 일본어 공부를 통해 ‘진정 외국어를 써먹을 일은 그 나라에 갔을 때뿐’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현지에서 맘껏 맥주를 주문하고, 식당에서 우물쭈물하지 않고 메뉴를 주문하는 것뿐’입니다. ‘아니, 너무하지 않냐, 다른 속셈이 있는 게 아니냐, 소설가가 무슨 외국어 공부냐!’라고 한다면, 소설가이기 전에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세계 시민이기에 마흔이 된 지금에도 혼자서 중얼거리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를 냉정히 말하자면, ‘내실과 이익’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자, 선배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죠. 선배는 아마 교환학생을 낯선 환경에 나를 던지는 적응의 과정으로, 내 부족함을 깨닫는 과정으로, 그리고 한 지적 생명체의 성장 과정으로 보지 않고, 아마 취직 전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외국어를 속성으로 익힐 수 있는 경제적 도구로 봤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선배의 말은 철저히 맞습니다. 하지만,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전자의 과정으로 봅니다. 제 경험으로는 그랬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1년의 경험으로 갑자기 인생이 바뀌진 않겠지만, 이제 긴 여행길에 첫발을 내디뎠다 생각하고 그 과정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세상에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건 체중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말하면, 시간이 걸리니 기왕 할 것, 어서 열심히 하는 게 낫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생은 차차, 조금씩, 서서히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질 것입니다.

 

아, 맥주만 주문하면 되는데, 왜 필요 이상으로 공부를 하느냐고요? 재미있어서요. 모르는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고, ‘무지의 대상인 세계를 이해의 대상으로’ 매일 조금씩 전환하는 게 즐겁습니다. 가장 큰 유익은 바로 이 시간 자체입니다.


<지난 고민 상담>

 

Q.선배와 과 CC, 괜찮을까요?

Q.자존감이 낮아서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을 못 해요

 

 

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 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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