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은 보통 한 달에 한 번 물을 준다. 겨울에는 동면에 들어가 물이 거의 필요 없다. 가끔 꽃시장이나 식물원에 간다. 이미 꺾인 꽃은 말리거나 선물을 위해 포장하고 식물원에서는 키우고 싶은 꽃이나 선인장을 골라 온다.

 

나는 선인장의 생김새를 예뻐해서 애꿎은 착한 선인장들이 우리 집으로 불려온다. 꺾인 꽃은 1년 전부터 사기 시작했지만 식물 키우는 일은 취미라고 하기에 부끄러울만큼 경험이 없다. 여자친구가 작년에 선인장을 선물해줬는데 그해 겨울을 넘기지 못했다.

 

겨울인데도 물을 줘 속이 물러 있었다. 겨울에는 선인장에 물 주는 일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사실을 죽은 선인장을 보면서 알았다. 한 달에 한 번 물을 주라 했기에 정해진 날짜를 기억해 두었다가 물을 줬다. 식물을 키우면서 주의할 것은 뭔지, 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는지 알아보지 않은 내 잘못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도 나는 계속 새로운 식물을 데려왔고, 인터넷에서 키우는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들은 계속 죽어가고 있다. 좋아해서 아껴준 건데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슬프기도 하다. 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봤지만 같은 식물도 관리하는 방식이 저마다 달랐다. 내가 사 온 어떤 식물은 생김새가 너무 예뻐서 수시로 만지고 들여다보고 물을 줬다. 그런데 그것을 좋아하면 할수록 단단한 식물의 피부는 갈색으로 물들어갔다. 물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싶어 물을 듬뿍 줬다.

 

이상하게도 식물은 죽어가기만 했다. 그 즈음, 분무기를 내려놓고 식물을 내버려두었다. 만지거나 바라보지 않고서. 어릴 때 개미가 너무 신기해 손에 쥐어보았다가 개미를 죽인 적이 있다.

 

때론 너무 좋아서 신기해서나 아닌 다른 것을 죽이거나 살린다. 어떤 것들은, 쓸쓸하게도 내 사랑으로 인해 죽어간다. 그것은 아픈 사실이다. 타인의 관심으로 인해 나도 시든 적이 있다.

 

누구나 그런 적이 있을 거다. 모두가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거니까. 그 특별함이 타인에게 종종 폭력이 될 뿐이다. 이렇게 식물에게 폭력적인 나도, 나에 대한 한 관심에는 민감하다. 나 아닌 누군가의 관심이 종종 상처가 된 적도 있다. 너무 세게 쥐어 죽어버린 개미처럼.

 

그러니 내가 집단 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어떤 곳은 나를 괴롭게한다. 말이 없는 성격 탓에 일을 하다 “혹시 너 집에서 일기 쓰니”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의 유별한 헤어스타일에 “너 왜 그러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내 생각에는, 적어도 타인에게 피해주거나 강요하지 않는 선에서, 나의 세계는 존중 받을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것이 그들의 사랑일지라도 내 이야기 하나 정도 들어줄 수는 있는데 말이지.

 

나도 가끔은 내 방식을 고집한다. 내 관심만이 사랑의 방법이라고 여길 때도 있다. 나를 좋아해준 사람들은 나 때문에 아팠다. 나로 인해 누군가의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지고 버려진 적도 있다. 다른 세계가 만나면 충돌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나는 좀 더 ‘나’라는 감옥에서 벗어났어야 했다. 그러면 내 방에서 죽어나가는 선인장은 없었을 테니까.

 

이런 나도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쓴다. 자기소개서에서 나를 단정짓기 싫어 몇 가지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취업은 되지 않았다. 누군가는 어떤 사실을 진리로 믿고 산다. 그것도 그들 나름의 방식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에게도 나만의 세계가 있다.

 

외딴 섬 같은 나만의 인간관계 속에서 내 곁에 있는 것들을 지키는 방법은 결국 그들의 생태계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름을 어디까지 인정하는가의 문제는 아직도 어렵다. 선인장은 아직 죽지 않았다. 내일은 식물원에 갈 예정이다.

 

Freelancer 박종일 parki1227@naver.com

Illustrator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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