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연수 씨의 외모를 아시는지. 느닷없이 소설가 외모를 거론하느냐 따질 분도 있겠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먼저 밝히자면 나는 김연수 작가의 글을 정말로 좋아한다.

 

『소설가의 일』, 『청춘의 문장들』 두 에세이는 몇 번이고 읽었다. 한땀한땀 옮겨 적은 문장도 적지 않다. 하지만 김연수 작가의 외모는 내 취향과 거리가 멀다. 나는 내 외모가 김연수 작가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죄송합니다).

 

3년 전쯤 김연수 작가의 글을 읽다가 문득 떠올랐다. ‘정말 잘 쓰는구나. 부럽다. 나도 이렇게 쓸 수만 있다면.’ 여기서 망상으로 발전,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작가님 외모와 글쓰기 능력을 하나의 패키지로 가질 수 있다면, 나는 선택할까?’

 

쉽게 말해, 김연수 외모가 되는 대신 김연수 글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없다. <김연수 외모+김연수 글> 혹은 <내 외모 + 내 글>. 잠시 고민한 후 깔끔히 포기했다. ‘그래. 내가 좀 더 노력해보자.’

 

하지만 그런 기회가 다시 온다면, 아… 솔직히 모르겠다. 눈 딱 감고 <김연수 패키지>를 택할 것 같다(또 죄송합니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요즘 아예 글이 써지질 않는다. 몇 문장 타이핑하면 금세 구석에 몰린다. 표현은 상투적이고, 흐름은 부자연스러우며, 내용은 표류한다. 글이라기보다는 텍스트로 이뤄진 똥 쪽에 가깝다.

 

후배인 김혜원 에디터에게 여차여차 말했더니, “그런 거라면 김영하 작가님 쪽이 낫지 않겠어요?” “김영하 작가? 아, 김영하 작가님 정도면.” “네, 막 잘생기진 않으셨어도 지적인 멋이 있으니까.” “하긴 그렇지.”

 

그렇지는 무슨 그렇지. 하나 마나 한 상상을 왜 하는 건지. 누구에게나 본업이란 게있다. 여기서 본업은 먹고살려고 택한 직업만을 일컫지 않는다. 세상과 관계하는 나의 정체성, ‘나는 뭐하는 사람이다’라고 할 때 ‘뭐하는’ 이 내가 생각하는 본업이다.

 

편의점 점원으로 생계를 꾸리지만, 밤엔 진지하게 음악을 한다면 본업은 음악가, 라고 생각한다. 에디터가 되기 전부터 스스로 ‘글쟁이’라고 믿었다. ‘부유하는 세상에 단단하게 박힐 이야기를 남기고 말겠어!’라는 포부도 있었다.

 

글이 안 써진다는 건 본질이 흔들리는 사태다. 흔들리는 본질처럼 사무실 의자에서 흔들대는데 예의 그 후배가, “선배가 너무 지금 겪는 문제를 글로 쓰려고 하니까 안 써지는 게 아닐까요? 그 과정에 있으니까요. 왜, 사람이 그렇잖아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감정이 정리면서 여유가 생기고요.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어야 글로도 쓸 수 있고요.” 응? 그것은… 정말로…그랬다.

 

문제가 닥쳤을 때 대처하는 태도가 사람마다 다를 테다. 나는 어떻게든 끝까지 부딪히자는 입장이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막무가내로 다가간다. 회사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줘도 일종의 ‘체념적 의지’를 불태운다.

 

어차피 세상에 되는 일이란 없으니, 그냥 해보는 수밖에 없다며. 끝까지 가면 거기에 어떤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뿐이다. 듣기에 따라 멋진 이 태도는 그 과정에서 나도, 주변에도 상처 주는 일이 잦았다. 무엇보다 막다른 벽에 막혔을 때 나를 좀 먹었다.

 

이번 글쓰기 사태 역시 마찬가지. 나에겐 올해 초부터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고, 그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갖가지 방식으로 글을 풀어보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야기로 풀 만한 여백이 내 안에 없었던탓이다. 끝없이 자판을 두들겨서 해결해보겠다는 자세는 글쟁이로서의 나를 더욱 더 구석으로 몰아갔다.

 

18년 전, 나는 연세대 동문의 조용한 자취방에 홀로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수능 대박을 통해 원하던 대학에 들어온 지 두 달이 흐른 무렵이었다. 텔레비전에선 베트남 영화 <씨클로>가 나오고 있었다.

 

가난한 주인공은 유일한 생계수단이던 자전거를 도둑맞은 후 생계를 위해 범죄 조직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런 내용이라고 네이버 영화에 적혀 있더라. 내용이 전혀 기억 안 난다. 기억하는 건 오로지 영화 OST였던 라디오헤드의 ‘Creep’.

 

But I’m a creep I’m a weirdo~
(나는 찌질하고 이상한 놈이야)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I don’t belong here
(나는 여기에 어울리지 않아)

 

대체 나는 서울 구석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누워서 바라본 형광등 빛이 슬퍼 보였다. 만약 내가 집을 짓는다면 절대로 형광등만은 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흡연’을 시작했다.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사 와 불을 붙이고 입에 대고 훅 빨아들였고, 머리가 핑 돌아 침대에 누웠다. 살짝 토할 뻔했지만, 내 몸을 파괴한다는 묘한 희열을 느꼈다.지적인 19살짜리답게 오스카 와일드의 명문을 떠올렸다.

 

‘삶에는 두 가지 불행이 있다. 하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갖는 것이다.’ 이제 나는 이룰 것이 없다. 동시에, 이제 남은 것도 서울 이곳엔 없다. 연인도, 친구도, 살아가는 의미도 이제는.

 

담배를 피우며 하염없이 울어댔는데. 얼핏 봐도 100%의 바보짓이다. 원하는 대학에 막 입학한 19살짜리의 염세주의라니. 돌이켜보면 모두 있었는데 말이다. 어린 나이, 마음껏 놀 시간, 이제 곧 만나게 될 사람들, 무엇보다 가능성, 가능성, 가능성.

 

그러나 ‘Creep’이 흐르는 자취방에서 내가 가진 건 떠오르지 않았고, 가지지 못한 것들로 불안했다. 가능성은 무엇이든 확정이 나지 말아야 존재하는 것이고, 고로 가능성은 늘 불안감과 패키지다. 김연수 작가의 외모+글 능력 패키지가 그랬듯, 무엇하나를 택할 순 없다.

 

불안한 청춘 패키지(가능성+불안감) 그리고 권태로운 어른 패키지(가능성의 상실+안정감). 두 가지 상품만이 차례로 등장한다.

 

“지금 너무 힘들어요. 빨리 30살이 넘으면 좋겠어요. 그땐 좀 안정되어 있겠죠”라는 20대인 후배들에게 나는 “너 때가 좋아. 모든 게 가능하다고!”라며 답하지만, 그래봤자 속으로 ‘꺼져, 이 아재야. 난 힘들다고’라고 욕할 테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힘들 땐 힘들어야 할 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 어떤 조언도 무용하다. 진로든, 사랑이든, 가난이든. 너무 그 과정에 있으니까. 엉망진창이었던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휘몰아치는 감정을 부여잡고, 생각을 통해 끝까지 몰고 가진 마시길.

 

그나저나 김연수 작가 사진을 자꾸 봤더니 살짝 내려가는 눈꼬리가 꽤 매력적이었다. 마지막은 눈꼬리가 매력적인 김연수 작가의 문장으로 마무리 짓겠다.

 

그나마 삶이 마음에 드는 것은,
첫째, 모든 것은 어쨌든 지나간다는 것,
둘째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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