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가 싫어 절에 간 중처럼, 내 친구는 수학이 싫어 문과에 갔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문과에 가면 나중에 취업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친구는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전 경영을 배워 CEO가 되겠습니다”

 

며칠 전엔 그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내가 “너 그때 CEO 된다고 했잖아”라고 하니, 친구는 그게 무슨 깊은 산 속 옹달샘으로 에비앙 만드는 소리냐고 한다. “이렇게 살아선 내 인생도 경영 못 할 거라고!” 수학하기 싫어서 왔더니 회계 수업에선 계산기를 쥐어주고, 마케팅 수업에선 4대비극 뺨치는 두께의 원서를 쥐어준댄다.

 

 

CEO는 고사하고 문송하게 생겼다니. 대체 어떤 학교 생활을 하는 걸까. 친구의 대학생활이 궁금해서 가상 게임 <경영학도 메이커>를 플레이해봤다. 캠퍼스 걷다 보면 발에 채이는 게 경영학관데 뭐 그리 어렵겠어. 그땐 몰랐다. 곧 간지폭풍에 버금가는 시험과 팀플의 폭풍이 휘몰아 칠 거라는 걸…

 


STAGE 1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경영학도 취업 메이커>는 대학내일에서 (가상) 제작한 경영학과생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4년 간 학교 생활을 마치고 취뽀까지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취준 상황에 따라 기간이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경영학도 메이커>는 다른 대학생 메이커보다 엔딩이 다양하다. 모든 STAGE를 종료하면 플레이 내용에 따라 각기 다른 엔딩을 볼 수 있다.

 

공략 TIP

• 시작할 때 캐릭터의 스탯을 인문학에 몰빵했다면 회계와 재무 수업에서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 시험 같은 메인 이벤트 외에도 팀플이나 공모전 같은 서브 이벤트가 유난히 많다. 이 기간엔 스케줄 관리뿐 아니라 멘탈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 경영학과는 한 학번만 300명쯤 되며 이과, 저 과, 문과 가리지 않고 복수전공으로 택하는, 학과의 용광로 같은 곳이다. 사회성이 400 이하면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낄 수 있으니 ‘말 걸기 스킬’과 ‘친구 사귀기 스킬’을 꾸준히 연마해야 한다.

 


STAGE 2. 영어강의 듣기

 

스케줄 표에 수업을 채워야 한다. 영어능력이 높지 않다면 영어강의는 피하는 게 좋다. 물론 영어수업은 학생의 50퍼센트에게 A를 준다. 그러나  당신의 캐릭터가 그 50퍼센트 안에 들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캐릭터가 수강신청에서 패배하면 어쩔 수 없이 영어강의를 듣게 되기도 한다. 한국어로도 어려운 걸 영어로 듣다 보면 아무리 수업을 들어도 지성이 오르지 않는 불상사가 생긴다.

 

공략 tip.

• 영어강의엔 유학파나 외고 출신 영잘알들이 가득하다. 영잘알이 과반수 이상이면 프라이드가 급격히 떨어지니 유의 해야 한다.

• 상점에서 원서가 아닌 한국어 해석 본을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어로 대체 불가능한 단어가 많아서 해석 본을 해석하기 위해 원서를 봐야 한다.

• Kotler의 <마케팅 기초> 원서를 완독하면 마케팅 항목의 지식이 증가한다. 동시에 눈의 피로와 스트레스도, +20씩 증가한다.

 


STAGE 3. 회포자&재포자 면하기

 

많은 플레이어들이 회계와 재무 항목에서 좌절을 맛본다. 1차 회포자는 회계원론 수강 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님을 직감하고 마케팅이나 인사, 무역 등에 올인 한다. 원가관리회계와 중급회계까지 수강했다가 CPA 준비생들에게 양민학살을 당하고 포기하는 플레이어도 많다.

 

공략 tip.

• 계산기는 필수 아이템이니 상점에서 반드시 구매하자. 고오급 아이템 공학용 계산기도 있다.

• 원가회계에서 변동원가계산이 나오면 캐릭터가 회포자의 길로 들어설 확률이 20% 증가한다.

• 공정별 원가계산을 무사히 통과하려면 ‘꼼꼼함’과 ‘인내심’ 지수를 올려야 한다.

• 재무관리의 꽃인 파생상품을 배우면 ㅈ..아니 꽃되는 기분을 느낀다. ‘불량’한 상태가 될 수 있으니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신경 써야 한다.

 


STAGE 4. 팀플제

 

매년 5월과 11월에는 ‘팀플제’가 열린다. 팀플제는 성과가 거의 미미한 ‘전야제’와 80%의 성과를 내는 ‘본제’로 구성된다. 본제는 주로 마감 하루 전부터 시작된다. 팀플제 기간에는 주5일 수업에 5팀플, 아니 6팀플 이상을 소화해야 할 수도 있다. 수업 듣는 시간보다 팀플 하는 시간이 많은 건 기분 탓이 아니라 리얼이다.

 

공략 tip.

• 밥약속을 잡거나 알바를 할 생각은 소양강 맑은 물에 던져버리는 게 좋다. 오전엔 마케팅관리 팀플, 오후엔 경영전략 팀플, 주말엔 조직행동론 팀플… 스케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팀플 시간이 겹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 팀플제 기간엔 모든 경영학도들이 팀플을 하기 때문에 메뚜기 뜀 뛰듯 빈 강의실이나 팀플룸을 찾아 다녀야 한다. 카페에서 팀플을 할 때마다 생활비가 5씩 감소한다.

• 캐릭터의 디자인 지수가 높아 금손 단계에 이르면 ‘피피티 공장장 역할’을 맡게 된다. 팀원이 자료를 제 때 넘겨주지 않거나 X같은 보노보노를 배경에 넣는 경우, 캐릭터의 스트레스가 급격히 오른다.

• 팀플의 마감일이 두 개 이상 겹치면 캐릭터의 체력이 바닥을 친다. X누피 커피우유를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살아있는 좀비’ 상태가 된다. 마감일이 지나면 ‘기절’ 모드에 들어간다.

 


STAGE 5. 공모전 시즌

 

공모전 시즌이다. 게임을 진행하는 데 꼭 필요하진 않지만 엔딩에 큰 영향을 끼친다. 3회 이상 참가해서 경험치가 쌓이면 입상의 입질이 오기 시작한다.  실제로 재학 기간 동안 공모전 10개에 참여한 사례도 있다. 하면 할수록 주최사의 의도를 꿰뚫어 보는 안목이 는다고.

 

공략 tip.
• 주로 방학에 공모전에 참여하기 때문에 유럽여행을 가거나 고향에 내려가는 친구들을 구경만 해야 한다.  ‘배아픔’과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팀원들과 치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혈중치맥지수가 높아지면 몸무게가 증가해서 스트레스가 더 쌓일 수 있으니 작작 먹어야 한다.

• 마감 기간이 다가오면 ‘예민함’이 증가한다. 팀원들과의 불화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하는 게 어떨까?’ 패치를 장착하자.

• 첫 공모전에서 상을 타거나, 출품하는 족족 입상하는 ‘될놈될’ 케이스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놈들일 주변에 있을 경우 프라이드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 유의하자.

 


STAGE 6. 취준 돌입

 

4년 간의 학교생활을 마치면 취준 STAGE에 돌입한다. 이번 스테이지는 정해진 기간이 없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프라이드, 체력, 스트레스 등이 총체적으로 악화된다. 이 기간엔 (취뽀한) 친구와의 만남이나 부모님과의 대화도 스트레스를 증가시킬 수 있다.

 

공략 tip.

• 취준 기간이 길어지면 캐릭터가 히키코모리가 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 모든 항목의 지식과 경험치를 골고루 조금씩 높였다면, “자네는 어느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했나”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 할 수 있다.

•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이공계 졸업생과 공모전을 휩쓴 인문계 졸업생이 예상치 못한 라이벌로 나올 수 있다. 실제로 모 기업 인턴십 공채에선 ‘마케팅’분야 지원자격이 “산업공학/컴퓨터공학/OO공학 및 기타”인 적도 있다. 마케팅은 경영학과가 대표적으로 배우는 과목인데도 ‘기타 전공자’로 지원해야 했다고 한다.

• 캐릭터가 자신의 전공을 살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전혀 생각지 못한 엔딩을 볼 수도 있다.

 


ENDING

 

엔딩 페이지에서는 지난 플레이 내용을 돌아볼 수 있다. 경영학도 메이커의 엔딩은 매우 다양하다. 플레이 중간에 CPA를 취득하면 회계사 엔딩도 볼 수 있고 진로에 따라 은행원이나 노무사, 영업사원, 마케터, 기업재무사 등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엔딩이라고 기뻐하긴 이르다. 이제 겨우 취업 메이커를 끝냈을 뿐이다. 이어지는 신입사원 메이커와 대리 메이커, 과장 메이커를 할 각오는 돼 있겠지? 지옥은 이제부터다.

 


에필로그

후. 영어며 계산이며 팀플이며 뭐 하나 잘하지 않아도 되는 게 없더라. 이럴 거면 다음엔 수리에 스텟을 몰빵하고 이공계로 들어가서 경영학을 복수전공 해야겠다. 문∙이과를 넘나드는 복합형! 융합형! 인재가 되는 것이다. 물론 개고생도 복합적이고 융합적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겠지만.

 


illustrator liz

director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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