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Ask Anything>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네. 오늘이 마지막 입니다. 저는 연재를 하며, 여러분이 겪고 있는 고민이 실로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 고민의 성격이 대동소이하다는 것도 깨달았 습니다.

 

<대학내일>이라는 훌륭한 지면에 언제 또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기에, 그간 느낀 점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써보겠습니다. 재미없고, 식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쓰겠습니다. 인생의 고민은 대개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일과 사랑과 우정’이죠. 사실, 이는 각각의 분야를 대표하는 메타포일 뿐입니다.

 

즉, <일>에는 ‘돈과 성공, 계급의 문제’가 포함되며, <사랑>에는 ‘연인, 부부, 동성·이성 간의 관계’가, <우정>에는 ‘친구는 물론, 가족까지 아우르는 모든 인간관계’가 포함됩니다. 저 역시 이 고민을 늘 안고 살아갑니다.

 

따라서 자격은 없지만 만약 이십대 시절이 다시 주어진 다면, ‘일과 사랑과 우정’을 어떻게 풀어갈지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 이제 영영 안 쓸지 모르니까, 쓰고 도망간다는 심정으로 말이죠.


 

일(학업, 진로)

 

저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할 겁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생각해보니, 왜 ‘인류학’과 ‘역사’와 ‘정치학’, 그리고 ‘심리학’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막심했습니다. 물론, 대학을 졸업해서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부 시절의 젊은 기운으로 여럿이 강의실에 모여, 정제된 강좌를 들을 기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각자 호기심을 발하며 말이죠. ‘미술사’와 ‘페미니즘’, ‘고대 그리스 정치사’ 등이 저의 요즘 관심사입니다.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여 취직을 하고 나니 – 그래서 데이터와 실적들과 씨름을 하고 나니 – 그 때의 ‘교양강좌’들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청춘의 시절에 쌓은 교양이 남은 인생 동안 유 지할 품격의 토대를 닦아줍니다. 아니,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로, 제일 고픈 게 바로 ‘교양강좌’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독일어’나 ‘스페인어’ 같은 교양 수업도 학생인 김에 듣고 싶습니다. 아아, 부럽네요.


 

우정(인간 관계, 가족)

 

이런 말은 좀 아이러니 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바로 ‘나와의 관계’입니다. 고로,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나 자신에게 어떻게 대해 줄지’ 결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나에게 운동의 시간을 줄 것인지, 휴식의 시간을 줄 것인지, 독서의 시간을 줄 것인지, 용서의 시간을 줄지, 반성의 시간 을 줄지, 아니면 탐닉의 시간을 줄지…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나를 잘 대하지 않으면, 타인과의 관계도 온전해질 수 없습니다. 내가 나를 잘 대해야, 타인도 나를 잘 대해줍니다.

 

아울러, 인생에서는 세 명의 친구가 필요합니다. – 언제나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친구 – 나와 같은 직업적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 – 나와 지위나 품격이 비슷한 친구(비슷하게 놀고 싶을 때 중요합니다) 이 세 명중,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친구’는 이십대 때에 대개 결정됩니다.

 

그 친구에게 잘 해줘야합니다. 친구지만 예의를 갖춰야 합니다. 어느새, 저는 친구들이 모두 떠나갔네요. 아아, 여러분이 또 부럽네요.


 

사랑(연인, 부부 등)

 

흔히 이성 친구나 애인을 ‘있으면 귀찮고, 없으면 허전하다’고 하죠. 둘 중 하나를 꼽으라면, ‘있어서 귀찮은 게’ 낫습니다. 고독을 통해 얻는 것도 있지만, ‘함께 있을 때’ 인간은 얻는 게 더 많습니다. 물론, 무언가 얻기 위해 누군가 만나는 건 아닙니다만. 사람을 만난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연애를 통해 사람 대하는 법을 배우고, 실연을 통해 상처 다루는 법을 배웁니다. 그러니, 이십대로 돌아간다면, 예전처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다가오는 이에게 마음을 열고, 저 역시 마음을 건네는 걸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건 좀 쑥스러운 말일지 모르겠지만, 섹스에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인생에서 왕성하게 섹스를 할 수 있는 날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만약 제가 타임머신을 타서 과거의 제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일단 녀석의 뒤통수부 터 휘갈기고 볼 것입니다. “하기나 해! 이 등신아!” 섹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던 이십대의 머저리인 저에게 말이죠.

 

‘사랑’ 섹션을 제일 나중에 쓴 탓인지, 결론이 이상하게 나버렸네요. 여러분, 기억해주세요. 이십대로 돌아가면 저는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라는 것을요. 이게 모두 요즘 그레이의 ‘하기나 해’를 들은 탓입니다. 그나저나, 가사 참 좋죠.

 

그냥 하기나 해 ♬

어차피 생각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깐 ♪

재밌게 즐기자구 그냥 하기나 해 ♬

 

여러분도 너무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하면서 생각해요. 솔직한 고민 보내줘서 고마웠고, 많이 읽어줘서 고마웠어요


 

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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