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다! 내 운명의 여행지!”

‘꼬 따오’로 여행을 가겠다 하자 한결같이 “어딜 간다고? 꼬…?”라는 반응을 보였다. 맞다. 도무지 입에 붙지 않는 이름이다.

 

 

꼬 따오는 다이버들의 성지였다. 바꿔 말하면 다이빙 말고는 딱히 볼 것도, 할 것도 없는 섬이었다. 오직 스쿠버 다이빙을 위해 전 세계에서 비행기, 기차와 배를 갈아타고선 이 섬으로 온다. ‘아는 사람만 찾는 섬’이란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잘못 온 건가? 왜 이렇게 별로지?”

하지만 여행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방콕에서 기차로 10시간, 배로 갈아타고 또 한참을 가야했다. 배에서 세 번쯤 토하고 내린 후 마주한 건 악다구니를 쓰며 내 손목을 잡아끄는 택시 기사들이었다.

 

한적한 시골 같은 섬? 웬걸, 마주한 풍경은 8월의 해운대였다. 꼬 따오의 메인 거리는 다이빙 가격이 싸다는 소문을 듣고 “와 다이빙 존나 멋있어!” 하며 몰려든 술 취한 외국인들로 가득했다. 동남아답게 술값도 쌌고, 거리는 오직 취하기 위해 꼬 따오에 왔다는 걸 온 몸으로 보여주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어딜 둘러봐도 혼자 온 여행자는 보이지 않았다.

 

 

“마음 맞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레스토랑은 커플 혹은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1인분을 시킨 테이블은 나 밖에 없었다. 삼겹살 가게에서 혼자 고기를 구워먹는 듯 민망했다. 잔을 부딪치며 애정의 눈빛을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서 묵묵히 파스타를 입에 밀어 넣었다.

 

대화가 잘 통하고 마음이 맞는 여행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언제나 여행은 혼자 떠나야 진리!라 외치고 다녔는데.

 

친구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다이빙 수업을 들으며 두 캐나다인과 친해져 종일 시간을 함께 보냈다. 우리 시간 되면 다음 여행지에서 만날까? 슬쩍 말을 건넸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애매했다. 나는 빠르고 쿨하게 언젠가 만나자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둘은 진짜로 쿨하게 자기 길을 갔다.

 

그날 밤에는 외로움에 짓눌려 와인을 병째로 마시고 잠이 들었다. 혼자가 좋아 떠난 여행에서 혼자가 된 외로움을 느끼는 내 자신이 참 작아 보였다.

 

 

“여기까지 와서 뭐 하는 거지?”

어떤 밤에는 잠도 오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망했구나. 이 최악의 여행을 위해 쓴 돈과 시간을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졌다. 들고 온 책과 영화는 개뿔 가방을 열지도 않았다. 당장이라도 침대를 박차고 클럽이든 어디든 가야 할 것 같았다.

 

숙소의 라운지에서는 술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나도 같이 마셔도 되냐 물었다. 의례상 자기소개가 오가고 그들은 다시 자기들끼리 대화를 이어갔다. 영국 축구와 정치에 관한 농담이었다. 아, 만국 공통으로 재미없는 그 얘기구나. 타이밍에 맞춰 억지로 따라 웃다가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스스로에게 화가 치밀었다. 혼자인 것도 싫고 술자리도 싫으면 어쩌자는 거야? 나도 꼬 따오가 이런 곳인 줄 알고 왔겠니. 변명하듯 화가 난 나 자신을 달랬다.

 

 

괜히 왔어. 집에 가고 싶다

혹시 내가 아직 이곳의 매력을 다 발견하지 못한 건 아닐까? 인터넷을 켜고 빠르게 꼬 따오의 맛집과 명소를 검색했다.

 

꼬 따오의 대표 해변인 사이리 비치는 엽서처럼 예뻤다. 바다와 맞닿은 하늘이 순간마다 보라색, 분홍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모든 풍경이 색을 잃은 채 시시해보였다. 괜히 왔어, 꼬 따오는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타이거 생맥주를 손에 쥔 채 고개를 푹 숙이며 생각했다.

 

혼란스러웠다. 여행을 왜 온 거지? 외로움과 불만투성이인 내 모습을 기대한 건 아닌데. 생각해보니 혼자 휴양지로 여행을 온 건 처음이었다. 언제나 파티가 열리는 게스트하우스를 돌아다니며 지치도록 사람을 만났다. 새로이 사귄 친구와 다음날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하고 따로 다니기도 했다.

 

나는 혼자 여행을 하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타입이었구나. 꽤 비싼 교훈이었다.

 

 

“그래도 좋았어.”

돌아와서는 한동안 여행을 피했다. 또 다시 실패한 여행을 하게 될까봐 겁이 났다. 여행을 떠날 기회가 있으면 이전보다 더 깐깐하게 따지게 됐다.

 

하지만 나는 언제부턴가 못난 기억만 남기고 온 그 숙소를 초록이 보이는 파라다이스라며 그리워하고 있었다. 꼬 따오는 어땠냐고? 바삭한 스프링 롤과 맥주가 맛있는 사이리 해변이 있는 곳. 흥 많은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다이빙을 즐기는 곳.

 

기억이 변하진 않았다. 그 기억을 마주하는 나의 태도가 변했을 뿐. 여행지에 실망해 투덜거리고 징징거리느라 사라진 줄 알았던 여행의 설렘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여행이 망했다는 이유로 다음 여행을 포기하란 법은 없다. 결국 찰나같이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우리는 또 그렇게 여행을 한다.

 

호구같지만, 내년 2월에 꼬 따오로 다시 간다. 새로운 사람들을 잔뜩 만날 수 있는 해변가 게스트하우스도 예약했다. 꼭 귀여운 스태프가 있다는 리뷰를 읽어서 기대되는 건 아니고…

 

Illustration_백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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