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를 고민하는 내게 멘토님 말씀하시길, “좋아하는 일을 하라” 하셨다.
좋아하는 일이라…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니까… 여행작가! 그래 여행작가가 좋겠어. 여행하면서 돈도 벌고 얼마나 좋아!

 

현직 여행 작가에게 물었다. “여행작가로 살아보니 어때요?”
낭만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무척이나 현실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여행하고 글 쓰는 삶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감수하고 이 일을 하는 것이지, 절대로 놀고 먹으면서 돈 벌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나처럼 막연히 여행작가를 꿈꾸기만 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를 기사로 쓴다. 여행작가를 꿈꾸는 당신이 알아야 할 5가지 진실!

 


0. 여행 작가 지망생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여행작가는 기본적으로 부모님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릴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일단 어른들은여행작가에 대해서 잘 모르신다. “그게 직업이긴 한 거냐”, “놀고 먹겠다는 소리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 것은 기본. 대부분의 부모님은 이 직업을 결사 반대 하실 거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시선 또한 곱지 않을 터. (예상 반응: 너 금수저구나?) 여행 작가 지망생이 된다면, 취업 준비생과는 또 다른 차원으로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거다.

 

Tip. 
여행작가 지망생은 연예인 지망생과 비슷하다.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 (기업 입사라면 서류 전형 합격/불합격이라도 알 수 있지..) 이는 하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힘들게 한다. 팁을 주자면, 당장 할 일이 없더라도 일단 집을 나서라는 것.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해진다.

 


1. 일은 일이다

 

여행 잡지 『론니 플래닛 코리아』의 허태우 편집장은 말했다. “여행작가가 하는 일은 자신의 로망과 환상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로망과 환상을 주는 일”이라고. 그의 말처럼 개인으로 하는 여행과 일로 하는 여행은 여름과 겨울 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

 

일로써 하는 여행은 말이 여행이지 출장이다. 가이드 북 작가나 여행 기자의 경우 직장인보다 더 빡빡한 스케쥴에 따라 움직인다. 주어진 시간 안에 여러 장소를 이동하면서 독자들에게 소개할 만한 것을 찾아내려면 어쩔 수 없다. 날씨가 좋지 않아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좋은 자료를 만들어 와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Tip
일로 간 여행지에서는 속 편하게(?) 감동에 취해 있을 생각을 버려야 한다. 독자들이 이곳에 왔을 때 하나라도 더 누릴 수 있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계속 머릿속으로 레이더를 돌리고, 보다 입체적으로 보고 생각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2. 프리랜서는 뭐든지 셀프로 해야 한다

 

대부분의 여행작가는 프리랜서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하고, 매달 정해진 날짜에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직장인과는 다르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해야 하고, 입금이 제대로 되었는지도 직접 확인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동기 부여, 자기반성, 자기 계발 모두 셀프로 해야 한다. 회사에서 일을 잘못 하면 상사에게 깨지고 일을 배우면 된다. 하지만 프리랜서의 경우 실수를 하면, 일거리가 없어진다. 백수가 되는 거다. 프리랜서로 살아남는 일은 생각만큼 만만한 일도 아니고 프리하지도 않다.

 

Tip
프리랜서는 해야 할 일이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다.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혈혈단신으로 프리랜서 여행작가가 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처음에는 여행 잡지(혹은 꼭 여행 잡지가 아니더라도 매체의 기자)에 취직하여 경험을 쌓는 것을 추천한다.

 


3. ‘작가’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여행작가는 항상 여행하고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앉아서 글 쓰는 시간이 더 많은 직업이다. 여행하고 글을 쓰는 일. 말만 들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하는 것, 나아가 ‘잘’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좋은 여행을 했더라도 ‘좋았다’,’맛있었다’ 이상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작가가 될 수 없다.

 

Tip
일단 자기가 쓴 글을 블로그에 올려 보자. 내 글이 타인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행잡지, 지자체 등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도 좋다.

 


4. 야근이 없다. 물론 퇴근도 없고

 

제대로 일하는 여행작가라면 직장인 못지않게 일을 오래 한다. 심지어 낮에 여행하고, 밤에 숙소에서 급하게 원고를 쓰기도 한다. 또 *여기저기서 일을 받아서 하는 프리랜서기 때문에, 마감 일정이 겹칠 때도 많다. 하지만 그러든 말든 무조건 마감일에 맞춰서 원고를 넘겨야 한다.

 

*수입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유명 작가가 아니고서야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받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Tip
직장인으로 치면 야근에 해당하는 오랜 시간의 일을 여행작가들도 한다. 다만 그것이 상사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내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선택한 일이라는 점이 다르다.

 


5. 사람들은 무명 작가의 여행 에세이에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여행 작가 지망생이 자신의 첫 책으로 떠올리는 건 에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의 여행기엔 관심이 없다. 왜 우리도 이병률 작가나 정여울 작가처럼 유명한 사람의 여행기에 주목하지 않나. 에세이보다는 오히려 가이드북 같은 실용서 시장이 더 크다.

 

Tip
무명의 개인이 여행기를 써서 생존하려면, 콘셉트가 분명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엄마 시리즈’ 작가 태원준은 ‘30대 남자와 60대 어머니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났다’는 콘셉트로 책을 써서 확실한 자기 영역을 가지게 됐다.

 


P.S.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작가가 되어서 좋은 점

좋아하는 일을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삼는 삶을 선택했다. 일을 하는 시간에 최대한 행복하고 싶었다. 일하는 시간이 회사에 다닐 때보다 훨씬 늘어났다. 버린 것도 많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삶의 의미에 대해 방황하지 않는다. 삶이 의미가 있다고 느껴진다. 안정된 월급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몸이 편안한 직업도 아니지만, 나는 내 삶에 만족한다. 여행하며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

 

『여행작가로 먹고살기』 임효정 작가

 


Illustrator liz
자문 『여행작가로 먹고살기』저자 임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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