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먹지 않으리라 다짐하고는 다음날 또 다시 내일을 기약하기를 수십여년. 그렇게 몸뚱아리에는 지방이 쌓이고 쌓여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실컷 먹었으니 빼야 할 때가 왔다. 마침 친구의 영업(?)에 넘어가 디톡스 쥬스를 결제했다. 하는김에 우리 팀 에디터 4명도 꼬셨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시상식 등 중요한 자리에 참석하기 전 48시간 동안 바짝 살을 뺀다는 묘약. 방법은 간단하다. 48시간 동안 해당 쥬스만 먹으면 된다. 물 외에는 그 어떤 것도 금지. 커피(카페인)도 섭취해서는 안된다. 내가 지금껏 먹어 온 세월이 얼마인데, 48시간 안먹는다고 어떻게 되겠나 싶었다.

 

 

그렇게, 지옥의 디톡스 게임체험은 시작됐다.

 

 

AM 09:00

시작은 평범하고 달콤했다. 디톡스 당일 오전 9시. 다섯 명의 에디터는 결연한 표정으로 각자의 음료 뚜껑을 열었다. (이것이 큰 실수였음을 이때는 알지 못했다.) 상큼한 오렌지 향이 미세하게 퍼졌다. 쥬스와 물을 1:1 비율로 섞어 건배까지 했다. 영롱한 주황빛 음료는 당장이라도 내장지방을 활활 불태워 없애줄것만 같았다. 한모금 넘기는 순간 모두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뭔가 굉장히 건강한 맛을 기대했는데 그것보다는 너무 오렌지쥬스 같았다. 그래도 포만감은 낭낭했다. 딱 15분동안. 15분 뒤부터는 아까 마신 쥬스는 어디로 갔는지 마치 공복인 양 배가 텅 빈 느낌이었다. 하염없이 생수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참가자의 한마디

“원액을 퍼다가 빵에 발라먹고 싶다. 씹는 게 없으니 입이 심심하다.”

 


 

 

PM 01:00

분명 후기에 포만감이 상당해서 배고프지 않다고 했는데, 후기 쓴 사람 다 찾아내 따지고 싶을 정도로 너무 배가 고파서 화가 났다. 그럼 그렇지. 물만 먹는데 배가 안 고플리가. 허기를 참지 못한 참가자들은 점심시간에 좀비처럼 여기저기서 잠을 청했다. 카운트다운을 하듯 1시 땡 하자마자 사람들은 미친듯이 쥬스를 마셨다. 4시간을 기다렸는데 한 끼 식사는 4초에 불과했다. 인생사 허무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또 다시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니 벌써부터 눈 앞이 아득해져왔다.

 

참가자의 한마디

“한모금을 마셨다. 무척 달다. 이건 무안단물인가. 이재목 목사의 얼굴이 떠오른다.”

 

PM 04:00

보통 우리 사무실 풍경은 이렇다. 오후 3~4시쯤 되면 곳곳에서 “배고파”라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진다. 그리고 누군가 음식을 내어오고, 간식 타임이 벌어진다. 하지만 게임 아니 실험에 참가한 에디터들은 한숨만 내쉰 채 각자의 모니터만 바라봤다. 대화의 단절이 시작됐다. 그 때 한 에디터가 침묵을 깼다. “나 포기할까…?” 동료의 ‘포기’라는 단어에 참가자들은 일제히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그리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서로를 다잡으며 실험은 계속됐다. 재난이 일어나도 이보다 더 절절할까 싶은 순간이었다.

 

참가자의 한마디

“그때 우리는 마치 무인도에 난파된 아이들 같았다. 우리는 대체 왜 굶고 있는 것인가….”

 


 

 

PM05:00

드디어 실험 첫째날, 세 번째 식사시간이 됐다. 참가자들은 각자 우울한 표정으로 쥬스를 마셨다. 8시간 전 밝은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번에 저녁 쥬스까지 원샷하는 참가자가 있는 반면 마치 터널에 갇힌 하정우가 된 듯 조심 조심 한모금씩 아껴마시는 참가자도 있었다. 그렇게 먹으면 3박 4일도 더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점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으나 참가자들의 눈빛에서는 텅 빈 공허함이 느껴졌다. 모두가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같은 생각 중이었으리라. ‘이거, 왜 시작한거지’.

 

쥬스만 먹다보니 중간중간 물을 쉴 새 없이 먹었다. 참가자들은 한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을 오갔다. 아무래도 쥬스 디톡스 다이어트가 아니라 화장실 들락날락 거리느라 살이 빠지는 것 같다.

 

참가자의 한마디

“집에 가서 먹는 밥도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미래가 없었다. 퇴근시간이 되어도 기쁘지 않다”

 


 

PM09:00

첫째날 마지막 식사. 이미 이전 시간에 할당량을 다 마셨기에 집에 가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웠고, 잠을 청했다. 배고플 때는 잠이 최고다. 잠이 들락말락 하는데 순간 평소의 배고픔과 다름을 깨달았다. 하루 종일 단 한번도 꼬르륵 소리가 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배고픔과 허기짐은 뇌의 농간이었나 싶다. 실제로 배가 그닥 고프지 않는데 스스로 배가 고프다고 생각하다보니 배가 고픈건 아닐까. 왠지 내일은 더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이른 저녁 잠이들었다.

 

참가자의 한마디

“춥고 배고프면 졸린 이유를 알았다. 살기 위한 본능이었다.”

 


 

 

AM09:00

날이 밝았다. 분명 전날 배고픔은 뇌의 농간일 뿐, 버틸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일어나자마자 취소했다. 배고프다. 배가 고프다. 미친듯이 배가 고프다. 출근하자마자 쥬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으~ 여기 한사발 더!”를 외치고 싶은 심경이었다. 그깟 쥬스 몇 모금으로 이 깊은 허기짐을 채울 수 없었다. 모든 참가자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동료 직원이 잠시 참가자들 근처에 왔다가 봉변만 당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 모습이 측은했으나 현재 나의 상황이 제일 측은했다.

 

참가자의 한마디

“저 후배 놈은 왜 저렇게 열심히 숨을 쉬는 거지?”

 


 

 

PM01:00

둘째날 점심시간. 역시나 참가자들은 12시부터 잠들기 위한 준비를 했다. 잠시 뒤 누군가 닭가슴살을 전자렌지에 데우는 냄새가 사무실 전체에 퍼졌다. 참가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고 “대체 이 냄새는 누구의 소행이냐”며 미어캣처럼 범인(?)을 색출했다. 닭가슴살 주인은 괜히 욕을 먹고는 죄송할 것도 아닌데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사무실은 점점 험악해졌다. 그러던 중 참가자들을 동요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백장미 에디터가 옥상에서 몰래 주먹밥을 먹다 들킨 것. 결국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진짜 울었다) 중도포기를 선언했다. 그리고 그녀는 너무나 행복해보였다.

 

 

참가자의 한마디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PM05:00

고지가 머지 않았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산해보니 16시간이 남아있었다. 왠지 퇴근하면 이 지긋지긋한 디톡스도 끝일것만 같았는데 16이라는 숫자 아래 희망은 송두리째 뽑혀나갔다. 그것은 너무나 아득한 숫자였다. 그 때 누군가 ‘함께 포기하자’는 달콤한 제안을 했고, 참가자들은 술렁였다. 백장미 에디터의 행복한 모습도 한몫했으리라. 내가 에덴동산의 아담이었다면 진작에 선악과를 따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적 지주인 웅자 에디터의 제지로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야했다. 그래. 포기하기엔 지난 32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참가자의 한마디

“오늘 자기 전, 알람시계 옆에 치킨을 놓아 둘 거야.”

 


 

 

PM09:00

마의 구간에 돌입했다. 퇴근 후라 주위에서 참으라고 말릴 동료도 없다. 싱크대 옆에는 과자가 있고, 찬장에는 라면과 파스타면이 있고, 냉장고를 열면 냉동만두와 갖가지 반찬들이 있다. 집 안의 모든 것이 온 힘으로 나를 유혹하는 듯 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하지 않았나’ 점차 자기 합리화에 빠져들고 있었다.

 

참가자의 한마디

“문제는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것. 술의 신 바쿠스가 우릴 유혹하는 날이지.”

 


 

 

AM12:00

결국 두 명의 탈락자가 발생했다. 그냥 잠들면 될것을…. 12시에 함께 실험을 끝내자 하고는 두 사람은 각자 술파티를 벌였다. 두 에디터는 ‘인생에 술이 이렇게 달콤했던 순간은 없었노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디톡스 후라 그런지 깨끗한 몸에 술이 술술 들어갔다. 알콜이 혈관을 따라 온 몸을 배회함과 동시에 세상 모든 고통에서 해방된 기분이었다. 행복하다. 멀리서 행복을 찾을 필요가 없구나. 지금 이곳이 지상낙원이요, 유토피아인걸.

 

참가자의 한마디

“쑥과 마늘로 100일을 버틴 곰은 가히 사람이 될 만 하다.”

 


 

 

AM09:00

드디어 48시간이 흐르고 실험이 종료됐다. 살아남은 자는 웅자와 쿠키 에디터. 두 사람은 각각 2.5kg과 1kg 감량에 성공했다. 특히 웅자 에디터는 주말에도 죽으로 보식을 했으며, 확실히 위의 크기가 줄었음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쿠키 에디터는 48시간 고생해서 뺀 1kg을 주말동안 원상복귀 시켜버렸다.

 

참가자의 총평

“굶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게 되었고, 삼시세끼 밥을 먹을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합니다.” – 백장미

“하루 종일 집에 누워있을 수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 김꿀

“한 달에 한 번쯤은 할 법 하다. 추석 지나고 살찌면 또 할것같다. 하지만 불금에는 하지 마세요” – 김혜원

“다시 하라면 하루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틀은 세상 살기 싫어짐” – 쿠키

“그래. 역시 하루 정도는 거뜬하다. 포도주스 맛 충무로 24시간 만들어서 사업하고 싶다. 투자자 구합니다.” – 웅자

 


일주일 뒤

디톡스 후 일주일이 흘렀다. 디톡스의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위장이 줄어든 듯 먹는 양은 현저히 줄었으나 몇 날 며칠 이어진 폭식으로 살이 더 쪄버렸다. 디톡스는 다이어트 시작 단계에서 행할 것을 추천하며, 디톡스 후 보식과 식이요법을 꾸준히 해야함을 명심하길 바란다. 바짝 살뺀다고 디톡스 했다가는 오히려 더 큰 독만 쌓일 수 있다. 모두 건강한 다이어트 하시길. 진짜로 실험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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