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으면 다 터지는 100%의 승률. 조금 무리수로 보였던 스토리도 막상 뚜껑을 열면 흥미진진 멈출 수가 없다. 대체 이종석의 드라마 보는 안목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첫 주연작 <학교 2013>부터 <W>까지 며칠 밤 복습한 결과 알아냈다. 그가 택한 남자들에겐 확실한 원칙이 있다는 걸. 소나무 같은 사람…. 이 정도면 차기작 캐릭터 궁예질 가능?

짠내는 나의 힘
기구한 사연 하나쯤 품고 있을 것

 

▶ 이종석이 선택한 캐릭터는 언제나 굴곡진 인생 그래프를 자랑한다. 가족들은 걸핏하면 죽고, 마음둘 곳 없으며, 나아가선 체제의 희생자가 되기까지. 불행을 먹고 자란 소년은 웃어도 처연하고 뭘 해도 아련하니… 눈물점 콕 찍힌 여리여리한 마스크가 빛을 발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

 

 

<학교 2013>의 고남순 목숨같이 소중한 친구 흥수의 다리를 다치게 해 그의 미래를 빼앗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산다. 3년 후 같은 학교로 전학 온 흥수 곁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맴돌지만, 이미 흥수의 마음은 굳게 닫혀버렸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 어릴 때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사건 현장에서 생긴 능력 때문에 몰랐으면 좋았을 사람들의 본심을 너무 많이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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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의 기하명 화재로 소방관이었던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가 무리하게 대원들을 이끌고 현장에 진입했다는 누명까지 쓰는 바람에 살인자의 가족이라 매도당한다. 결국 어머니는 하명과 함께 동반 자살을 시도. 하나뿐인 형과도 생사를 모른 채 헤어지게 된다.

 

<닥터 이방인>의 박훈 유능한 의사였던 아버지가 김일성의 수술에 참여한 후, 남한에서 버림받고 북한에서 살게 된다. 애인은 집안이 숙청당해 수용소로 끌려가고, 아들이 탈북해 더 나은 곳에서 살길 바란 아버지가 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W>의 강철 괴한에게 온 가족이 총격을 당해 죽는다. 설상가상으로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온갖 고초를 겪는다. 그때의 트라우마로 베개 밑에 늘 권총을 넣고 잔다.


 

내가 이 구역의 멘탈 천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에 매몰되지 말 것

 

▶ <W>에서 오성무 작가는 말한다. 주인공이 강해지기 위해선 장애물이 필요하다고. 그러나 엄청난 불행을 온몸으로 겪어낸 이들의 희망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불행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지금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사랑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이것이 이종석이 생각하는 최선의 맥락일지도 모른다.

 

 

<학교 2013>의 고남순 친구 이상이었던 친구는 이제 자신을 보는 것조차 끔찍해하고, 학교에선 걸핏하면 오정호 패거리가 시비를 건다. 그래도 남순은 꼬박꼬박 학교에 간다. 자신의 방식으로 끝없이 사과하고 묵묵히 하루를 견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 아버지를 죽인 민준국에게 복수심을 가지는 대신 아버지가 살해당했음을 증언해준 혜성을 지켜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피노키오>의 기하명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위해 아버지를 살인자로 내몬 언론. 하명은 진실을 균형 있게 보도하는 진짜 기자가 됨으로써 자신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길 꿈꾼다. 그 과정에서 형의 살인을 직접 보도하기도 한다.

 

<닥터 이방인>의 박훈 북에서 훈은 사람으로 실험하며, 외화벌이에 이용되는 의사였다. 스스로를 ‘돌팔이’라 자조하며 살았지만, 다시 의사 가운을 입고 수술을 하는 순간 깨닫는다. 다시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W>의 강철 자신의 삶이 모두 허구임을 알게 된 순간 큰 충격에 빠지지만, 이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상황을 정리하려 애쓴다. 바라는 건 오로지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결말, 그것이 곧 해피엔딩이다. 존재의 본질 자체가 흔들리는 와중에 자신의 ‘엔딩’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니. 사스가 강철!


평범이 뭐죠?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

 

▶ 이종석은 내추럴한 캐릭터의 생활 연기보다 드라마틱한 주인공에 더 끌리는 게 분명하다. 본인 비주얼부터 비현실적이라는 걸 매우 잘 알고 있나 봄…. 판타지스러운 설정임에도 납득이 가는 건, 원래 제 능력인 양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이종석의 연기 때문일 테다. 특히 그 특별함의 어두운 면조차 담담하게 끌어안을 때, TV 속 그가 하나의 살아있는 인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학교 2013>의 고남순 ‘능력’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경기도 일짱이었던 화려한 과거를 자랑한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네 다 죽는데 은퇴했으니까 참는다… 랄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 사람의 눈을 바라보면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피노키오>의 기하명 자신을 구해준 할아버지의 아들 노릇을 하느라 바보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한 번 본 내용은 다 외워버리는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

 

<닥터 이방인>의 박훈 북한에서 5년간 다진 생체 실험(!) 내공으로 천재적인 수술 실력을 가지게 된다.

 

<W>의 강철 웹툰 주인공인 주제에 엄청난 의지로 작가의 계획을 저버리고 번번이 살아남는다. 현실 세계로 넘어와 자신을 그린 작가에게 총구를 겨누는 전대미문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누가 착하면 매력 없대
정의로울 것, 그리고 따뜻할 것

 

▶ 그렇게 당했으면서 여전히 사람을 믿는다. 비뚤어질만도 한데 여전히 심성은 따뜻하고. 그는 늘 극중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인물이지만, 가장 인간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니 응원하지 않을 수가 있나. 감정이입 안할 수가 있느냐고!

 

 

<학교 2013>의 고남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시, ‘풀꽃’) 행동이 느려 아이들의 따돌림을 받는 영우에게 남순이 툭 내뱉듯 건넨 위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 같은 반 성빈이 날라리라는 이유로 살인미수 혐의를 받게 되자, 무죄임을 알아채고 누명을 벗기기 위해 노력한다. 10년 전 혜성이 생판 모르는 자신을 위해 증언한 것처럼.

 

<피노키오>의 기하명 자신의 집을 풍비박산 낸 송차옥 기자를 몰락시킬 기회를 얻지만, 그녀에게 선택지를 준다. 잊고 있던 기자 정신을 스스로 깨울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자본의 꼭두각시가 될 것인지.

 

<닥터 이방인>의 박훈 권력을 위해 훈의 인생을 손아귀에 넣고 흔들어대던 정치인이 총격을 당했다. 훈은 망설임 없이 수술을 하러 응급실로 달려간다. 이 사람이 깨어나면 또 널 괴롭힐 거란 만류에도 그는 한 가지 원칙을 고수한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라고.

 

<W>의 강철 정의로운 게 곧 강철의 설정값. 작가의 도발에 총을 쏴버리지만, 그 와중에 생명에 지장이 가지 않는 부위를 골라 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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