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사람이 그려준 내 마음의 모양은 어떨까? 그보다 더 궁금한 건 내 마음의 상태였다. 내면초상화가인 초선영은 7년째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고 있다. 처음 본 그녀가 내 마음에 대해 물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경로 이탈’이라는 단어를 말했고, 그녀는 내게 ‘이탈함으로써 비로소 만들어지는 나만의 길, 나만의 모양’이라는 글과 그림을 건네줬다. 초선영은 심리상담가나 독심술사가 아니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초상화는 그 어떤 것보다 충분한 위로와 응원이 된다.

 

‘내면초상화’라는 단어가 낯선데, 작가님이 직접 만든 단어인가요?
네, 제가 조합해서 만든 단어예요. 초상화가 사람의 외면을 표현하는 그림이라면, 내면초상화는 내면을 표현한 그림이에요. 내면초상화가 그려지는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시민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 한 개를 여쭤보고 그 단어를 왜 선택했는지에 대한 짧은 대화를 나눠요. 대화가 끝나면 단어를 즉석에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드리죠.

 

내면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그동안 혼자 작업했던 글과 그림을 운좋게 출간했는데,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때를 기점으로, 사람들에게 단어를 받아서 작업해보기로 한 거죠. 제가 주제를 정하지 않고요.

 


기존에 없는 활동이라서 작업 방식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초창기에는 단어를 받으면 대화 없이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바로 그렸어요. 처음엔 ‘내멋대로 초상화’라는 이름으로 시작했거든요. 그렇게 작업하다 보니까 한계도 찾아오고 위험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사는 아니니까요. 그 이후부터 직관적으로 느낀 걸 그리기보다는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그걸 바탕으로 내]면초상화를 그리고 있어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저도 제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 하나를 생각해봤어요. 근데 잘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반드시 전체를 대표하는 단어가 아니어도 좋아요. 요즘 고민하고 있는 무엇이어도 되고, 지금 이 순간을 나타내는 단어도 괜찮아요.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를 편하게 얘기해주시면 돼요.

 


그렇다면 작가님의 요즘을 대표하는 단어는 무엇인가요?
‘뭉치’요.(웃음) 먼지 뭉치 같은 모양이 떠올라요. 해야 될 일들이나 지금껏 쌓아온 것들이 정신없이 한데 뭉쳐 있는데, 앞으로 이것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어요.

 

7년간 내면초상화를 그리면서 작가님 내면에는 어떤 게 쌓였나요?
전문적으로 정신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닌 내가 과연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제 역할에 대한 의식이 점점 뚜렷해졌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줄 뿐인거죠.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건 제가 아니거든요. 자신과 마주하며 스스로 깨닫는 것들이죠.

 

그런데 정작 자신을 돌아볼 시간은 점점 더 부족해지고 있죠.
맞아요. 특히 서울은 정말 바쁜 공간이에요. 돌아보고 싶어도 여분의 시간 자체가 쉽게 허락되지 않죠. 저와 만난 분들은 이렇게 바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도 어쨌든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를 생각하고 싶은 분들인 거잖아요. 제가 표현한 글과 그림이 본인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그 시간과 공간을 온전히 자신에게 썼다는 사실 자체인 것 같아요.

 


요즘도 홍대 프리마켓에서 내면초상화 활동을 하시나요?
지금은 잠깐 쉬고 있어요. 내면초상화 작업 자체는 평생 가져가고 싶은 포맷인데, 아무래도 짧은 시간에 이루어져야 해서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쓰게 되거든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내면초상화를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의를 작년부터 나가고 있어요.

 

셀프 내면초상화를 그리는 방법이 궁금한데,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우선 자신에 대한 단어를 하나 정하세요. 형용사와 명사를 조합해서 만들거나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뽑아낼 수도 있어요. 단어를 선정하는 과정은 스스로와 가까워지는 첫 단계라고 생각해요. 단어를 반드시 그림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어요. 짧은 글을 쓰거나 색종이로 콜라주를 해도 좋아요. 방식에 구애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 모든 게 내면초상화라고 볼 수 있거든요.

 

자신과 더 가까워지기 위한 팁을 조금 더 주신다면?
좋아하는 걸 300개만 적어보세요. 집중해서 300개를 채우다 보면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이 딸려 나오게 되거든요. 친구들과 서로의 장점을 적어주고 교환해 보는 것도 좋아요. 쉽게 말해 ‘내면 앨범’을 만들 어가는 거죠. 눈에 보이는 형태로 표현하면 오래 간직할 수 있잖아요. 시간의 간격을 두고 자신에 관한 것들을 꾸준히 쌓아가면 좋을 것 같아요.


Intern_ 이연재 jae@univ.me

Photographer_ 이서영 perfectblu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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