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도 저처럼 쓰레기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요?” 한 후배가 최근의 상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요즘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했다. 해봤자 삶이 별로 나아지지도 않는데 계속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자신을 둘러싼 인간관계가 의미 없게 느껴져 모든걸 그만두고 싶은 우울감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나는 말했다. “당연하지… 한 번씩 그런 생각이 들어. 나는 왜 이렇게 쓰레기 같을까.” 후배가 놀라며 말했다. “언니는 그런 생각 안할 줄 알았는데… 언니는… 엄청 밝잖아요?”

 

남에게 그럴싸해 보이기란 쉬운가? 사람들은 자신은 적당한 가면을 골라 쓰고 세상에 나서면서 가끔 남들은 가면을 벗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 또 자신은 단순하게 정의되는 걸 싫어하면서 남에 대해서는 다 아는 듯이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나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결혼도 했다. 또 잘 웃는다. 그러자 누군가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아무 걱정이 없겠다.” 직장이 없거나 미혼이라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듯이 그럴싸해 보이는 삶도… 그게 다는 아니다. 행복은 여름날 길에서 먹는 아이스크림 같아서 아주 잠깐 좋고 금세 사라져버린다.

 

조울증처럼 ‘나 좀 괜찮은데?’와 ‘난 왜 이따위일까?’의 감정 기복이 반복되었다. 미래를 두려워하는 불안,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비교와 질투,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의 반복,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 어린 날의 상처 같은 과거의 기억이 자꾸만 울컥울컥 튀어나온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서 상처를 덜 받고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게 가능했던 적은 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모두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

 

몸 관리법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차고 넘치는데 어째서 마음 관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찾아보기 어려울까? 마음에 대한 이야기는 정신과 의사나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만 해야 하는 걸까? 마음에 대한 것은 너무나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나 몸이 아파”라고 말하는 것은 괜찮지만 “나 마음이 아파”라고 말하는 것은 큰 약점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감기가 몸이 약해질 때 찾아오듯 우울증도 마음이 약해질 때 찾아오는 감기 정도로 접근할 수 없을까?

 


몸처럼 마음도 지켜보기로 했다. 변화가 찾아오면 일단 살펴보았다. 그러자 예전의 증상들도 이해되기 시작했다. 초기의 우울감은 우선 평소와 다른 행동에서 관찰되는 것 같다. 대학 때 혼자 서울에 올라와 살았다. 서울은 ‘밑에서 올라온’ 지방 사람들에게 따뜻한 곳이 되어주지 않았다. 사람들이 물었다. “사투리를 쓰시네요?” 그건 나에게 이렇게 들렸다. ‘이상해.’

 

약속을 잡으면 돈이 드니까 시간이 없는 척했다. 살던 고시원에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데 앞 방 여자가 방문을 노크했다. “쉿, 드라이기 쓰지 마세요.” 살지 않는 척 살아라, 고시원의 생활 수칙이었다.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는 날이 늘었다. 통화를 하듯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길을 걸을 땐 그날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말하면서 중얼거리기도 했다. 극도의 외로움이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냈던 거다.

 

우울의 증세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났다. 의욕이 사라져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다 먹지 못할 만큼의 음식을 앞에 놓고 꾸역꾸역 먹기도 했다. 또 우울감은 다른 사람에 대한 적대심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신에 대한 불만족이 타인과 세상에 대한 화로 번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동기를 비꼬아서 생각하는 경향이 커졌고, 특정인에 대한 분노가 커지기도 했다. 피해의식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말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되어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서 다른 사람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까지 생겼다. 힘들다고 하는 누군가의 말에 ‘너만 괴롭냐?(다들 힘들어)’ ‘겨우 그런 걸로 힘들다고 해?’라는 마음이 욱하고 드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힘듦에 압도되어 있어서 남의 상태를 알아줄 심적 여유가 없다는 증거다.

 

이런 마음의 감기들을 평소에 잘 살펴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잠시 쉬어 가야한다. 나는 이제 체중을 재듯 주기적으로 내 마음의 상태를 지켜본다. 마음이 나빠진 걸 깨달으면 하던 일을 좀 줄이거나 휴식을 취하고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한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겐 만져지지 않는 인간관계만 과도하다. SNS의 생활화로 언제나 소통하고 있다는 환상이 현대인을 더욱 좌절하게 한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친구의 근황을 보면서 질투하고 수시로 울리는 카카오톡 채팅방에 매달리게 되는 일상은 너무 얕고 자극적이어서 마음에 병을 불러들이기 쉽다.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비결은 대단한 정신력이 아니라 우선 몸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즐겨 입던 옷이 꽉 끼면 ‘다이어트를 해야겠구나’ 깨닫고, 점심에 과식을 한 것 같으면 저녁은 굶거나 가볍게 먹고, 정기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키운다. 많이 먹으면살이 찌고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긴다는 진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식이장애가 있는 사람은 반대로 ‘언제나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나의 적정 속도를 찾아야 한다.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마음의 치유법은 시도해보며 알아내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감정의 진폭이 있다는 점을 아는 것만으로도 많이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몸에 살이 찌거나 가끔 아프기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러니 마음의 근육을 키울 일이다.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는 건 감정의 진폭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게 아니라 언젠가 우울함이 찾아오더라도 빠르게 나아질 수 있는 회복력을 얻는 일이다. 그리고 이 회복력이야말로 사람들이 그토록 가지고 싶어 하는 자존감과 깊은 연관이 있다.


Illustrator_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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