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얘기할 때 흔히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키워드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끼는 문인들의 사랑은 바로 그 키워드에서 시작된 듯 합니다. 당신의 사랑은 어떻습니까?

 

결핍, 불완전한 사랑의 결말

사랑≠결핍

시인 심보선은 청춘을 이렇게 정의 내렸다.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임을 깨우쳤을 때가 청춘이라고. 감싸주거 나 스며드는 게 아니라 아무런 방어 없이 무너 져야만 한다니. 그 대책 없는 사랑의 근원은 도대체 어디에 뿌리를 둔 것인지 궁금해졌다. 자 신의 모든 걸 기꺼이 허물어버리는 자의 절박함은 또 어떤 모습일지도.

 

 

결핍∈사랑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했고 예민한 기질을 지닌 시인 이상, 그의 삶은 금홍이란 기생 앞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그에게 금홍은 천한 술집 작 부도, 나이 어린 계집도 아니었다. 그저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여인이었다. 이상은 『봉별기』에서 금홍을 이렇게 기록했다. “금홍이는 겨우 스물한 살인데 서른한 살 먹은 사람보다도 나았다.” 어쩌면 그는 성숙해 보였던 금홍이 자신의 불완전성을 채워줄 수 있다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세 살 때, 아들이 없던 큰아버지의 양자로 들어간다. 그는 친부로부터 자신을 떼어놓은 큰아버지는 물론이고, 아들을 빼앗긴 무능한 친부도 사랑할 수 없었다. 이상의 불완전성은 유년 시절 그가 겪 었던 사랑의 결핍에서 기인한다. 금홍은 이상의 결핍을 채워주기는커녕 그의 삶 을 더욱더 망가뜨렸다고 한다. 서너 차례의 가 출 끝에 그녀는 2년 6개월간 함께 살던 그를 떠나버린다. 그럼에도 이상은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이상에게 금홍과의 사랑은 해결책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오히려 금홍은 그의 인생을 망치러 온 구원자에 가깝다. 이상이 한 사랑의 결말이 실패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가 분명 사랑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상의 자전적 소설 『봉별기』 중에서
“금홍이가 내 아내가 되었으니까 우리 내외는 참 사랑했다. 서로 지나간 일은 묻지 않기로 하였다. 과거래야 내 과거가 무엇 있을 까닭이 없고 말하자면 내가 금홍이 과거를 묻지 않기로 한 약속이나 다름없다. 금홍이는 겨우 스물한 살인데 서른한 살 먹은 사람보다도 나았다. 서른한 살 먹은 사람보다도 나은 금홍이가 내 눈에는 열일곱 살 먹은 소녀로만 보이고 금홍이 눈에 마흔 살 먹은 사람으로 보인 나는 기실 스물세 살이요, 게다가 주책이 좀 없어서 똑 여남은 살 먹은 아이 같다. 우리 내외는 이렇게 세상에도 없이 현란(絢亂)하고 아기자기하였다.

당신도 이런가요?

1 무리 중에 있으면 돋보이고 싶은 욕구가 크다.

2 주변에 사람이 많은 듯해도 정작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가 딱히 없다.

3 친구나 가족의 별 뜻 없는 말  한마디에도 크게 상처 받는다.


집착, 사랑이 스며드는 과정

사랑≠집착

연인들의 사랑에 대한 집착은 ‘애칭’에서 시작 된다. 서로에게 특별함을 부여하는 애칭에는 소유의 개념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는 상대방이 나를 바라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만한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관계가 깊어질수록 내 마음에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이처럼 사랑을 할 때 나타나는 맹목적인 마음을 ‘집착’이라 한다. 우리는 집착과 사랑은 함께 공존할 수 없다고 여긴다.

 

집착∈사랑

백석은 김영한을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내 영원한 마누라입니다. 죽기 전 우리 사이 이별은 없어요”라고 말한다. 처음 본 남자가 ‘마누라’라는 호칭을 쓰는 것도 황당한데 영원한 사랑까지 약속하는 것이다. 그는 김영한에게 한밤중 이라는 뜻을 가진 자야(子夜)라는 애칭을 지어 주기도 한다.

 

그들은 3년간 동거를 하지만 백석 부모의 반대로 좌절을 맞는다. 백석은 자야를 찾아와 만주로 도망치자고 하지만, 백석의 미래를 염려한 자야는 끝내 거절한다. 그의 영원한 여인 자야는 「나와 나타샤와 당귀」 속 ‘나타샤’가 되었다. 세상 같은 건 저버리고 사랑하는 ‘나타샤’와 함께 산골로 가고 싶다는 화자의 독백은 애절하다. 특히 첫 연은 자야를 향한 백석의 마음이 단순한 열병이 아님을 나타낸다. 오늘 밤 눈이 내려서 ‘나타샤’를 떠올린 게 아니고,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하기에 눈 이 내린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화자에게 ‘나타샤’는 절대적 존재인 자연의 질서마저도 초월 해버린 것이다. 결국 백석에게 자야는 하나의 문장이 되고, 자연이 되고 결국 세상의 모든 이유가 되었다. 그동안 집착이 사랑의 본질을 갉 아먹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집착은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수분 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서로에게 온전히 스며들기 위해서 집착은 필수가 아닐까.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에서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당신도 이런가요?

1 사람이나 물건을 지칭할 때  소유격을 사용한다.

2 좋아하는 대상이 눈앞에  없으면 불안하다.

3 사랑을 할 때면 자기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 한다.


동정, 너의 슬픔이 내 슬픔인 것처럼

사랑≠동정

맹자는 모든 인간이 ‘남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즉 측은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다. 픽션 속 캐릭터에 감정이입해 눈물을 펑펑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길거리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사람이 있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맹자의 가르침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보통 ‘측은지심’은 많이 갖추면 갖출수록 좋은 것이라 여겨진다.

 

‘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김’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동정’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자신이 누군가의 동정을 받고 있다면 반가워하기는커녕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특히 사랑하는 사이라면 ‘동정’이란 말은 금기에 가깝다. “니가 지금 하고 있는 건 사랑이 아냐, 동정이지”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연애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가 자주 하는 대사다. 정말 동정은 사랑이 아닐까?

 

동정∈사랑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임화는 「연애의 자유」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연애란 결코 싫은 데서 시작되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의 생각대로, 싫어서 연애하는 사람은 없다. 그 계기가 “존경이든 우정이든 이해 타산이든 동정이든”, 결국 우리는 상대가 좋아서 사랑한다. 상대의 처지를 ‘자기 일처럼’ 절박하게 이해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다른 무엇이 사랑이겠는가.

 

실제로 임화는 마산의 결핵 요양원에서 지하련을 만났다. 지하련은 폐결핵환자 임화를 지극 정성으로 간병했고 이에 둘은 결국 부부의 연까지 맺게 되었다. 그녀의 감정 속에는 임화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 마음은 분명 ‘동정’의 사전적 의미와 일치하지만, 이것은 또한 절절한 사랑의 단면이다.

 

 

임화의 에세이 「연애의 자유」 중에서
“어떤 사람은 말하되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연애는 어느 한 편의 저편에 대한 혹은 서로서로 사이에 발생한 동정으로 인하여 성립된다고 한 일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알 듯 모든 연애가 동정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면 연애란 결국 ‘불쌍하다’라는 감정과 다를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곳에서 우리가 유의할 것은 연애란 결코 싫은 데서 시작되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혹은 존경해서도, 혹은 우정에서도, 혹은 사업과 연구를 통한 상호 협력에서도, 혹은 그야말로 동정에서도 혹은 지극히 아끼는 마음에서, 또 어디를 통해서든지 연애는 성립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도 이런가요?

1 상대방의 마음을 차마 거절하지 못해  받아들인 적이 있다.

2 누가 울고 있으면  나도 같이 눈물이 난다.

3 친구들에게서 ‘애인한테 너무  잘 해주지 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Editor 기명균 kikiki@univ.me

Intern 윤소진 이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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