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답답한 날이 있다. 잘 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되는 날, 내 딴엔 열심히 했는데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날…. 인간관계로 트러블을 겪는 날이면 더 힘이 빠진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서운하게 말할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왜 나에게 관심이 없지? 왜 나의 마음을 전부 다 아는 체 하는 거야? 그리고 저 사람이 왜 싫은지는 모르겠지만 때로는 그냥 싫다. 그럴 때면 친구가 내게 조언한다. “야, 스트레스 받을 땐 클럽에 가서 새로운 남자를 만나라고!” 친구야, 그게 어디 쉬운 일이니?

 

오늘만큼은 쇼케이스에 진열된 케이크 신세에서 탈출하고 싶어. 매력을 뽐내고 증명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고 싶고, 잘 하겠다는 욕심도 다 내려놓고 싶거든. 그런 날에는 조용한 거리를 마냥 걷는다.

 

달달한 초코케이크나 코인노래방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날엔, 나를 아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무작정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한성대에서 걸어갈 수 있는 성북동은, 나를 온전히 혼자로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잿빛 도시에서 찾은 편안함

최순우 옛집

 

모르는 장소에 대해 그리움을 느낄 수 있을까? 누구에게든 한 군데쯤은 있을 것이다. 가본 적은 없었지만 그리워하는 장소. 나는 바다 절벽에 위태위태하게 놓인 작은 암자가 그리웠다. 가봤던 장소는 아니었지만, 그 곳을 떠올리면 편안해졌다.

 

 

TV에서 봤나? 책에서 읽었나? 나는 어떻게 그곳을 알까? 최순우 옛집을 처음 찾았을 때 그런 마음이 들었다. 와본 적은 없었지만 내가 정말 그리워했던 곳. 한성대에서 ‘성북 02’ 마을버스를 타고 홍익대부속중 고등학교 입구에서 내리면, 5분 거리에 최순우 옛집이 있다.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쓴 최순우 선생이 가족과 함께 살았던 옛집이다. 집주인의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취향이 그대로 묻어난다. 사실은 재개발 바람에 없어질 뻔했지만, 시민들이 직접 기금을 모아서 보존한 첫 번째 한옥이기도 하다.

 

주변의 양옥 사이에서, 검붉은 기와집은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안으로 들어가면 ‘두문즉시심산’이라는 현판이 손님을 맞는다. 최순우 선생이 직접 쓴 현판의 뜻은 이러하다. ‘문을 닫으면 이곳이 깊은 산중이다.’ 나도 도시 속의 산중 에서 조용한 기쁨을 맛본다.

 

♥ SPOT 1 한성대→최순우 옛집

 

FEET 걸어서 30분

BUS 한성대에서 ‘성북 02’ 마을버스로 15분

HOUR 10:00~16:00 매주 월요일 휴무

 

마음이 맑아지는 소리가 들려

길상사

 

『무소유』의 법정 스님이 창건한 길상사. 백석 시인의 연인 자야가 법정스님에게 시주한 절이기도 하다. 원래 이곳은 정치인들이 들락거리던 대원각이라는 요정이었으나, “1000억 원도 스님 시 한 줄만 못하다”는 자야의 결정으로, 지금은 사찰이다.

 

 

이날은 낮 2시쯤 됐을까. 전국에서 올라온 갖가지 소원들이 스님의 입을 통해 경내를 쩌렁쩌렁 울렸다. “서울시 성북구 동선동 OO아파트 10동 1004호 김OO, 수능 축원.” 30분 정도 축원이 계속 됐다. 전주에서, 제주도에서, 심지어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까지 온 소원들…. 물 못 마시고 축원 하는 스님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나만 바라는 게 많은 것은 아니구나, 싶어서. 법정 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의 문장을 빌려, 나도 기도를 드렸다. “투철한 자기 결단도 없이 남의 흉내나 내는 원숭이 짓 하지 말라. 그대 자신의 길을 그대답게 갈 것이지 그 누구의 복제품이 되려고 하는가. 명심하라. 지금 이 순간 을 놓치지 말라.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고 순간 순간 자각하라. 한눈팔지 말고, 딴 생각하지 말고, 남의 말에 속지 말고, 스스로 살피라. 이와 같이 하는 내 말에도 얽매이지 말고 그대의 길을 가라.”

 

♥ SPOT 2 최순우 옛집→길상사

 

FEET 걸어서 15분

BUS ‘성북 02’ 마을버스로 5분

HOUR 매일

 

몸 속 독소를 빼낼 건강 보리밥

선동

 

길상사에서 보리밥집 ‘선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순우 옛집에서 길상사를 거쳐 걸었더니, 지글지글한 고기보다는 정갈한 한식으로 배를 채우고 싶었다. 핸드폰 지도로 ‘선동’의 위치를 확인했더니, 길상사에서 걸어서 12분 거리. 하지만 지도 등고선의 높낮이를 미처 보지 못했다. 웃음기 사라지게 할 오르막길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먼저 길상사에서 북악 슈퍼까지 5분 정도 걸어간 뒤, 오른쪽으로 꺾어서 주택가 골목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간다. 좁고 가파른 오르막길에 뜨악할 사람도 있겠으나, 언덕 끝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 이 길로 오길 잘했구나 싶을 것이다.

 

서울성곽 아래에서 빨래를 널고 고추를 말리는 사람들을 보면 분노 쯤은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날 함께 걸어 다닌 사진작가는, “시시한 여행이 아니라 극한 여행이네요”라고 말했지만.

 

땀 흘리며 걷다 보니 잡생각이 조금은 날아갔다. 내딛는 걸음에 집중했을 뿐. ‘선동’에 도착해서 영양 돌솥밥을 시켰다. 실컷 걷고 난 뒤라 뭘 먹어도 맛있었겠지.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이 식당의 돌솥밥과 누룽지는 다음날까지도 계속 생각났다.

 

♥ SPOT 3 길상사→선동

 

FEET 고개를 넘으면 15분

BUS 버스없음. 걸어갑시다

HOUR 매일 10:00~21:00

 

분노야 사라져라

수연산방

 

분노 조절에 실패한 나에게 선물하는 힐링 코스의 끝판왕. ‘선동’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의 ‘수연산방’이다. 이곳은 소설가 상허 이태준이 살던 한옥에 차린 카페로, 입구에 들어서면 예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정원이 손님을 반긴다. 정원은 아담하지만, 이곳저곳 둘러보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카페라는 말보다는 한옥, 아니면 찻집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고즈넉한 공간이다.

 

 

창이 크게 뚫린 자리에 앉아 바깥 정원을 내다봤다. 제 자리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꽃나무들, 오두막에서 흔들거리는 물고기 모양의 풍경. 여기가 정말 서울 한복판인가? 의심스러울 만큼 고요하고 아늑했다. 여기서 겨우 십분 떨어진 곳에는 자동차와 빵집과 바쁜 사람들로 넘쳐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곧이어 뜨거운 물에 빠뜨리기엔 미안할 만큼 예쁜 국화차와, 실한 단호박빙수가 나왔다. 카페 곳곳에는 옛 집주인의 흔적이 스며들어있었다. 작가의 책, 가족사진, 존재감을 발휘하는 소품들. 이곳에서 분노 조절에 실패하면, 상허 이태준 선생에게 미안한 일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여행 출발 전보다 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문을 나섰다.

 

♥ SPOT 4 선동→수연산방

 

FEET 2분

BUS 가까우니까 탈 것은 굳이…

HOUR 11:30~22:00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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