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 ‘안 나서고’ 싶은 사람에게 대학생활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발표 수업 때마다 혹시라도 발표를 맡게 될까봐 궂은일 도맡으며 다른 친구에게 발표를 미뤄야 하는 건 기본.

 

동아리에 가입하든 대외 활동을 시작하든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면 입에서 염소가 끝도 없이 나온다. 술자리에서 건배사만 시켜도 화장실로 도망가버리고 싶은데, 앞으로 면접은 어떻게 보나.

 

극도로 긴장해서 준비한 걸 하나도 보여주지 못하고 나올 것 같다. 남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라서 준비했다. 발표 울렁증 극복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몇 가지 팁들.

 


발표 울렁증에 도움이 될까 해서 준비해봤어

우리의 목표는 소박하다. 떨려 죽겠는데 지금 발음이나 발성, 복식호흡, 매력적인 화술 같은 게 문제가 아니다. 그런 테크닉보다 필요한 것은 발표 울렁증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생각의 전환을 가져보는 것. 발표 쫄보들이 흔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그에 대한 해답을 준비했다.


 

↳ 바보! 남들도 속으론 다 떨어. 게다가 불안은 아주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불안을 줄이는 것은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바로잡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불안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인식해 반드시 떨쳐버려야 한다고 여기는 것. 그럼 불안을 느끼는 내가 당연히 ‘못난 놈’이 된다.

 

‘이 정도도 해내지 못하는’ 나는 정신력이 약한 인간으로, 상대적으로 발표를 잘하는 듯한 친구를 ‘넌 전혀 안 떨어서 좋겠다’고 여기게 되는 것. 오해다. 우선 우리는 불안을 타고났다.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지니고 있는 자연스러운 능력 중 하나인 것. 전혀 안 떠는 사람은 없다.

 

다수의 청중 앞에 서면 누구나 어느 정도 떨린다. 발표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도 속으론 떨지만, 그것이 밖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지 말고, ‘불안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보자. 떨어도 된다. 떠는 게 당연하다. 그 생각만으로도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 바보! 준비한 내용이나 다 읽고 내려오면돼.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 번의 성공이라고.

 


‘나는 발표할 때 불안하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구체적으로 자신이 어떤 상태가 되는지 알고 있는 것은 다르다. 주로 어떤 발표 상황에서, 어떤 감정, 어떤 신체적 반응을 느끼는지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받아들이는 문장을 만들어 보자.

 

예를 들면 이런 식. “나는 10명 이상의 사람 앞에서 발표할 때, 손과 다리가 떨리고 얼굴이 붉어지지만, 그런 나를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이것을 매일 되뇌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가 원하는 목표 역시 최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잡는다.

 

김제동 같은 위트, 손석희 같은 차분함… 은 미안하지만 넣어두자. 그보다 이런 목표가 좋다. ‘목소리가 좀 떨리더라도, 면접관의 눈을 보며 차분히 답하고 싶다.’ ‘긴장하더라도 내가 준비한 발표 내용을 다 전달하고 내려오고 싶다.’ 처음부터 너무 거창한 목표를 세우면, 또 하나의 실패 경험을 더하게 될 뿐이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 일단 발표의 성공 경험을 만들면 그것이 발판이 된다. 자신감은 근육과 같아서 쓰면 쓸수록 발달하기 때문.


↳ 바보! 사람들은 네가 많이 떨건 적게 떨건 별 관심이 없어. 네 발표 너나 중요하지….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이 발표에 앞서 불안을 더 많이 느낀다.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자신의 모습이 ‘흠’이 될까 두려워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며 억누르는 것이다.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사람도 그렇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려 하며, 실수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에게 실망할 거라고 여긴다. 다행히(?) 이것은 큰 착각이다. 나에게야 중요한 발표지만, 듣는 사람들은 내가 하는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뿐더러 조금 떨건 많이 떨건 그리 상관도 없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도 앞에 나온 다른 발표자들을 볼 때 그랬을 것이다. 사실 발표 같은 거 좀 못하면 어떤가. 긴장해서 목소리가 떨릴 수도 있고, 좀 버벅댈 수도 있는 일이다. 덧붙여 우리에겐 ‘인간미’ 찬스까지 있다.

 

현란하고 능숙한 화법보다 오히려 떨고 긴장하는 모습이 진정성을 느끼게 하고 ‘인간적’이라는 호감을 주는 것. 실제로 면접관들이 귀띔해주는 팁이기도 하다. 적당한 긴장을 보이는 지원자가 너무 자신만만한 지원자보다 높은 호감을 산다고.


↳ 바보! 우리에겐 상상의 힘이 있다고. 잘하는 상상을 반복하면 뇌는 그걸 실제라고 믿게 돼.

 


레몬을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고이고, 누군가 손을 벤 얘기를 하면 소름이 돋는 건 우리 뇌가 실제와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지 상상했을 뿐인데, 뇌는 실제 경험처럼 반응하는 몸의 작용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하루 10분씩 마음속으로 특정 부위의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키는 상상을 하게 했더니, 4개월 후 실제로 그 부위의 근육이 15% 강화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오호라! 이같은 상상 훈련을 발표에도 적용해보자.

 

차분한 태도로 발표를 무사히 마치는 내 모습을 반복해서 상상하면, 뇌는 그것을 실제 일어난 성공적인 경험으로 인식하게 된다. 좀 약 파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엄연한 뇌 과학의 영역이다.

 

여기서 팁은 어디에서, 어떤 표정과 눈빛, 어떤 몸짓과 목소리로 발표하고 있는지 되도록 생생하게 떠올리는 것. 이 과정을 통해 뇌는 자신감 있게 발표하는 내 모습에 익숙해지고, 결과적으로 실전에서 발표가 보다 편안해진다.


↳ 바보! 그럴 시간에 일단 앞부분을 달달 외우자고. 중요한 건 앞의 5분이야.

 


의외로, 자신이 말할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발표 시작 전부터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흔히 내용 준비에 90% 이상의 시간을 쓰는 데 비해, 발표 연습에는 10% 미만의 시간을 투자하곤 한다. 발표 내용을 마음속으로 되뇌거나 작은 목소리로 몇 번 읽어보는게 전부.

 

심지어 발표날 아침까지 내용을 수 정하느라 정신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놓고 실전에서 실수를 하면 역시 난 틀렸어… 하며 오해를 강화하는 악순환. 발표 내용을 꼼꼼히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좋은 내용도 전달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준비한 내용이 다소 부족할지라도 그쯤에서 접고, 발표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팁은 내용 준비와 연습에 드는 시간을 7:3으로 배분하는 것. 특히 도입부 5분은 반드시 암기하자. 일단 도입부를 실수 없이 넘어가면 그 후로는 어느 정도 긴장이 덜해져 원활한 발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읽기 쉬운 글씨 크기로 중간중간 참고할 내용을 적은 대본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여러 사람 앞에서 하는 자기소개가 매번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자신을 소개하는 전용 멘트를 상비해두는 것도 방법이겠다.


↳ 바보! 걘 그냥 어제 밤새 술 마신 애야. 쫄보들 특유의 ‘나 때문인가?’ 정신을 버리라고.

 


우리들 대부분은 친구들 앞에서는 잘 말하면서, 청중 앞에 서면 갑자기 긴장으로 말문이 막힌다. 실수하거나 못나 보일까봐 두려워하는 건데, 사실 그 두려움은 스스로 만든 것이다. 발표자가 앞에 있으니 쳐다보는 건데 ‘덜덜 떠는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을까’ ‘한심해하는 눈빛이야’라고 여기는 것.

 

내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다면 주의력이 산만한 것이거나 중요한 연락이 와서일 수도 있는데, 발표가 지루해서일 거라고 내 탓을 하는 것. 이것을 뒤집으면 꿀팁이 된다. 즉, 청중의 반응을 유리하게 해석하면 발표가 편안해진다는 것!

 

세 번째 줄에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사람은 내 발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경청하느라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진실은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해석하는 순간, 그 해석이 진실이 될 뿐이다.

 

긴장하면 보통 시선을 바닥에 두거나 발표 슬라이드만 바라보기 쉬운데 용기를 내어 청중을 보면 그중 반드시 몇 명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미소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한 후 그쪽을 번갈아 바라보며 발표를 하면 긴장이 줄어든다.

 

발표 수업이라면 친한 후배나 편한 친구를 바라보며 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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