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청춘시대> 8화에 나온 일화. 자신을 아끼지 않는 남자친구에게 온 마음을 쏟던 예은은 우연히 그가 이나에게 보낸 메시지를 발견하며 둘 사이를 의심하게 된다. 그 후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애꿎은 이나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예은을 두고, 지원은 은재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예은에게 쌍둥이 언니가 있는데, 엄청난 수재인데다 예은보다 훨씬 예쁘고 키도 크다고. 어려서부터 모든 관심이 언니에게 쏠렸으니, 그런 환경에서 자라 자존감 없는 애가 연애를 잘못하면 저렇게 되는 거라고.

 

“그렇구나. 예은 선배는 되게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자란 줄 알았는데. 어…? 근데 예은 선배 외동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처음 듣는 얘기에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되묻는 은재에게 지원은 들켰다는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너 방금 내 얘기 듣고 예은이가 그럴 만도 하다싶었지? 그러니까 내 말은, 내 얘기가 정답은 아니라도 사람마다 죄다 사정이란 게 있단 거야.그 사정 알기 전까지 이렇다 저렇다 말하면 안되는 거고. 예은이뿐만 아니라 강 언니도 그렇고 윤 선배도 그렇고, 너만 해도 그런 거 하나쯤은 있을 거 아냐. 남들은 도저히 이해 못 해도 너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어떤 거. 그러니까 남의 일에 대해선 함부로 이게 옳다 그르다 하면 안 된다는 거야.”

 

예상 못한 대답에 우뚝 멈춰 서던 은재처럼, 드라마를 보는 둥 마는 둥 방 청소를 하고 있던 나도 그대로 멈춰 서고 말았다. 거짓말로 꾸며낸 사정에도 그래서 그랬구나, 그럴 만도 하다 고개 끄덕이는 우리가 현실에선 얼마나 가볍고 쉽게 서로를 판단하고 마는가 싶었기 때문이다.

 

<청춘시대>는 사실 저마다가 가진 그 사정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할 수 있다. 하숙집에 모인 다섯 명의 청춘은 처음엔 각자 눈에 비친 것만을 보고, 상대를 쉽게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 생각이 경손했다는 걸, 저마다에겐 ‘그렇게 된’ 사연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종영을 한 회 앞두었던 11화의 타이틀은 ‘알고 보면 모두가 특별한 사연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듯 보여도, 알고 보면 사연 없는 인생이란 없을 것이다.

 

<청춘시대>가 조용히 반향을 일으켰던 것은, 아마도 그에 공감하는 마음들이 그리도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 시절의 미숙했던 관계를 가만 돌아보게 되었던 나처럼.

 

갓 스무 살이 되어 서울로 올라왔을 때 나는 은재만큼이나 어리숙했다. 집도, 동네도, 학교도, 친구도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가장 익숙한 것은 나 자신뿐이었다. 나와 함께 다니며 타인을 쉽게 판단했다. 나는 뭐든 열심이고, 나는 생각이 많고, 나는 눈치와 예의를 갖췄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 보이는 누군가를 결론 내리기란 쉬웠다.

 

반면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 구김살 없이 자란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또 금세 부러워했다. 부러워하면서, 그 부러움 때문에 미운 점을 꼭 찾아냈다. 어리광이 심하다거나 모르고서 하는 행동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식으로. ‘쟤는 왜 저럴까’와 ‘쟤는 참 좋겠다’ 사이. 타인에 대한 판단이란 단지 그 둘 사이를 오갈 뿐이었다. 그것이 오만인 줄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대학에서 새로 시작된 관계들은 소꿉친구나 동네 친구들과는 또 달랐다. 뭘 모르고서 친해졌던 어린 시절과 달리, 다 자라서 만난 우리들은 적당히 사회적인 얼굴과 태도로 각자의 사정을 감출 줄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누구나 ‘덤덤히 잘 살아가는 척’을 한다. 다들 그렇게 사는 듯 보이므로, 그러는 것이 서로에게 편하므로.

 

복잡한 집안 사정을 털어놓거나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는 기억에 대해 말하거나 어린애처럼 솔직한 감정을 보여주는 일은, 내 바닥을 드러내는 것 같아 꺼리게 된다. 반면 적당한 인간적 예의를 지키고, 농담을 주고받고, 시시콜콜한 연애 고민을 나누고, 같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일 정도는 어렵지 않다. 그래서 매일 같은 수업을 듣거나 심지어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진짜 이야기’는 좀처럼 하지 않는다.

 

이상한 것은, ‘나의 사정’은 그런 이유로 감추며 사는 우리가 다른 이들에겐 그런 사정 같은 게 없으리라고 쉽게 생각해버린다는 것이다. 내가 감추었듯, 그들 역시 감추어서 보이지 않는 것 뿐일 텐데도. 학교 앞에서 매일 술자리를 벌이며 별생각 없이 사는 듯한 K에게, 모두에게 사랑받는 천생 외동인 J에게, 그런 사연이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렇게 내가 느낀 대로, 내가 편한 대로 상대를 판단하고 분류해놓은 다음, 좀처럼 그 결론을 수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처 보지 못했던 그 사람의 이면이나 속사정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놀란다. 너한테도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내가 너를 정말 몰랐구나, 하고.

 

그러니 우리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나란 사람은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닌데 마치 전부인양 오해받고 있다고 속상해하면서, 상대에 대해서는 같은 오해를 반복하니. 나를 규정하는 듯한 말에는 나를 얼마나 아느냐고 불쾌해하면서 다른 이에게는 그런 말을 서슴지 않으니.

 

언젠가 술자리에서 한 어른이 “아무리 웬수 진 사이여도 포장마차에 앉아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종내엔 어깨를 끌어안고 울게 된다”고 말한 적 있다. 그땐 몰랐는데 이젠 그것이 감춰진 사연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알겠다. ‘말 못 할’ 이유를 마침내 ‘말하게’ 될 때 우린 서로 끌어안고 울게 되는 존재란 것도.

 

하지만 모두와 일대일로 포장마차를 갈 순 없으니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다고. 외로운 우리가 조금 덜 외로워지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상대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잊지 않는 일일 것이다. 여기까지 살아오는 동안 내게 그토록 많은 일들이 겹겹이 일어난 것처럼, 그 시간들이 포개지고 포개져 지금의 내가 된 것처럼 누구에게나 그렇다.

 

지금의 그를 이룬 숱한 일들, 그중에도 말 못 할 사연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를 끌어안고 울게 할지도 모를 사연이. 그러니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저 얼굴들에도 감춰진 어떤 사정, 상처들이 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서로를 지금보다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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