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개봉작이 쏟아지는 바람에 영화를 고르는 일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뻔한 영화를 보고 싶진 않고.

선택을 돕기 위해 에디터들이 과감하게 강추 or 비추를 날려 드리겠다.

부디 똥은 피하시고 보물같은 영화를 즐기시길.

 


 

 


 

 

1. 카페 소사이어티 

 

 

감독 우디 앨런

주연 제시 아이젠버그, 크리스틴 스튜어트, 블레이크 라이블리, 스티븐 카렐

 

영화는 바비(제시 아이젠버그)와 보니(크리스틴 스튜어 트)가 만나면서 시작된다. 사람 일이 다 그렇듯 둘의 인연도 순간의 선택에 의해 이어지고, 또 끊어진다. 이 영화의 미덕은 상대방의 선택을 원망하기보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려는 인물들의 태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 주를 이루는 보통의 로맨스 영화와 달리 <카페 소사 이어티>가 다루는 건 그 이후다.

 

영화는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서 스스로를 마주하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배경은 1930년대의 할리우드와 뉴욕으로, 같은 미국 땅이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사교계 명사들이 가득한 할리우드는 화려하다. 아름다움을 위해 더운 날씨에도 모피를 택해야 하는 스타들의 고충까지 디테일하게 잡아 냈다. 반대로 바비의 가족들이 사는 뉴욕에서는 평범한 일상에 주목한다. 그러면서도 갱 집단의 범죄 현장처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어두운 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우디 앨런은 특정 시대와 공간의 디테일을 담아내는 동 시에 자기 스타일을 고수한다. ‘재즈’를 활용해 낭만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잊지 않는다. 영화 후반부에 두 사람은 각각 뉴욕과 할리우드에서 새 해를 맞이한다. 카메라는 두 사람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주변 사람들은 “꼭 꿈을 꾸는 표정이야”라고 말한다. 그들이 같은 꿈을 꾸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표정만으로도 기분 좋은 꿈일 거라 짐작할 수 있었다. 나 또한 기분 좋은 꿈을 꾼 것 같다.

 


 

2. 대결

 

 

 

감독 신동엽

주연 이주승, 오지호, 이정진, 신정근

 

성공한 상업 영화에 빠지지 않는 요소 중 하나가 액션이다. 영화에 따라 활용 방식은 다른데, <대결>은 당대 현실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액션이라는 장치를 쓰는 것처럼 보인다. 이야기는 인터넷상에서 알게 된 사람을 실제로 만나 싸우는 사태를 이르는 신조어 ‘현피’ 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정작 ‘현피’는 관객의 호기심을 끌 자극적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다. 아마도 오락영화가 가진 태생적인 가벼움을 약간이라도 감추기 위해 끌어 온 것으로 보이나, 결과적으로 전혀 감추지 못했다.

 

영화가 ‘현피’를 다루는 깊이만큼이나 캐릭터의 깊이 또한 얕다. 취준생, 독거노인, 갑질하는 대기업 사장의 껍데기만 있고, 실상은 모두 싸움을 좋아하고 심지어 잘하는 남성들이다. 다양한 설정값을 가진 캐릭터처럼 보였지만 그럴싸한 현실반영 액션물을 위한 눈속임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싸움은 그저 사운드만 좀 더 빵빵해진 오락기계판 속 철권이다. <대결>은 현실감 제로에, 의미없는 몸짓들이 연속되는 난폭한 게임을 연상케 한다.

 

감독은 <대결>이 유년시절부터 꿈꿔왔던 영화의 집약 체라고 밝혔다. 70~80년대 홍콩 무술 영화를 보고 자란 그는 기어코 21세기에까지 취권을 끌고 왔다. 단순한 캐릭터와 가벼운 서사 사이에서 취권은 웃음 포인트를 유발하는 정도로만 등장한다. 신선한 해석이나 감동적인 오마쥬는 없다. 이럴 거면 본인 소장물을 따로 만드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3. 나홀로 휴가

 

 

 

감독 조재현

주연 박혁권, 윤주, 이준혁, 김수진

 

배우 조재현이 감독으로서 처음 발표하는 장편영화다. 각본까지 직접 썼다. 낯익은 이름은 반갑지만 연기력이 연출력과 비례하지는 않는다. 배우들의 연출 데뷔작이 실망스러웠던 경우가 많았기에 불길했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출연하는 작품마다 독특한 매력을 내뿜었던 박혁권의 이미지만 나빠졌다. 불륜에 대한 중년 남성의 로망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강재(박혁권)는 10년 전에 만났던 시연(윤주)을 잊지 못 해 함께 갔던 제주도를 혼자 다시 찾는다. 물론 그때도 지금도 유부남이다. 교차 편집이 10년 전 함께 있을 때의 추억과 지금의 외로운 강재를 대조한다. 그녀와 사랑을 나눴던 곳에 강재는 홀로 남겨져 있고 아련한 음악이 깔린다. 홍보 문구에서처럼 ‘지고지순하고 애틋한 사랑’ 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다. 끔찍하다. 불륜도 사랑이라면 상대방이 있어야 하건만, 영화는 시연의 감정에 관심이 없고 그녀의 얼굴과 몸만 훔쳐보듯 전시한다.

 

그러니 강재의 눈물도 찌질한 성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홍보팀은 이 영화의 장르를 ‘스토킹 멜로’라고 소개한다. 강재는 제주도에서 단란한 가족을 카메라에 담는데, 바로 시연의 가족이다. 그동안 그녀의 곁을 맴돌며 몰래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 서울에서는 수요일마다 요가 학원 옆 기원에서 그녀를 훔쳐본다. 영화 후반부에는 시연의 가족이 며칠간 집을 비우자 몰래 들어가 화분에 물을 준다. 이게 사랑인가. 스토킹은 멜로가 아니라 범죄다.

 


 

Intern_ 윤소진, 이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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