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란 게 처음 쓸 땐 어렵지만, 쓰면 쓸수록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러나 고난을 극복하고 12번째 자기소개서를 쓰는 순간, 거짓말 처럼 ‘똥’이 나온다. 몇 안 되는 강점마저 글자 무더기 속에 감춰버린다. 허나 웬걸 오랜 백수 세월을 인내한 후 자기소개서 앞에 앉으면 마치 마법에 걸린 듯, 단 한 자도 쓸 수 없다. 손가락이 굳는다. 마음은 참담해진다.

 

2007년 3월 참담한 심정으로 17번째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었다(한 번만 더 쓰면 18). 능력 어필만으로도 급한 내 자소서는 안타깝게도 또 다른 목표가 있었으니. 졸업 평점 2.7을 어떻게 변명하느냐다. “학점 따윈 중요하지 않습니다. 학업을 벗어난 인생을 경험했습니다.” 겨우 얻은 면접에서 변명했으나, 면접관들은 당치 않은 소리 말라며 성실성은 뭐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타당한 반론을 제기했다. 불합격이었다.

 

고로 17번째 자기소개서는 면접관들의 시선을 낮은 학점에서 다른 쪽으로 돌려놓는 역할도 함께해야 했다. 낮아도 너무 낮다. 만회하기 위해선 보통 이야깃거리론 안 된다. 그래서, “반 사회적 학회에서 활동하습니다. 시스템을 불신했고, 일부러 수업을 거부했습니다.” 반사회적 표정을 지으며 면접관들에게 말했다. “대체 어떤 학회죠?” “시스템을 불신했다는 건 무슨 의미죠?” 어떤 반사회적 학회냐 하면, 전혀 반사회적이지 않은 평범한 독서 모임이었다.

 

이런 자기소개서 작성 기법을 ‘자소설’이라고 한다. 주도면하게 지어낸 자소설을 면접 때 풀어냈다. 소설 속 나는 세상 시스템을 의심했 고, 학업을 방치했며, 한때 나락으로 치달았으나 결국 세상을 긍정하게 된 기승전결의 캐릭터다. 다행히 취업에 성공했다. 속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자기소개서 쓰는 게 힘들 텐데 그건 우선 굽실대는 비참함 때문이다. ‘이것도 잘하고요. 저것도 잘하고요. 너무 꼼꼼한 게 약점이라면 약점입니다.

 

 

아하하’ 생각만 해도 눈가가 촉촉해진다. 기업님과 사이에서 급한 건 우리며, 우리 대부분은 차별화되는 강점 따윈 없는 범상한 지원자이니, 자기소개서엔 근본적인 비참함이 있다.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쓰기 힘든 이유가 또 있는데 이쪽은 어찌 해볼 여지가 있다. 지난해 코오롱그룹 신입 사원 채용 질문을 보면서 이야기하자. <외향성/호기심/배려심/정서적 안정성/성실성 위 단어를 기준으로 자신의 성격을 점수로 표현하고, 성격의 장단점에 대해 간략히 기술하시오.>

 

내가 쓴다면, 외향성 51, 호기심 70, 배려심 20, 정서적 안정성 10, 성실성 60. 성격 장 단점은… 평소 자신을 아주 면밀히 탐구한 사람이 아니라면 뭐라 답하기 힘들다. 인사 담당자가 ‘몽땅 100점 나 최고’를 적는 지원자를 바랄 리 없다. 아마 그는 디테일을 볼 것이다. 지원자만의 이야기가 뭔지 살피고, 이야기를 통해 가능성을 판단한다.

“교환학생을 갔을 때 처음엔 외국인들과 서먹했지만 스스로 다가가 친해졌습니다. 전 외향적입니다”라며 뻔한 이야기를 쓰면 인사 담당자 머리엔 ‘외향적이라고 우기는 지루한 지원자’로 기억되기 십상이다.

 

묘하게 억울한 소리지만, 고로 취업용 자기소개서 작성 이전에 먼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한술 더 떠 이야기를 글로 써봐야 한다. “그건 대체 어찌 쓰는 거요?”라고 묻는다면,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했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답이 적절하다.

 

“원고지 4매 이내로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말하신 그대로입니다. 제 생각에 그건 굳이 따지자면 의미 없는 설문입니다. 다만 자기 자신에 관해 쓰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예를 들어 굴튀김에 관해 원고지 4매 이내로 쓰는 일은 가능하겠죠. 그렇다면 굴튀김에 관해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당신이 굴튀김에 관한 글을 쓰면, 당신과 굴튀김의 상관관계나 거리감이 자동적으로 표현되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다시 말해, 끝까지 파고들면 당신 자신에 관해 쓰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이른바 나의 ‘굴튀김 이론’입니다.” 요컨대 ‘나를 소개하고 말겠어!’라며 힘주지 말고 마음 가는대로 써보란 이야기다. 굴튀김이 든, 영화 <이터널 션샤인>이든, 올 봄 처음 만나 마음을 훔쳐간 그녀든. 그 글에 오히려 진짜 ‘자기’가 묻어나온다. 취업 무관 진짜 자기소개서다. 게다가 뭔가 끼적이면 어쨌든 자소설 스킬은 늘지 않을지.

 

혹은, 20대 때 난 뭘 했나,라는 후회가 폭풍처럼 몰려들 때, ‘취업이 전부는 아냐. 나에겐 나만의 이야기가 있어’라며 위안할 수도 있고.

 

Tip +

유머에 능한 사람은 정신이 건강하게 보이더군요. 커뮤니티에 유행하는 글을 이용해 자기소개서 첫 문단을 써보세요. 이  첫 문단도 ‘못생긴 사람은 초등학교~’라는 글을 패러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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