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이 내심 기다려졌던 적이 있다. 월, 화, 수, 목, 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마시던 술이 그리워서였는지 짝사랑하던 그 선배가 보고 싶어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개강을 남몰래 기다렸던 때는 스무 살의 첫 방학이었다. 그 후로 다섯 번의 방학이 나를 찾아왔고, 지나갔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개강이 기다려지지 않는다. 내일이 개강이라는 사실도 나의 착각이길 바라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녀석은 지친 기색도 없이 꾸준하고 성실하게 나를 찾아왔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꽁꽁 숨어버리고 싶은데 아마 그 녀석은 내가 어디에 있든 반드시 나를 찾아낼 것이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 늘 내 옆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한 번도 혼자 수업을 들었던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아무도 없다. 가슴이 텅텅 비어버린 것 같다. 괜스레 씁쓸하고 혼자가 되어 버린 듯하다. 이토록 생기가 넘쳐흐르는 캠퍼스에 나만 초대받지 못한 손님인 것 같다. 나도 너희처럼 꺄르르 웃으며 운동장에 앉아 시간을 보내던 때가 있었는데. 어색하고 서투르지만 동기랍시고 우르르 뭉쳐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지드래곤 노래가 떠오른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다들 좋은 말을 해줬다. 내가 마치 엄마 배 속의 태아인 것처럼. 그들이 나에게 건넸던 말들은 태교에 가까웠다. 나는 그 말들을 듣고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때로부터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고작 2년이다.

 

하지만 그사이 세상은 나에게 무척이나 냉담해졌다. 아직 기어다닐 줄도 모르는 나를 두 발 자전거 위에 앉혀놓았고, 다리가 닿지도 않는데 페달을 돌리라고 강요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갑자기 어른이 되지 못한다. 할 수 없다. 올해 들어 나는 자기소개서를 몇 번인가 써보게 되었다. 자소서 속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당당하지 않다. 스스로 뭔가를 주도해서 해낸 일도 없다. 주도했다 하더라도 결과가 없다.

 

나는 내가 세상 둘도 없이 착하고 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기적이고 찌질하다. 그래서 나는 거짓말을 보태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회는 좋아하지 않으니까.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해도, 그 눈덩이에 깔려 죽는 한이 있어도 일단은 그 속에 초대받고 싶으니까. 어른이 되고 싶으니까. 자소서 속의 나는 내가 아니다. 면접을 보러 가면 다 들통나버린다. 사회 속에 초대받은 어른 이란 사람들은 그런 나를 가볍게 무시한다.

 

내가 왜 그랬는지, 왜 이 글 속에서 찾아낸 너와 지금 내 눈 앞의 네가 다른 사람인지에 대해 다그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런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버린다. 그것은 정말 한순간의 일이다. 차라리 그 공간에 무지막지하게 큰 싱크홀이 생겨서 내가 바닥으로 꺼져버리면 좋을 텐데. 이렇게 없는 사람 취급받을 바에야 그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다 보면 면접은 끝이 난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고 물어온다. 불안함에 떨던 나는 아무 말이나 뱉어본다. 망했다. 망한 거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더 노력하 면 다음에는 분명…. 다 그냥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을 해도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데 어쩌라고. 그렇다고 죽지는 않을 거다.

 

나는 오늘도 그냥 꾸역꾸역 살아낸다. ‘이 얼마나 부정적이고 불행한 삶인가’ 하고 청춘을 논하는 어떤 사람들은 이런 나를 안타까워할지도 모른다. 중2병이 이제야 온 걸까? 이렇게 아픈 병이었나? 모르겠다. 난 나를 이렇게 내버려두고 싶다. 그냥 삐딱하게. 지금처럼. 오늘만이라도.


Freelancer 양승미 seungmi95@naver.com

 

Illustrator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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