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간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결국 끝끝내 그대로인 세상에서 살 수밖에 없다.

 

양평이형이 소주 한 모금하자 노래가 시작된 다. 하나, 둘, 셋, 넷! 반쯤 찬 소주잔에 젓가락으로 박자를 맞춘다. 동네 고깃집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ㅋ’를 불러 젖힌다. 불판 위에는 고기가 익고, 테이블엔 된장찌개와 소주 두세 병이 보인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마치 동네에서 술 마시다가 노래를 부르는 듯한 컨셉의 이 3분 40초짜리 동영상은 사실 주류회사의 광고 영상이다. 이름하여 이슬라이브. 로이킴, 원더걸스, EXID, 지코 등 대세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이슬라이브는 누적 조회수 7,000만 회를 넘어서는 인기 콘텐츠다.

 

무대의상도 없고 음향과 영상도 선명하지 않다. 대신 평상복 차림의 마이크 없는 생목, 취기가 올라 발갛게 달아오른 유명 가수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사적인 듯 보이는 조촐한 술자리에 초대된 듯한 기분. 이슬라이브는 기존의 주류회사 광고 영상에 비해 신선하고 파격적이다.

 

규제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렸다

 

그런데 대한보건협회는 ‘날로 진화하는 주류회사 마케팅, 법의 사각지대에 노출된 청소년들’ 이라는 놀라운 제목의 자료에서 “편한 모습의 유명 연예인들이 분위기를 띄우며 노래하고 중간에 술병이나 술잔을 들고 술을 들이켠다”며 “주된 시청자인 청소년과 젊은 층이 따라서 술을 마시게 자극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보건 복지부가 건강증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광고를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현행 건강증진법에 따르면 TV, 종합유선방송은 오전 7시~오후 10시, 라디오는 오후 5시~다음 날 오전 8시에 주류 광고를 못 하게 돼 있다. 역시 주류 광고에 청소년들이 노출되는 게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놀라울 정도로 아무 상관없는 원인과 결과

 

주류 광고를 규제하면 청소년 음주율이 감소할까? 프랑스는 1991년부터 주류 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알코올 도수 1.2%가 넘는 음료를 주류로 분류하며, TV나 영화관에서 주류와 관련된 모든 광고가 불법이다. 문화 행사와 운동경기에 대한 주류회사 협찬까지도 금지한다.

 

프랑스에서 주류 광고는 오로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출판물과 제한적으로 라디오, 그리고 빌보드에만 허용된다. 대한보건협회나 보건 복지부에 따르면 이로부터 20년이 지난 2010 년 프랑스의 청소년은 술이라곤 구경도 못 하는 것이 정상이겠다.

 

91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는 성인이 될 때까지 주류 광고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하니 말이다. WHO와 GISAH(Global Information System on Alcohol and Health)가 2015년 발표한 알코올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2010년 프랑스의 15~19세 청소년 음주율은 여자 93.9%, 남자 94.4%로 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느슨한 인과관계에 숨겨진 게으름

 

문제는 주류광고의 규제와 청소년 음주율의 감소만큼이나 인과관계가 빈약한 요소들이 여전히 사회 문제의 원인과 결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은 게 단지 그 다리의 난간이 유난히 낮아서일까?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도 단지 연예인들이 술 마시며 노래를 부르는 4분 남짓의 영상 때문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마포대교의 난간을 1m 더 높이고, 이슬라이브를 규제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하나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원인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사회 문화적 맥락을 통해 유추하는 과정을 거친다. 가령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 중 하나가 스트레스라 가정하면 무엇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 스트레스를 푸는 데 왜 음주를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 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이어가는 것이다. 복잡하고 오래 걸리지만, 그 과정에서 시스템이 개선되고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된다.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다.

 

결국엔 그대로인 세상

 

그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걸까? 아마 아닐 거다. 문제의 본질까지 따지자니 너무 어렵고 불편하고 성가시고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성질로 맥락 속 본질을 가리고, 부분을 마치 전체인 것처럼 보이게 하면 얘기는 훨씬 쉬워지니까. 얼마간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결국 끝끝내 그대로인 세상에서 살 수밖에 없다. 문제를 생산해내는 시스템은 여전히 건재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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