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는 29살 암모나이트입니다. 29살에 고시 준비라니 빠른 건 아니죠? 원래 변리사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작년에 취업해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몇 개월 전에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다니던 회사는 겉으로 보기엔 좋은 곳이었습니다. 대기업 계열사였어요. 저는 공대생임에도 근무지가 수도권이었고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연봉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입사했다는 것이죠. 당시에는 취업이 계속 늦춰지거나 조건이 낮은 회사에 입사하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언가에 쫓기듯 입사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석었죠. 처음부터 일이 싫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야근과 주말 근무가 힘들었지만, 그만둘 생각은 없었어요.

 

운 좋게 몇 개월간 해외 출장을 가게되었는데 그 일이 제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랑은 일하는 방식이 많이 달랐어요. 현지인들과 같이 일을 하다 보니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사 후 처음으로 일하는 맛이라는 것을 느껴봤습니다. 해외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보니 회사의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예전에 하던 일을 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망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이 무엇일지 한 달 넘도록 고민을 했고 변리사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출장 복귀를 하자마자 그만두겠다고 하고 한 달 반 후에 퇴사했지요.

 

 

변리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께서는 딱 한 가지만 물어보셨어요. “네 돈으로 준비할 거니?” “당연하죠.” “그럼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주변 친구들과 지인 대부분은 찬성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한동안 제가 가장 싫어했던 질문은 “그만둔 이유를 하나만 대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나의 이유로 그만둔 것이 아닌데 중간의 저의 복잡했던 사고와 긴 고민의 시간들을 무시하고 단순화시켜서, 자신들을 설득해보라는 듯이 말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것도 못 버티냐’, ‘거기 남은 사람들은 뭐냐’ 라는 뻔한 이야기도 들었죠. 오히려 회사 사람들이 제가 퇴사하는 것을 가장 잘 이해해줬어요.

 

친했던 선배 한 분이 이런 말을 해줬어요. “앞으로의 결과를 떠나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너의 용기와 나이가 부럽다. 지금 나는 둘중 어느 하나도 갖고 있지 않거든.” 뭔가 가슴이 찡했습니다.

 

얼마 전 「대학내일」 8월 취업특집호의 ‘취준생을 위한 드라마 명대사’가 생각나네요. ‘돈이 최고인 사람, 김치 한 조각에 밥만 먹어도 되는 사람. 다양하지. 옳고 그른 건 없어. 다 자기 가치에 따라서 살 뿐이야. 그래서 너, 지금 이 순간 내 가치에 따라 행복하냐고.’

 

누구는 배부른 소리 한다고도 하지만 적어도 저는 연봉만으로는 저의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았어요. 월급날에 통장을 확인 안 하는 사람은 입사 동기 중에 저밖에 없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지금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매일 집에 오면 밤 11시가 넘고 주말에도 학원에 가는 어찌 보면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 바쁜 생활이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살면서 공부가 이렇게 재밌었던 적은 없었어요.

 

부모님께서도 처음엔 걱정하시다가 저의 표정을 보시고는 지금은 마음이 놓이시나 봅니다. 예전엔 저도 모르게 어두운 낯빛을 하고 있었나 봐요. 언젠가 변리사가 돼서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추억에 잠기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시길 바랍니다.

 

Freelancer_ Special Y yshch@naver.com

Illustrator_ 전하은


Who

Special Y는? 재수생에 9학기 취업. 어렵게 들어간 회사마저도 그만 두고 늘 한 발 뒤처지지만, 꿀릴 게 없다고 생각하는 29살 고시생.

  • 20대라면 누구나, 칼럼 기고나 문의는 ahrajo@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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