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잃어 본 적이 있으신지요? 저는 있습니다. 올해 5월, 사무실을 나서는데 제 영혼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맛있는 요리를 먹어도, 비싼 옷을 질러도 채워지지 않는 뭔가를 느꼈습니다. 마음 중앙에 구멍이 생긴 기분이랄까.

 

아마도 나다운 언행이라곤 하나도 못 하고 살았던 탓이 아닐까 합니다. 남들 눈에 맞추느라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영혼이란 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요즘은 대학생도 자기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더군요. 개중엔 영혼을 잃는 대학생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소개하는 건 ‘영혼 회복술’입니다. 물론 주술이죠. 자기 머리카락 한두 올, 본인 이름과 소원(이 경우엔 영혼이 돌아오길 바람)을 쓴 종이. 흙 한줌, 빨간색 물건 아무거나 등을 금속 상자에 넣고, 밤 12시 두 갈래 길이 만나는 곳에 파묻습니다.

 

“금속 상자라니! 어디서 구하지?”라는 분들은 백화점에서 틴케이스에 담겨 나오는 고급과자를 맛볼 겸 구매하면 됩니다. 이름과 소원은 초자연에게 보내는 메시지며, 붉은 물건은 돌아올 영혼을 유혹할 일종의 선물입니다. 흙은 왜 넣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두 갈래 길이 만난다는 건 사거리를 말합니다. 사거리에 뭘 묻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요즘은 자정이라도 행인이 많습니다. 눈치가 보이죠. 보도블록이 덮여 있어 무언가 묻을 만한 사거리 찾기도 어렵습니다. 제 경우엔 비교적 인적이 드문 독립문 사거리를 골랐습니다.

 

예로부터 사거리는 이승과 저승 사이 경계가 희미해지는 장소라고 합니다. 희곡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박사가 메피스토펠레스를 소환하는 곳도 사거리였습니다. 블루스 음악의 전설 로버트 존슨은 뛰어난 블루스 실력을 얻기 위해 사거리 악마를 불러냈다고 합니다.

 

로버트 존슨이 살았던 1930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 게다가 ‘딴따라’를 향한 세간의 시선은 형편없었습니다. 더욱 슬픈 건 로버트 존슨의 음악 실력 역시 별로였다는 점입니다.

 

돈도 못 벌고 빌빌대던 그를 가족들은 비난했습니다. 출산 중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친척들에게서 “네가 음악이나 하고 돌아다녀 아내가 죽은 거야”라는 이야기까지 들은 순간 로버트는 고향을 버립니다. 미시시피 일대를 떠돌며 방황합니다.

 

지친 몸을 뉘인 시골 숙소에서 우연히 ‘사거리 악마’에 대한 소문을 듣습니다. 사거리에서 악마를 불러내면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몇 년 후 나타나 영혼을 거둬간다는 무시무시한 전설입니다.

 

‘음악을 못 하는 내 영혼 따윈 의미 없다. 몇 년이 되었든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본 다음 영혼을 포기하자.’ 반신반의의 심정으로 찾아간 그곳에서 진짜 악마를 만났으며, 영혼을 포기하는 대신 세상에 없던 선율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유튜브에서 <Me And The Devil Blues>를 검색하시면 악마와 거래해 얻었다는 블루스 실력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딴 쪽으로 많이 샜습니다. 주술의 마지막 단계가 남았습니다. 금속상자를 묻고선 노래 한 곡을 불러야 합니다. 말하기 죄송스럽지만 노래는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입니다. “왜 하필 또 고백이냐!” 따질 분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논리가 아닌 경험칙입니다.

 

지금까지 영혼을 잃은 사람들이 여러 노래를 불러봤는데 고백을 불렀을 때 가장 높은 확률로 영혼이 돌아왔다는 거죠. 마치 새벽 취객처럼 큰 소리로 ‘고백’을 불러야 합니다. 가사가 조금 틀려도 상관없습니다. 끝 구절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를 부를 때쯤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 자기 속으로 훅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따뜻하며 아련한 것 “라랄라라 라랄라 라라라 라랄 랄라라 라랄 라라라~” 분명히 언젠가 나와 함께였던 익숙한, 우리가 영혼이라 부를 수 있는 그것이 내 안으로 차곡차곡 다시 돌아옵니다. 몸과 영혼이 합쳐진 후 온전한 자신으로 돌아오면, 영혼 잃은 세월이 얼마나 텅 비어 있었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부모님, 친구, 연인. 누구 눈에도 모자람 없이 살려고 노력한 시간들이 결국 나 자신에게는 보탬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행복해지죠. 영혼 회복술은 생에 딱 한 번만 사용 가능합니다. 다시 잃어버리면 주술로도 되찾을 수 없습니다. 주의하세요.

 

Tip +
요약하자면 1) 금속 상자를 구한다. 2) 머리카락 한두 올, 빨간 물건, 자기 이름과 소원이 적힌 종이를 상자 안에 넣는다. 3) 밤 12시 상자를 사거리에 묻는다. 4)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을부른다. 5) 잃어버린 영혼이 스르륵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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