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하게 된 게 언제부터였더라. 20대 초반 주량도 모른 채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술을 배웠다. 그때만 해도 술은 즐긴다기보다 그냥 마시니까 마시는 거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반주도 하게 되고, 고기를 먹을 땐 자연스럽게 소주 한 잔을 곁들여야 하고, 잠들기 전 TV를 안주 삼아 간단하게 맥주 한 캔 마시는 게 일상이 됐다.
그렇게 10여 년 동안 술을 마셔왔는데, 딱 하나 안 해본 게 있었다. 바로 혼술.
혼술은 딱히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굳이 하려고 하지도 않았었다. 헌데 드라마 <혼술남녀>를 보며 궁금해졌다. 혼술의 매력이 대체 뭐길래?
난이도ㅣ하
밥까지 든든하게 먹고 종로 밤거리에 도착했다. 이미 술에 취해 흥이 오를 대로 오른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첫 번째 도전과제는 ‘스몰비어’. 번쩍이는 네온사인을 마주하니 방금전까지의 자신감이 사라졌다. 무리 지어 술집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니 외로움이 사무쳤다.
결국, 선택한 곳은 그나마 가장 사람이 없어 보이는 스몰비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아래엔 술의 신 바쿠스와 지옥의 신 하데스가 술잔을 부딪히고 있을 것 같았다. 조심스레 문을 여니 다행히 커플 한 쌍 만이 하하호호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직원이 “어서 오세요” 하며 내 뒤를 힐끔 본다. 무언의 눈빛이었지만 읽고야 말았다. ‘네, 저 혼자에요…….’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잡았다. “감자튀김에 500 하나요.”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지만 목소리는 김동률의 바이브레이션만큼이나 떨렸다. 하릴없이 휴대폰만 바라보며 음식을 기다리는 이 시간이 너무 길어,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술과 안주가 나왔다.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자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그제서야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슬슬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고, 다행히 그들은 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무관심에서 오는 평화로움이다. 앞으로 기사에 댓글 없다고 우울해하지 말아야지.
벽에 걸린 사랑의 쪽지도 읽고, 홀로 감자튀김 맛을 음미하다 보니 맥주 한잔을 홀홀 비우고 말았다. 기분도 적당히 좋다. 혼술, 나쁘지 않은데?
혼술 재도전 의사ㅣ있음
난이도ㅣ중
이번엔 길거리 포장마차를 찾았다. 포장마차라 함은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들의 단골 혼술장소가 아닌가. 실연당했을 때 우동 한 그릇에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아줌마!! 여기 소주 한 병 더!!!’를 외치는 바로 그곳. 무슨 사연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 기분이라도 느껴보겠다며 한 자리 꿰차고 앉았다.
포장마차 주인아주머니는 혼자 온 여자가 낯설지 않은 듯 능숙하게 1인용 테이블 세팅을 해주셨다. 대부분 손님 역시 주변 의식 따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술을 마시는 분위기라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혼자 빈 잔에 소주를 따르는 데 왠지 사연 많은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아, 사연이라도 좀 생겼으면 좋겠다.
소주 한잔 들이킬 때마다 오돌뼈 하나씩 먹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천천히 만끽했다. 예상외로 외롭진 않았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혼자 생각할 수 있고, 남의 페이스에 맞추지 않고 오로지 내 페이스에 맞춰 술을 마시니 그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혼자 마시니 더 취하는 건 기분탓인가…?
게다가 어느 정도 소주 한 병을 다 비울 즈음, 아주머니가 슬쩍 다가와 한 마디 건네신다. “다 마셨으면 자리 좀 비켜주세요. 손님들이 많이 와서.” 아…. 순간 나의 여유로움이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다음엔 오랜 시간 죽치고 앉아있을 수 있는 동네 포장마차를 가봐야지.
혼술 재도전 의사ㅣ있음
난이도ㅣ상
혼술을 하기로 결정한 후 꼭 가고 싶은 곳이 이자카야였다. 이른바 다찌(선반형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는 게 나름의 로망이었기 때문. <고독한 미식가>나 <심야식당>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소소한 분위기에서 맘 편히 혼술을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찾아간 동네의 작은 이자카야는 딱 머릿속에 그리던 그런 모습이었다.
기본적으로 이자카야의 조용한 분위기와 깔끔한 안주가 마음에 들었다. 다찌는 신의 한 수랄까. 혼자 술을 마셔도 앞에 빈자리가 없어서 외롭지 않았다. 게다가 앞서 두 번의 혼술을 하고 난 뒤라 어느새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익숙해져 있었다.
딱히 휴대폰을 보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았고, 술과 안주를 먹으며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도 귀 기울이게 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즐거웠다. 결국, 맥주 2잔과 안주를 말끔히 비우고 가뿐한 마음으로 술집을 나섰다.
혼술 재도전 의사ㅣ(매우) 있음
난이도ㅣ지옥최상
어느 정도 혼술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끝판왕다웠다. 그동안의 혼술은 잔챙이었을 뿐. 진짜 왕은 이런 것인가. 퇴근 전부터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과연 홀로 삼겹살집에서 혼술을 할 수 있을까. 몰래 친구들을 부를까. 이제라도 무를까. 별생각이 다 들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회사 근처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한 골목 안에만 3개의 삼겹살집이 있었는데 그 골목을 스무 번은 왔다갔다 했다. 결국 문을 박차고 들어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털썩 앉아 “사장님! 여 혼자 먹기 아주 좋은 곳이네! 응? 아주 좋아”…..라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죽은 듯 땅만 보고 있겠지. 별여 별 생각을 하며 그렇게 30여 분을 밖에서 헤매다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혼자 오셨어요? 식사만 하실 거에요?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한데….” 주인아저씨가 곤란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나는 더 곤란한 표정으로 애써 웃으며 “2인분에 소주 하나 맥주 하나 주세요”하고 자리를 잡았다. 이대로 나가면 영영 삼겹살 혼술을 못할 것 같아서.
내가 지금 삼겹살을 굽고 있는건지, 소맥을 말고 있는 건지, 쌈을 싸고 있는 건지 정신이 없었다. 고기가 익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져 성급히 한 조각을 먹었는데 미디엄 레어였다. 와, 그동안의 혼술과는 차원이 다른 외로움이다. 결국 <혼술남녀>의 하석진처럼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틀었다.
잔잔한 발라드를 들으며 포스터 속 아이유에게 짠을 하며 술을 마시는데 갑자기 엑소 노래가 흘러나왔고 슬슬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엔 트와이스 노래다. (마음속으로) 어깨춤을 추며 술을 들이켰다. 누가 봤다면 건너편에 쯔위라도 있는 줄 알았을 듯. 그렇게 이번 혼술도 무사히 마쳤다. 고기는 꼭 누군가와 함께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혼술 재도전 의사ㅣ없음
혼술이 두려웠던 건 남들의 시선이 가장 큰 이유였으리라.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혼자 술 먹는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보지도, 수군거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더 그들을 신경 썼는지도. 앞으로도 혼술을 할 의향이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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