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하다. 6년이나 지났지만 분명히 그가 맞다. 6년 전, 입시에 실패해 스무 살을 도서관에서 온전히 소멸시킨 그해, 이름 모를 그 사내는 항상 나와 함께였다. 점심을 먹을 때도 쉴 때도 그리고 다시 점심을 먹을 때도, 도서관 문이 닫힐 때까지. 그의 행동반경은 정확히 나와 일치했다.
그런 그를 6년 만에 다시 도서관에서 만났다. 지금은 무슨 공부를 하고 있을까. 6년 동안 보지 못했지만 6년 전 그해, 서로 합의하지 않고도 정확히 일치된 움직임을 보인 우리였기에 그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왔을 테다. 그리고 다시 이곳에 굴러 들어왔다. 도서관으로.
도서관은 꿈의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품고 도서관에 들어오고 그 꿈을 위해 인내하고 노력한다. 그들이 지금 흘리는 땀은, 먼 훗날 돌아봤을 때 그 어느 날보다 반짝이며 빛나리라. 그런데 그렇게 노력해서 꿈을 쟁취했는데 우리는 도서관을 떠나지 못한다.
대학에 합격해 도서관을 떠났던 재수생은 토익과 각종 자격증 공부를 위해 또다시 수험생으로 돌아간다. 공시생과 경찰 준비생은 언제나 도서관을 지키는 수호신. 그리고 취준생들은 막연한 불안으로 도서관을 지킨다. ‘공부한다’는 모든 행동의 면죄부이기에.
“우리 아들 경찰 공부하고 있어요”라는 적어도 부모님이 할 말은 있으니까. ‘나쁜우리새끼’가 아니라 그저‘미운우리새끼’ 정도라도 되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을 친다.
공부만 붙들고 있으면 어떻게든 먹고살 수는 있을 거라는 맹신. 노력한 만큼 그대로 점수로 얻을 수 있기에, 노력한 자가 이기는 정의로운 방법이기에 우리는 공부와 시험을 추종한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서까지 정시는 ‘우와’소리를 듣고 수시는 ‘수시충’ 소리를 듣는다. 정시가 온전한 노력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라는 심리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로 세워지는 공무원, 경찰 시험에 뛰어든다. 세상 가장 공평하고 정의로운 방식이라 말한다. 그렇게 홀로 노량진으로 들어와 1인 가구 증가에 한몫하며 편의점에서 대충 끼니를 때운다. 지금은 미래를 위해 희생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을 품고서.
건너편 책상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가 자꾸 신경 쓰였다. 6년 전처럼 작은 화면 속 강사의 가르침을 열심히 받아 적고 있는 모습이다. 6년전에는 열심히 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 선의의 경쟁자였고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했다. 수능만 잘 보면 인생을 보장 받을 거라는 희망과 믿음이 있었다. 그 한 치 흔들림 없는 믿음을 쫓아 잠을 몰아내고 다시 공부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자신이 없다. 이렇게 공부를 한다고해서 이것이 원하는 삶을 가져다줄 거라는 믿음 말이다. 열심히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를 보며 자꾸 이 선로에서 이탈하고 싶은 충동이 몰려온다. 이제 더 이상 도서관에 오기 싫다. 몇 개월 동안 추리닝을 입으며 웅크리고 세상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이무기가 되기 싫다.
어차피 앉아서 공부하는 것에 답이 있지 않다면 부딪히며 배워가는 게 낫겠다. 책에서 배우는 것만이 공부는 아닐 테니까. 모든 것을 학력과 자격으로 입증해야 하고 그것에 포함되지 않으면 공부가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한국 사회에서 진짜 배움은 언제쯤 가능하려나.
Illustrator_ 전하은
Freelancer_ 서성우 ssw91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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