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형 인재’라는 말이 사회에 범람하고 있다. 대학에도 ‘융합’이라는 말이 들어간 학과와 학부가 많다. 신산업융합대학, 융합생명과학대, 글로벌금융학과, 융합공학부, 지식융합학부 등.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내가 왜 융합형 인재가 되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저 사회가 요구한다니,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융합형 인재’가 되라는 말은 ‘창의적 인재’가 되라는 말과 같다. 여러 학문들을 알면, 그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생각을 해내는 인재가 될 수 있다는 논리가 ‘융합형 인재’라는 말에 들어 있다. 헷갈릴까 싶어 한마디 더 보태면, 여기서 말하는 ‘창의적 인재’란 예술가나 예술적 기질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창의성, 그것을 갖춘 인재를 말한다.
두루 알면 창의성이 높아진다고?
‘융합형 인재’에 대한 사회적 담론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학생들에게 ‘인재가 되란다고 해서 인재가 되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그렇게 해서 인재가 될 수 있다면, 천재 역시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인재나 천재는 타고난 어떤 우월한 자질이나 성향이 있고, 거기에 일정한 배움과 열정이 보태져 생기는 것이지, 되란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또 하나는 ‘여러 학문을 두루 배우기만(알기만)하면, 창의성이 그냥 높아지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창의성이라는 것이 서로 다른 지식, 개념,아이디어, 관심 등이 섞여서 생겨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창의성이 생겨나려면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흥미, 문제의식을 갖고 ‘자기 스스로 이것저것을 골라 섞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융합학문이라는 것은 대학이 문제의식을 전유해 이미 섞어 놓은 것이다.
말하자면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들을 섞어서 스스로 비빔밥을 만드는―그 과정에서 나만의 비빔밥이 만들어진다―것이 아니라, 그저 식당에서 비빔밥을 시켜 먹는 것과 같다.
식당에서 나온 비빔밥은 이미 섞어진 것이다. 거기에는 먹을 사람이 더 이상 보태고 뺄 것이 없다. 식당의 비빔밥이 수많은 메뉴 중 하나일 뿐인 것처럼, 융합학문도 그렇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이미 섞어놓은 융합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지금의 학문 융합은 자칫 여러 학문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두루두루 배우는 것에 그치기 쉽다.
달리 말하면 어느 학문에 대해서도 깊이, 제대로 배운 것 없이 졸업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융합형 인재가 되려면, 반대여야 한다. 내가 관심과 흥미를 갖는 학문이 있고, 그것을 깊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융합도 그것을 중심으로 해서 여타의 지식을 섞는 것이어야 한다. 나에게 중심이 될 만한 학문은 있어야 한다.
시험보다 시간이 필요해
주지하다시피, 융합형 인재의 대표적 모델은 스티브 잡스이다(우리나라에서 융합형 인재 담론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그가 내놓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대대적인 성공 직후였다). 그는 인문학과 기술을 섞었다. 그는 리드대 철학과를 중퇴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그가 철학과를 다녔기 때문에 인문학과 기술을 융합시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대학을 다닌 것은 고작 1학기에 불과했다. 그 이후로는 여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었다. 그 독서는 놀이와 같았다. 요즘 대학생들은 엄청난 양의 학습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저것 다 알아야 한다는 융합 교육 때문에 공부해야 할 양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융합형 인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유로운 탐구와 놀이이다. 그 속에서 이것과 저것이 섞이면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 자유로운 탐구와 놀이는 시간적 여유 속에서 생성된다. 대학생들에게 절실한 것은 시간적 여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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