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도착했다! 회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영화만 보고 갈 수는 없다.
횟집이 나를 부르고, 어시장이 우리를 기다린단 말이다!
그러나 지금껏 찾았던 관광지의 어시장에서 나는 참 초라했었다.
생선이 바뀐 것 같아도, 바가지를 쓴 것 같아도 한 마디도 못했던 슬픈 과거….
하지만 언제까지 호구로 살 순 없다. 횟집 셰프님에게 물었다. 회 잘 고르는 법!
01
생선의 컨디션을 살펴라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재료다. 김치가 맛있으면 대충 이것저것 냄비에 넣고 끓여도 찌개 국물 하나는 기가 막힌다. 회도 마찬가지, 생선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는 게 첫 번째다.
경험이 부족해 생소하겠지만 싱싱한 과일 고르는 요령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수박처럼 두들겨볼 순 없지만 겉으로 보기에 상처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뜰채로 떴을 때는 물론이고 시장 바닥에 떨어져서까지 힘 있게 파닥거린다면, 그 녀석은 더할 나위 없이 신선한 놈이다.
반면 수조에서 오래 머문 애들은 티가 난다. 눈알을 감싼 막에 변질이 생겨 뿌연 빛을 띠고, 좁은 수조에서 여러 번 부딪치면 지느러미도 짧아진다. 눈과 지느러미를 꼼꼼히 살피자. 단, 아이 콘택트를 너무 오래 하면 회를 먹을 때 그 눈빛이 떠오를 수 있으니 주의.
02
희디희어야 할 배가 초록색? 그건 양식이다
매일 횟감을 보고 만지는 전문가가 아니라면,자연산과 양식을 바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쉽게 알 수 있는 생선이 있으니… 그건 바로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광어! 자연산 광어 배를 뒤집으면 희고 깨끗하며 얼룩이 없다.
그러나 양식 광어의 배에는 초록색 얼룩무늬가 있다. 양식장에 낀 이끼의 자국이 생선 배에 남았기 때문이다. 만약 광어 1마리가 4kg이 넘어간다면 자연산일 확률 99.9%! 양식으로 4kg까지 키워봐야 수지 타산이 안 맞아서다.
이번에는 참돔. 자연산 참돔의 비늘은 밝은 선홍빛이며 지느러미가 화려하다. 깊은 바닷속을 빠르게 움직이느라 지느러미가 발달했다. 주머니는 가볍지만 꼭 자연산을 먹고 싶다면 마지막 대안이 있다. ‘잡어’를 시켜라.
횟집 사장님도 고기잡이배 선장님도 이름을 모르는 물고기들이 세상에는 널렸다. 술맹이, 놀래미, 성태…. 저렴하고 쪼끄만 고기들을 통틀어 ‘잡어’라고 부른다. 그러니 돈 없을 땐 ‘잡어’다. 양식하지 않는 자연산이니까.
03
고기 얼굴은 알고 가라
사람 이름 잘못 부르는 것만큼 민망한 일도 없다. 물고기 이름도 마찬가지다. 광어를 보고 도다리라 하고, 우럭을 보고 도미라 한다면…? 사장님은 당황스럽고 물고기는 서운하고 손님은 호갱의 길로 들어선다. 아주 약간 귀찮지만 간단한 방법을 소개한다.
시장에 가기 전에 먹고 싶은 생선을 정한 뒤 인터넷으로 생선의 생김새와 시세를 확인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다. “광어 1kg에 얼마예요?” 시세보다 높으면 옆집으로 이동하라. 그렇게 4~5번 정도 물어보고 고르는 게 좋다. 횟집 사장님들 말씀은 한결같다.
“아는 척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를 우기지는 마세요.”
04
자연산보다 나은 양식을 먹어라
자연산은 잡기 어려워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반면 양식 물고기는 좁다란 가두리에서 항생제를 먹고 자란다. 자연산이 훨씬 맛 좋고 튼튼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연산이라고 해서 다 최고는 아니다. 넓디넓은 바다를 누비며 잘 먹고 잘 자란 녀석이 있을 테고, 못 먹어서 야윈 녀석도 있을 터.
특히 산란철인 봄에는 자연산이 맛없을 시기다. 몸 안의 영양분을 산란에 써야 하니까. 자연산의 맛은 언제나 똑같을 수는 없지만, 양식 물고기는 사계절 내내 일정한 맛과 품질을 유지한다. 순위를 매기자면, 가장 좋은 최상품은 제철 만나 통통하게 살이 오른 자연산. 그다음은 맛이 한결같이 보장되는 양식이다.
마지막은 봄철에 비쩍 마른 자연산이다. 피죽도 못 먹어 야위고 지친 자연산을 비싼 값에 사기보다는, 제철 아닌 때엔 양식이 더 낫다.
05
같은 값이면 큰 놈으로
다이아몬드는 크면 클수록 값이 더 나가지만 고추가 너무 크면 싱겁다. 생선의 크기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광어는 작은 게 더 맛있다’는 사람도 있고 뭐든 중간 정도가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생선을 매일 보고, 손질하고, 먹는 사람들의 얘기는 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대익선’, 크면 클수록 좋다. 예를 들어 광어의 겨우 1kg 미만은 소, 1~2kg는 중, 2kg 이상을 대로 분류하는데 맛은 대광어가 최고라고 한다. 양식할 때에는 피부병을 예방하기 위해 정화제를 넣고 또 햇빛을 잘 받지 못해 이끼가 많이 낀다. 어릴 때부터 양식장에서 자란 생선에는 이 냄새가 배는데, 2kg 이상으로 크는 동안 이 냄새가 빠지는 것.
업자 사이에서도 600g짜리 두 마리보다 1.2kg짜리 한 마리의 매입가가 더 비싸다고 하니, 같은 값이면 큰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06
꽉 찬 수조는 맛집의 상징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비롯해 어느 어시장에 가더라도 맞닥뜨리는 고민 중 하나는 식당 선택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죽일 놈의 결정장애 때문에 괴로운데, 사장님·사모님들의 호객 행위까지 더해지면 그때부터 카오스가 열린다.
“싱싱한 놈 잡아서 양 많이 줄게”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거나 사장님 관상만 보고 ‘거짓말 안 하실 분같다’는 짐작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수족관이다. 수족관이 생선들로 꽉차 있다면 그곳은 손님들이 많이 찾는 가게다. 사장님들도 평소 매출에 맞게 생선을 들여놓기 마련이니까.
처음 가보는 동네에서 식당을 고를 때도 손님이 꽉 차 바글바글한 곳은 믿음이 간다. 반대로 파리만 날리는 곳은 왠지 들어가기 꺼림칙하다. 손님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그 이유가 있을 테니까. 횟집의 고객 수를 판단할 수 있는 포인트는 바로 꽉 찬 수족관이다.
Illustrator_ 노선아
Advice_ 부산 수정궁횟집 이승옥 사장 권용운 실장
Editor_ 조아라 ahrajo@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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