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추석, 위치는 동네 프랜차이즈 카페의 테라스. 20대 중후반의 사촌 형과 누나들에 둘러싸인 열다섯 살 사촌 동생의 들뜬 표정이 볼 만한 자리였다. 이야기의 화제는 녀석이 용돈으로 받은 5만원의 향후 쓰임새였다.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그 5만원은 어디에 쓸 거야?” 하고 물어보는 어른들 사이에서 우물쭈물, 녀석은 말이 없었다.
녀석이 대답을 망설이는 사이 어른들의 토론이 시작됐고 이내 ‘써야 한다 vs 저금해야 한다’ 두 파로 의견이 나뉘었다.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5만원을 두고 목청을 높이는 어른들 속에서 당황하던 사촌 동생의 표정이 꽤나 재밌었다. 그런데 그보다 재밌었던 건 시한부 판정을 받은 로또 당첨자처럼 돈을 쓰며 살아온 내가 ‘저금해라’ 파의 수장이었으며, 절약 그 자체의 인생을 살아온 매형이 ‘써라’ 파의 수장이었다는 것이다.
매형과 나는 스스로의 삶을 후회하고 있었다. ‘인생은 즐겨야 한다’는 명목으로 흥청망청 돈을 써온 나는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던 지난날을 후회하고 있었다. 반면 학창 시절 작은 돈을 아껴 모은 목돈이라는 것이, 사실 어른이 되고 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모을 수 있는 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매형은 푼돈을 아끼느라 즐기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후회하고 있었다. 살아보지 못한 서로의 삶에 대한 부러움, 그리고 자신이 걸어 온 길에 대한 후회.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은 그렇게 각자 후회를 하고 있었다.
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래도 후회하게 되고 저래도 후회하게 될 거라면 후회라는 건 애초에 할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우스운 말처럼 들리겠지만 곰곰이 되씹어 보면 꽤나 설득력 있는 문장이다. 우리는 보통 ‘이랬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하지만, 정작 ‘이랬던’ 사람은 ‘저랬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후회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걸까.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 이라는 시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를 밝혔다. 그리고 이 시는 전 세계 수억 명의 가슴을 울렸다. 이를 조금 비껴서 보자면 수억 명의 사람이 수억 개의 후회를 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수억 개의 갈림길, 수억 개의 선택, 수억 개의 후회. 후회의 본질이 다른 선택을 한 이에 대한 부러움이라면, 어쩌면 우리가 정말 부러워할만한 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후회 없는 선택이란 없다. 후회 않는 사람이 있을 뿐. 혹 자신이 걸어왔던 길, 또는 지금 걷고 있는 길이 후회스럽다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하나 알아둬야 할 게 있다. 당신이 지금 걷고 있는 길, 그 길이 바로 세계적인 시인과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이 그토록 부러워하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점 말이다. 후회 없는 선택은 없다. 때문에 우리는 선택으로 후회할 필요가 없다. 이 역설적인 명제가 고민 많은 우리 20대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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